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냐 안보냐'…미·중 '검은' 러브콜 속 갈림길에 선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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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11-3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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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건 美 국무 부장관, 12월 초 방한 추진 중

  • 12월 8일 유력, 성사시 中 왕이 방한 2주 만

  • 비건, 한반도 정세 관리 속 동맹 강화 방점

  • 왕이, '경제' 미끼로 美 반중전선 견제 행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vs 동맹’

한국 외교가 또 갈림길에 서 진퇴양난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방한을 계기로 한·중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강화를 대대적으로 과시한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12월 초 방한 일정을 조율 중으로 알려졌다. 

30일 외교가에 따르면 비건 부장관은 연내 방한을 추진 중이다. 유력한 방한 날짜는 12월 8일로 거론되고 있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이 확정되면 지난 7월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한국을 찾게 되는 것이다. 또 중국 고위급 인사가 한국을 방문한지 2주도 안된 시점에 미국 고위급 인사가 방한하는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 추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이뤄지는 것으로 미국 정권 교체기 속 한반도 상황 관리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 1월 북한 노동당의 최대 정치행사인 제8차 당 대회를 앞둔 북한의 동향 파악을 위한 방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7월 방한 당시 비건 부장관이 북한 문제보다 한·미 간 동맹관리에 더 목소리를 낸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그의 방한 목적이 한·미동맹 강화, 왕 부장의 방한 결과에 따른 대중(對中) 견제 행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미국 국무부는 왕 부장의 방한과 동시에 ‘6·25전쟁’과 관련 중국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한·중이 가까워지는 것을 견제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한국과 미국은 피로 맺은 혈맹”이라면서 한·미 동맹 관계를 강조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7월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국으로선 미국과 중국 두 나라 중 한 곳만 선택할 수 없다.

‘다자주의·동맹강화’를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동맹’으로 묶여있는 한·미관계는 더 발전할 수밖에 없다. 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으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이 한국보다 미국과 대화하길 원한다.

그렇다고 미국과 대립 구도에 있는 중국의 손을 완전히 뿌리칠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무너진 경제 회복에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특히 왕 부장이 방한을 계기로 던져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후속협상과 한·중·일 FTA 협상 추진은 한국이 원하던 바다.

물론 중국의 한·중, 한·중·일 경제협력 추진은 바이든 정부의 한·미·일 3각 동맹 복원 움직임을 사전에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외교부는 한·중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했다는 한·중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 외교부 발표문에는 없던 글로벌 데이터안보구상, 한·중 2+2(외교부·국방부) 대화 개최 문제 논의 등을 언급했다. 글로벌 데이터안보구상은 화웨이 등 중국 정보통신(IT)기업을 배제하는 미국의 ‘클린 네트워크’ 구상에 대한 대응책이다.

미국의 반중(反中) 전선에 참여하지 말라는 압박은 없었지만, 미·중 간 민감 사안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한 것이다. 결국, 왕 부장의 ‘한·중 협력 강조’는 미·중 전략적 경쟁 속 한국을 ‘우군’으로 만들겠다는 중국의 검은 속내가 담긴 ‘러브콜’이었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의전계획에 없던 악수라 왕이 외교부장이 잠시 머뭇거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런데도 한국은 중국의 경제협력 제안을 거부할 수 없다.

세계 최대 FTA로 불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이어 한·중·일 3국 FTA까지 체결되는 경제협력이 이뤄지면 미국, 유럽연합(EU)에 대응할 수 있는 아시아 신(新) 경제블록이 탄생할 수 있다. 또, 그 속에서 한국은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 미국, EU에 맞서 국제무대에서 경제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나오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중 간 전략적 경쟁 속에서 ‘경중안미(經中安美·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라는 전략적 모호성 이른바 ‘양다리’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이제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중 간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미국의 대중 견제정책이 트럼프 대통령 때보다 더 교묘해져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거란 우려도 있다.

서창배 부경대 국제지역학부 교수는 최근 통화에서 “미·중 간 충돌은 바이든 정부에서 더 격해질 수 있다”면서 “바이든 정부가 대중 견제조치로 ‘통상압박’ 카드를 꺼낼 수 있는데, 사전에 한국을 통해서 경고장을 먼저 날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가 기본적으로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규제를 높은 수준으로 강화하지는 않겠지만, 대중 견제를 위해 경제적으로 가까운 한국을 압박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동맹 관계를 역으로 이용해 한국 정부에 미·중 사이에서 명확한 입장을 취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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