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빚투’열풍에...저축銀서 빌린 돈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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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기자
입력 2020-11-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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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금융권 대출 규제 강화 '풍선효과'

  • -취약차주 중심 부실 문제 불거지나

[사진=연합뉴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빚 내서 투자), 코로나19에 따른 생활고로 가계 빚이 급증한 가운데, 저축은행에서 빌린 돈도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정부가 1금융권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저축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금융당국은 고금리로 대출 받은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가계대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585조5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9조5000억원(2.6%) 늘었다.

금융업권 중에서는 저축은행의 증가폭이 가장 컸다.

올 3분기 말 기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9조5913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8267억원(6.57%) 넘게 늘었다. 올해 들어 저축은행 가계대출은 매 분기 8000억~9000억원의 증가세를 보여왔는데, 3분기에는 2배 이상 급증했다. 한 분기에 저축은행 가계대출이 1조원 넘게 증가한 것은 2017년 1분기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은행 등 1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저축은행을 찾는 발길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금리를 높이는 등 대출 속도 조절에 나서자, 빚을 내 생활자금을 마련하고 집과 주식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저축은행으로 넘어온 것이다. 1금융권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현실화된 셈이다.

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시중은행의 경우 40%지만, 저축은행은 90%다. 이는 시중은행의 대출 한도가 꽉 찬 차주들도 저축은행에서는 추가로 자금을 빌릴 수 있다는 뜻이다.

저축은행 가계대출 급증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저축은행의 경우 이자 부담이 커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부실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저축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13~20%에 분포돼 시중은행보다 3배 이상 높다. 만약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에 나섰다면 20% 이상의 수익을 올려야 해, 투자 수익률 측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부동산 시장 역시 규제가 강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단기간 내 현금화가 어렵기 때문에, '빚투' 실패 시 고금리 대출을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원도 저축은행 가계대출 급증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전반적인 경기 불황이 가계대출 급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최근의 증가세가 일시적 현상인지 여부를 파악 중이다. 다만 저축은행 신용대출이 고금리라는 점에서 주식시장에 대거 흘러가진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도 시중은행과 같은 수준의 고가주택(9억원 이상) DSR을 적용하고 있으며, 최근 늘어난 대출은 대체로 가계용도인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권의 신용대출 규제강화에 따라 저축은행에 대출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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