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기업 달래려고 한발 물러선 구글... "인앱 결제 강제는 내년 9월로 연기"(종합)

강일용 기자입력 : 2020-11-23 17:40
신규 앱 인앱 결제 강제 시기 1월 20일→9월 30일로 연기... 기존 앱과 정책 적용 시기 일치시켜 한국 정부와 인터넷 기업 달래고 '앱 마켓 갑질방지법'의 연내 통과 막으려는 행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구글이 플레이스토어 신규 앱에 대한 '구글 인앱 결제(IAP) 강제'와 '디지털 콘텐츠 수수료 30% 정책'의 시행 시기를 내년 1월 20일에서 9월 30일로 연기했다. 인앱 결제 강제와 높은 수수료로 화난 국내 앱 개발사와 정부를 달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책을 철회한 것이 아니라 연기한 것인 만큼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23일 구글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구글은 앱 생태계 상생 포럼을 비롯한 많은 한국의 개발자와 전문가로부터 전달받은 의견을 수렴해 최근 발표한 구글플레이 결제 정책 명확화에 따라 영향을 받는 소수의 신규 콘텐츠 앱의 경우에도 유예기간을 2021년 9월 30일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신규 앱은 내년 1월 20일부터 변경된 정책을 따르고, 기존 앱은 내년 9월 30일부터 따라야 한다는 기존 방침을 접고 신규 앱과 기존 앱의 적용 시점을 동일하게 맞춘 것이다.

앱 생태계 상생 포럼은 구글이 지난 6일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를 중심으로 구성한 10여명 규모의 전문가 조직이다. 지난 20일 진행한 첫 회의에서 신규 앱과 기존 앱의 정책 적용 시점에 차별을 둬서는 안된다고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한국에만 적용된다. 구글이 글로벌 표준을 강제하지 않고 특정 국가에 한정된 정책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인도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서 구글은 인도 플레이스토어에서 인앱 결제 강제 시기를 2022년 4월로 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인도 개발사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인도에서 이용되는 결제 시스템과 구글의 시스템을 연동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이뤄진 조치다.

국회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주 이원욱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의 요청으로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욱 의원실 관계자는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과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과 협의를 거쳐 구글에 지속적인 대안 마련을 촉구해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이원욱 위원장은 "구글이 시장에서 갖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무엇보다 중소 앱 개발자들의 성장을 통한 건강한 모바일 앱생태계를 조성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과방위 위원과 함께 국내 앱 개발사와 앱 이용 고객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주시하겠다"고 전했다.

인터넷 업계에선 구글의 이번 조치를 두고 "한국 중소 앱 개발사의 불만을 잠재우고, 과방위가 추진 중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앱 마켓 갑질방지법)'의 연내 통과를 막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과방위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회기인 12월 9일 전에 통과시키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려면 오는 26일 열리는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이 의결되어야 한다.

이를 두고 과방위 여당 위원들은 구글이 내년 1월 20일부터 인앱 결제 시스템 강제와 수수료 30% 정책을 시행하는 만큼 소급 적용 문제가 생기기 전에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과방위 야당 위원들은 졸속으로 법안을 통과하면 한·미 FTA 등 통상에 관련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좀 더 자세하고 구체적인 논의와 조율을 거쳐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구글이 9월로 정책 시행 시기를 연기함에 따라 야당 위원들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애플의 기습적인 반값 수수료 정책 발표도 구글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18일 애플은 내년 1월 1일부터 연 매출 100만 달러(약 11억원) 이하인 스타트업이 앱스토어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할 경우 결제 수수료를 30%에서 절반 인하한 15%만 받겠다고 밝혔다.

반면 구글은 "이번 결정은 한국 개발자들이 관련 정책을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고, 2021년부터 시행될 크리에이트(K-reate) 프로그램 관련 프로모션도 활용하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에이트 프로그램이란 구글이 한국 앱 개발사에 1억 달러(약 117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는 지원 프로그램이다. 지난 9월 구글 인앱 결제 시스템 강제와 수수료 30% 인상 정책과 함께 공개했다. 1억 달러의 투자금은 내년부터 국내 디지털 콘텐츠 앱 개발사의 마케팅 프로그램 개발이나 이벤트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또한 구글은 국내 웹툰, 웹소설, 음악 등 디지털 콘텐츠 제작·유통사가 해외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함께 밝혔다.

구글은 "건강한 모바일 앱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며, 한국의 개발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비즈니스를 성장하고 성공시킬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기존의 게임에 대한 구글플레이 결제 정책에는 영향이 없다는 점 또한 참고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는 향후 한국 정부, 국회, 앱 개발사의 움직임에 따라 디지털 콘텐츠 수수료 인상 정책에는 변화가 있을 수도 있지만, 기존부터 진행해온 게임 앱 수수료 30% 정책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한편, 구글의 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한국 정부와 인터넷 업계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 기관은 구글 앱 마켓 정책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내 200여개 인터넷 기업이 가입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국내 1200여개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구글 인앱 결제 강제 정책에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고 국회와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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