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S골프장 퇴장 사건…골프장은 '내로남불'·공정위는 '졸속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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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입력 2020-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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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장객·골프장 주장 달라

  • 3번홀 그린서 퇴장 조치

  • 그린피·카트비·캐디피 요구

  • 공정위는 조사서 '허점 투성~'

  • 같은 맥주 골프장서 4배 가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외부에서 반입한 맥주 마셨죠? 퇴장 조치하겠습니다."

지난 8월 경북 칠곡군에 위치한 S골프장 3번홀(파4) 그린. 라운드 중이던 골퍼 A씨와 일행 3명은 경기과의 지시에 따라 갑작스레 스타트하우스로 이동했다. 골프장 음식물 반입 금지를 어겼기 때문이다.

경기과 직원은 "그린피, 카트비는 홀 정산이고, 캐디피는 전액 내셔야 한다. 경고는 필요 없다. 공지에 따라서 룰을 안 지켰으니 퇴장"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이해할 수 없었고, 지난 9월 국민 신문고를 통해 S골프장을 신고했다. 해당 건은 경기 과천시에 위치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 경쟁과에 접수됐다.

A씨는 신고 내용에 'S골프장에서 라운드 중 맥주 한 캔을 마셨다가 퇴장당했다. 가져간 음식은 먹지 않았다. 이는 2009년 공정위의 시정조치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 우월적 지위에 의한 조치로 판단된다. 퇴장 조치는 골프장의 '치맥 이벤트'를 위한 불공정한 행위로 보인다'고 적었다.

여기서 A씨가 언급한 '치맥 이벤트'란 라운드 중 카트에서 치킨과 맥주를 즐길 수 있는 행사다. S골프장에는 경북에서 유명한 치킨 체인점인 C사가 입점해 있다.

조사관은 A씨에게 지속적으로 자료를 요청했다. '치맥 이벤트' 자료도 첨부했다. 그러나 두 달 뒤 처리 결과를 받은 A씨는 망연자실했다.
 

공정위 처리 결과[사진=A씨 제공]


공정위는 S골프장의 처지를 대변하기 바빴다. '2009년 시정조치는 회원제 골프장과 회원 간의 관계다. S골프장은 대중 골프장이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 음식물 반입 금지는 사전에 고지됐다.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면 퇴장 조치는 거래상지위남용행위라 보기 어렵다'고 말이다.

졸속 행정도 포착됐다. 추가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치맥 이벤트'를 골프장 내 음식(맥주) 할인 판매 이벤트라고 표기했다.

기자는 조사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알아보고 연락 드리겠다"던 그는 더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사흘 뒤 공정위 대변인실을 통해 해당과 과장과 가까스로 전화 연결이 됐다. 그는 "회원제는 안 되고, 대중제는 되고의 문제가 아니다. 회원은 이 골프장이 아니면 대체할 곳이 없다. 대중 골프장은 이곳이 아니더라도 대체할 곳이 있어서 차이를 둔 것"이라며 "라운드 전 음식물 반입 금지에 대해 동의했다면, 골프장 운영에 필요한 조치(퇴장)이기에 거래상지위남용행위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자는 S골프장에서 진행 중인 '치맥 이벤트'를 아는지 물었다. 그는 "몰랐다"며 "그런 부분이 있었다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 육하원칙으로 다시 신고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A씨는 조사관에게 연락했다. 그도 해당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팩스로 받아서 자세히 확인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황당한 부분이다. 전결된 문서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직인과 함께 두 명의 서명이 들어 있었다. 조사관과 과장이다. 하지만, 이 두 명은 '치킨 이벤트'도 인지하지 못한 채 결과지를 송부했다. 그리고는 "다시 신고해달라"고 요구했다.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 골프장에 대한 해석도 모호하다. 그렇다면 회원은 다른 골프장에 못 간단 말인가.
 

[그림=S골프장 홍보 포스터 일부 발췌]


이번엔 S골프장 관계자의 말을 들어봤다. 그는 "A씨의 주장(맥주 두 모금)은 잘못됐다. A씨와 그의 일행은 가져온 맥주 두 캔을 마셨고, 몰래 치킨을 먹다가 들켰다. 캐디가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말을 듣지 않아서 퇴장시켰다"며 "퇴장의 이유는 식중독에 대한 우려"라고 주장했다.

그런 그에게 '치맥 이벤트'에 대한 질문을 했다. 그랬더니 그는 "우리 골프장에는 C사가 입점해 있어서 라운드 중에 카트에서 치맥을 즐길 수 있다"며 "골프장에서 판매하는 음식은 식중독에 걸려도 책임질 수 있지만, 내장객이 가져온 음식은 책임질 수 없다. 그래서 퇴장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의문이 들었다. 카트에서 음식을 먹는 행위는 괜찮을까. 칠곡군청 위생과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대변인실의 답변은 일맥상통했다. "골프장이 판매하는 음식을 카트에서 라운드 중 먹고 마시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말이다.

유명 골프장 관계자는 "공정위나 정부에서 기준을 정해줬으면 좋겠다"며 "간단한 음식(빵·떡·김밥·과자 등)과 약간의 물·주류·음료수는 괜찮을 것 같지만, 홍어 등 냄새나고 다른 내장객에게 불쾌감을 주는 음식이나 과도한 주류 반입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영화관은 2008년 공정위 시정조치 이후 음식물 반입을 허용하고 있다. 덕분에 3대 영화관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은 매점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해외에서 보기 힘든 국내 골프장 음식물 반입 금지는 아직 결말이 나지 않았다. A씨와 S골프장의 주장 중 겹치는 부분은 맥주다. A씨가 사 온 이 맥주는 공교롭게도 S골프장에서 판매 중이다. S골프장에서는 6000원, A씨가 산 가격은 1500원이다. 딱 4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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