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잃은 원격의료] 의료 선진국 韓, 비대면 진료는 후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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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곽예지 기자
입력 2020-1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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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평균 14.7% 성장 ‘빅마켓’

  • 中, 정부가 5G 도입 적극 권장

  • 韓, 20년째 규제 묶여 제자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정부가 의료 선진화를 위해 비대면 의료를 들여다본 지 20년이 넘었지만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국보다 의료 수준이 뒤떨어지는 중국은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적용하는 등 원격의료 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원격의료 관련 정책을 3개나 내놨다. 미국의 경우 현재 전체 병원의 50% 이상이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고 이미 2015년에 비대면 진료 환자가 총 1억5000만명을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는 디지털 뉴딜의 일환으로 원격의료를 포함한 비대면 산업 육성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원격의료 도입은 요원한 상태다. 이렇다 보니 곳곳에서 우리 의료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원격의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당연히 도입이 돼야 하는 상황이지만, 개원의 입장에서 본다면 원격진료를 한다고 해서 그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없다”며 “1인가구, 저소득층 등 국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당위성을 바탕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해야 하며, 이익이 침해되는 관계자에게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中, 의료분야에 5G 적용 가속화

중국 시장연구기관인 첸찬(前瞻)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원격의료 시장은 지난 5년간 30% 이상의 성장을 거듭했다. 2019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8.5% 증가한 680억 위안(약 11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새로운 투자 분야로 부상하면서 900억 위안(약 15조1587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2014년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했다. 의료 인프라 불균형과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 원격의료를 권장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원격진료·자문 서비스 등 원격의료 정책만 3개를 내놨다.

최근엔 5G 기술을 활용한 의료 체계 구축에 드라이브를 건다. 중국 매체 제몐에 따르면 공신부와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 사무국은 지난 27일 ‘5G+의료보건 활용 시범사업’ 계획을 발표, 각 지역 공공 의료기관이나, 의료 업체들의 시범 사업 참여를 촉구했다.

5G 네트워크를 통해 각종 의료장비를 지원하며, 중환자 상태를 실시간·장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중의학 특징을 살린 진료서비스, 병원 내 5G의료 사물인터넷망 구축, 전염병의 빠른 통제와 만성질환 환자, 임산부, 노인, 정신질환 환자 등에 대한 모니터링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공신부는 “응급환자를 의료기관으로 이송하기까지 드론, 구호로봇 등을 5G 기술을 적용한 시스템을 도입해 더 빠른 응급치료를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5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홀로그램, 3D프린팅 등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원격 진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고, 진료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영국·멕시코 등도 원격의료 급물살

미국, 영국은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지 10년이 넘었으며 일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도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회사인 포레스터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원격의료 사례는 2016년 2200만건에서 2017년 3000만건, 2018년 3500만건, 2019년 3600만건에 이어 코로나19가 확산된 올해 10억건에 달할 전망이다. 미래에셋대우는 미국 원격의료 시장이 향후 5년간 연평균 38% 성장해 2500억 달러(약 279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역시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격의료로 전환하겠다는 병원이 대폭 늘었다. 영국 보건의료국(NHS)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연간 3억5000만회에 이르는 방문 진료 중 화상을 통한 원격의료는 1%에 불과했지만, 지난 상반기 수천여 곳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지난 2016년 원격의료 시스템 등을 전수한 멕시코도 원격의료 시장에 가속페달을 밟는다. 코트라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후 거리두기 조치뿐 아니라 원격진료를 통한 해결방안을 강구했다. 인터넷 연결이 제한돼 있는 일부 지역을 위해 이동 의료 장치에 위성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지침을 발표한 바 있으며 보건부 또한 환자 치료를 위한 챗봇, 온라인 도움말, 전화상담 등이 포함된 원격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한국만 의료계 반발에 치이고, 규제에 묶여 지지부진

우수한 의료인력과 IT(정보통신) 기반을 갖추고 있어 일찌감치 ‘원격의료 적임지’로 꼽혀왔던 한국은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나홀로 역주행 중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총 305억 달러(약 33조7574억원)로 조사됐다. 이 규모는 올해 355억 달러(약 39조2914억원), 내년 412억 달러(약 45조60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연평균 14.7% 성장하는 셈이다.

최근 정부가 디지털 뉴딜의 일환으로 원격의료를 포함한 비대면 산업 육성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예상돼 사업 진척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원격의료 허용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10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현행법상 의료인과 의료인 간의 원격의료만이 허용돼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를 본격 도입하기 위해선 법 개정부터 해야 하지만, 개원의들 중심으로 이뤄진 의사협회와 몇몇 시민단체의 반대로 법 개정이 번번이 무산돼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의학적 안전성이 떨어지고 대기업과 대형병원, 민간보험사 배불리기 정책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의료기기 업계는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가 불법인 상황에선 해외 시장 공략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방역대응과 진단키트로 한국이 주목받는 시점에서 이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원격의료에 대한 국내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고 주장한다. 한국에선 원격의료가 불법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유의미한 실적이 없어 해외 시장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20년째 의료 소프트웨어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해외 고객사들이 한국에선 왜 판매를 안 하고 있냐고 많이들 묻는다. 이 부분에서 외국 기업과의 경쟁력에서 밀린다”며 “위드 코로나 시대에 원격의료의 적용 범위 확대 등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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