[인터뷰] '용각루' 지일주 "결국, 인정 받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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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0-12-0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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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루각' 주인공 배우 지일주[사진=(주)그노스 제공]

말 그대로 다재다능하다. 배우 지일주(35)는 연극 무대를 시작으로 드라마 영화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더 나아가 시나리오 집필과 영화 연출까지 겸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고 있지만, 그의 뿌리는 단연 연기다. 2008년 드라마 '태양의 여자'를 시작으로 '산부인과' '골든타임' '힐러' '청춘시대'를 지나 '사랑의 온도' '미스트리스'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등에 이르기까지 그는 꾸준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세계를 만들고 있다.

영화 '용루각: 비정도시'(감독 최상훈)는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잔혹한 범죄를 심판하는 의문의 비밀 조직 '용루각' 멤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범한 중국집처럼 보이지만 폭력, 갑질 등에 노출된 피해자들을 위해 '대리 복수'하는 이들이다.

극 중 지일주는 '용루각'의 핵심 멤버 철민 역을 연기했다. 과거에 대한 죄책감으로 '용루각'에 합류한 그는 말수도 적고 감정 표현도 억누르는 인물. 배우에게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캐릭터다.

"감독님과 철민 캐릭터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우리가 공통으로 한 이야기는 '캐릭터에 무게감이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죠. 과묵한 캐릭터를 떠올렸고 기존에 있던 대사들도 삭제했어요."

캐릭터를 위해 철민에 관한 정보를 덜어내기 시작했다. 최상훈 감독과 지일주가 그린 철민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하나씩 지우고 나니 인물이 가진 본질만 남았다.

"영화 초반 유독 말이 없어요. 사건을 해결하고 곽 사장(정의욱 분)이 '오늘은 내가 쏜다' 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끌어가지만, 철민은 음울한 얼굴이죠. 나름대로 그가 가진 죄책감을 전반적으로 드러내고 싶었어요. 1편에는 많이 담기지 않았지만 2편에서는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저변에 깔고 풀어가죠."

영화 '용루각' [사진=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용루각: 비정도시'는 제작 단계부터 시리즈로 계획된 작품이다. 1편이 대기업 회장 아들의 횡포와 갑질과 맞서는 내용을 액션 누아르로 담았다면, 2편은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사건들을 미스터리 스릴러로 풀어낼 예정.

"2편에는 이필모 선배님이 빌런으로 출연하세요. '신들의 밤'을 통해 철민의 죄책감에 관해 자세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가 왜 고통스러워하는지, 죄책감과 결부되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매체는 물론 장르도 자유롭게 오가며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한 지일주지만 본격적인 액션 연기는 처음이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액션이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합도 맞춰야 하고, 육체적으로도 힘들더라고요. 힘들었지만 대역 없이 (액션을) 해보고 싶어서 많이 노력했어요. 본격 액션에 관한 욕심이 있었거든요."

벌써 데뷔 13년 차. 연기 경력으로 따진다면 '용루각' 멤버들 중 단연 선배다. 지일주는 카메라 안팎으로 주연배우가 해야 할 몫들을 착실히 해내고 있었다.

"저는 현장이 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렇거든요. 현장이 편안해야 연기에 집중할 수 있죠. 다른 배우들도 그럴 거로 생각해요. 연차가 쌓였다고, 제가 선배라고 해서 현장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재밌게 촬영하려고 했고 편안하게 다가가려고 했어요. 따로 식사도 하고 모임도 하면서 진짜 용루각 멤버들처럼 편안해 보이길 바랐죠."

영화 '용루각' 주연배우인 지일주[사진=(주)그노스 제공]


앞서 언급한 대로 지일주는 여러 방면에서 활약 중이다. "오직 연극만" 귀하게 여기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군대에서 읽은 철학 서적들은 그의 시야를 트이게 해주었고 다방면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그는 연기를 근간으로 시나리오 집필, 영화 연출, 글쓰기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나갔고 좋은 결과물을 거두었다.

"군대 가기 전엔 어린 마음에 '난 꼭 연극만 할 거라'고 말했던 적도 있어요. 하지만 군대에서 많은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많은 질문을 던졌고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걸 깨우치게 됐어요."

지일주는 2019년 영화 '오만'으로 장편 영화 감독 데뷔했고 최근에는 이준형 작가와 '하루 10분 인문학'의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한때 수학 선생님을 꿈꿨다는 지일주는 갑작스레 연극에 빠지게 됐고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졸업, 중앙대학교 연기뮤지컬 예술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여전히 예술과 학문에 관심이 높다고.

"예술학 석사는 글공부하고 싶어서 시작하게 된 거예요. 글 쓰는 공부를 어디에서 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드라마 아카데미 대학원에서 공부하게 됐고 시나리오 작법 수업을 듣게 됐죠. 그렇게 시작한 게 장편 연출작 '오만'이에요. 글쓰기나 연출은 연기와는 또 다른 카타르시스가 있어요."

지일주는 연기, 글쓰기, 연출 등 다양한 분야로 힘을 얻고 더욱더 힘차게 앞서 나아가고 있었다. 그에게 각각 다른 분야가 주는 에너지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보면 식욕, 성욕, 수면욕 등 인간의 욕구에 관해 이야기하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누리기 힘든 건 인정욕이라고 하더라고요. 채워지기 힘든 욕구기 때문이에요. 제가 글을 쓰고, 연기하고, 연출하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결국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죠.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인정받고 버텨온 시간을 위로받은 것 같잖아요."

영화 '용루각' 주연배우인 지일주[사진=(주)그노스 제공]


연기 경력 13년 차인 지일주는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 조태권 같은 사랑스러운 캐릭터부터 사극 드라마 '대박' 속 과묵한 무사 무명 등 다양한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하지만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청춘시대' 속 고두영 캐릭터. 선하고 잘생긴 외모를 가진 지일주에게 제 멋대로인 데다가 폭력적인 성격을 가진 캐릭터를 연달아 선물한 역할이었다.

"'사랑의 온도' '역도요정 김복주'에서는 까불까불 한 모습도 보여 드리고, 사극 '대박'에서는 과묵한 역할도 했었는데. 가장 대중에게 사랑받은 드라마가 '청춘시대'라 그런 걸까요? 그런 역할이 주로 제가 맡겨져요. 이미지가 굳어진 것도 있겠죠. 하지만 속상하거나 힘들지는 않아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은 크지만요."

연기 그 자체가 즐겁고 재밌다는 배우. 그는 언제나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고 위로하는 연기를 선보이기를 바란다.

"'이 배우가 하는 건 믿고 본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신뢰감을 주는 배우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기도 하는데 제가 그런 힘을 드릴 수 있는 존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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