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예술서적 출판사가 조명한 ‘추상미술의 거장’ 유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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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0-11-2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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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리졸리 출판사, 한국작가 최초 유영국 모노그래프 발간

<유영국: 정수>(Yoo Youngkuk: Quintessence). 사진: 안천호 [이미지=국제갤러리 제공]


세계적 예술서적 출판사인 ‘리졸리’(Rizzoli)가 ‘한국 추상 미술의 거장’ 유영국의 미술사적 가치를 조명하는 모노그래프를 출간했다.

한국 현대미술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색채의 마술사’ 작가 유영국(1916~2002)의 영문 모노그래프 <유영국: 정수>(Yoo Youngkuk: Quintessence)가 오는 12월 1일에 리졸리에서 발간된다.

이로써 유영국은 리졸리가 모노그래프를 출간한 첫 번째 한국작가로 기록되게 됐다. 지난 수년 간의 준비 끝에 미공개 작품부터 대표 작품까지 유영국의 추상세계를 총망라한 360쪽의 모노그래프다.

리졸리는 미술·패션·인테리어 디자인·요리·건축·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련된 동시대적 감성을 담은 출판물로 명성을 쌓은 출판사다. 특히 최근 발표한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1923~1997), 에드 루샤(Ed Ruscha·b.1937),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b.1939),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1909~1992) 등 미술 거장들의 신간을 비롯해, 가치 있는 문화 면면을 기록한 수많은 책을 통해 전 세계 독자들의 고른 지지를 얻고 있다.

이번 모노그래프 <유영국: 정수> 발간은 그간 한국의 자연을 점·선·면·색의 기본 조형요소로 환원함으로써 김환기와 더불어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으로 평가받아온 유영국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전 세계에 더욱 활발하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밀라노를 기반으로 아시아·태평양과 중동지역의 문화예술 프로젝트에 관한 글을 쓰는 작가이자 에디터로 활동 중인 편집자 로사 마리아 팔보(Rosa Maria Falvo)는 서문에서 유영국의 작업을 높이 평가하며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유영국의 작품 속 형태들은 특정한 사물에 얽매이지 않은 채 유동적으로 진화하는 동시에, 그 기하학적 구조를 통해 작가 표현의 결정체를 담아낸다. 자연은 부인할 여지 없이 그에게 영감이 되었으며, 경이로움과 겸손함에 기반한 이 특별한 유대는 그가 살면서 경험한 파괴와 비극을 향한 갈망에 맞서는 이로운 해독제 역할을 해주었다.”

<유영국: 정수>에 함께한 편집자 및 필진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필진으로 참여한 가브리엘 리터(Gabriel Ritter)는 현재 미국 미니애폴리스 미술관(Minneapolis Institute of Art·MIA)의 현대미술 부문을 이끌고 있는 큐레이터다. 이 책에 수록된 글 ‘자연, 그 안과 밖’을 통해 유영국이 일본 아방가르드 및 한국 앵포르멜을 거쳐 온전한 기하학적 추상세계를 일구기까지의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다뤘다.

또한 작가의 탄생 100주년 기념전 ‘유영국, 절대와 자유’(국립현대미술관· 2016)를 기획한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는 독자적인 추상회화 스타일을 확립해가는 작가의 여정을 일제강점기의 대한민국과 일본의 역사적·미술사적 맥락에서 조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전 관장이자 현재 페루 리마 미술관(Museo de Arte de Lima·MALI) 관장인 바르토메우 마리(Bartomeu Mari)는 유영국의 작업을 통해 한국 고유의 아방가르드의 출범을 근대사적 맥락에서 사유했다. 모노그래프는 리졸리 출판사와 국제갤러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다.

<유영국: 정수>(Yoo Youngkuk: Quintessence) 표지. 사진: 안천호[이미지=국제갤러리 제공]


모노그래프에는 거장의 인생이 담겨 있다. 유영국은 1930년대 후반 일제에 의해 억압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절대적인 추상을 통해 이상향을 지향하고자 한 예술적 열망에 힘입어 동경유학 길에 올랐다.

당시 일본은 서구의 초현실주의와 구성주의 문법의 영향 아래 다양한 탈회화적 매체를 활용하는 전위예술이 융성하던 시기였다. 유영국은 자유미술가협회와 독립미술협회 등의 그룹활동을 통해 일본 전위예술의 대표 작가들 및 비평가들과 교류하고 전시를 개최하는 동시에 3차원의 공간을 넘나드는 매체인 릴리프(부조)와 사진의 조형가능성을 탐구했다.

이렇게 새로운 조형 언어를 습득하는 동경 유학시절을 지나 귀국 후에는 신사실파(1948년 창립), 모던아트운동(1956년 창립)과 같은 그룹활동에 힘썼다.

1964년 지천명의 나이에 신문회관에서 연 첫 개인전을 기점으로, 그는 격동하는 세계와 주변 자연을 선·면·색 등의 기하학적 구조 및 질서로 환원함으로써 조형예술의 영역과 시대 및 사회의 관계를 내면화하고 심화하는 일에 주력했다. 기하학적 조형에 기반한 초기의 절대 추상은 그만의 독자적인 회화 스타일로 확립됐다.

‘유영국 절대와 자유: 유영국 탄생 100주년 기념전’에 소개된 그의 말에는 예술에 대한 끝없는 열정과 강한 의지가 가득 담겨 있다.

“창작과정에서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을 때에 나는 항상 뚫고 나갈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작품은 다음 작품을 위한 과정이고 계속적으로 작품을 해야 되는 근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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