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코로나세대의 탄생] "빼앗긴 8개월, 허무하고 불안하다"… 95년생들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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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20-1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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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상 못했던 코로나19 여파로 일 구하지 못한 청년들 아우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영향으로 고용 한파가 이어지면서 10월 취업자 수가 6개월 만의 최대 감소를 기록한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취업준비생이 면접을 보기 위해 고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취업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자격증을 따고 '스펙'을 쌓으며 취직을 준비했던 취업준비생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채용 절벽에 내몰렸다. 외환위기 이후 취업전선에 뛰어든 X세대는 안정을, 글로벌 경영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한 밀레니얼 세대는 '욜로(YOLO)'를 추구했다. 예측할 수 없는 돌발 변수로 시스템이 흔들릴 때마다 사회초년생들은 이전 세대와는 다른 인생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다. 1990년대생 'Z세대'의 사회 진입을 앞두고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의 질서를 바꾸고 있는 지금, 이들은 2020년을 어떻게 보내고 있으며, 어떤 미래를 기대할까?

"지난 1월까지만 해도 학교 졸업하면 취직해서 여행 계획도 세우고 취미생활도 제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코로나가 8개월이나 이어졌네요. 코로나한테 8개월을 빼앗겼다고 생각해요. 허무하고 억울하고. 근데 얼마나 더 지체될지 알 수 없다는 게 제일 불안하죠."

수도권 대학 철도경영학과를 졸업한 최명우씨(가명·25)와 작업치료학과를 졸업한 김혜준씨(가명·25)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업이 지연된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들은 8개월의 시간이 멈춰버렸다고 토로했다. 1995년생 동갑내기인 명우씨와 혜준씨는 각각 다니던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명우씨는 졸업과 동시에 서울교통공사에 합격했다. 그는 2월까지만 해도 한창 교육을 받으며 앞으로의 직장생활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곧 대구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교육은 중단됐다.

명우씨는 "코로나19 확산 초반만 하더라도 한두달 기다리면 발령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최씨의 기대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밀렸던 교육은 4월 재개됐지만 5월 이태원발 확산으로 다시 중단됐다.

명우씨는 여전히 대기발령 상태다. 10월 개통 예정이었던 하남선이 공사가 밀리면서 개통 일정도 미뤄졌기 때문이다. 공사가 밀린 것도 코로나19 때문이다. 아직 회사와 계약서도 쓰지 못했다. 정상적으로 출근했다면 벌었을 8개월간의 월급과 호봉도 영원히 되찾을 수 없게 됐다.

그런데도 명우씨는 "그래도 저는 취직은 됐으니까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함께 대학을 졸업한 동기나 선후배들은 내년도 채용 TO가 급감할까 걱정돼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그는 "아는 동기의 부모님은 '이건 다 지나갈 거니까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며 "내년이면 같은 학과에서 또 졸업생이 취업시장에 유입될 거고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혜준씨도 2월 졸업 후 이력서를 넣으며 취업을 위해 발로 뛰어다녔다. 서류에 붙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며 취직을 위해 노력하던 중 코로나19가 확산했다. 병원들이 바빠지면서 채용도 흐지부지됐다.

지난 6월에는 채용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력서를 넣었던 병원에 코로나19로 확진자가 발생해 영업이 중단되면서 사실상 채용이 중단되기도 했다.

혜준씨는 "코로나블루라고 하잖아요.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 요즘은 그런 기분을 느낍니다. 집에 있는 게 더 편하고, 아무래도 번화가는 좀 불안하니까 친구들도 잘 안 만나게 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를 하기에도 불안감이 앞선다고 말했다. 명우씨는 "혹시나 알바 장소에 확진자가 다녀가거나 해서 자가격리에 들어갔을 때 회사에서 출근하라는 지시가 나오면 어떡할지 걱정이 된다"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실제로 주변에서 자가격리를 하느라 자격증 시험을 못 본 사례를 보면서 아르바이트 생각을 접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업종으로 여행업과 항공업이 꼽힌다. 항공업 또는 여행업에 종사하려던 꿈을 꾸던 청년들은 진로를 수정하거나 꿈을 이루는 것을 미뤘다.

전윤씨(24·가명)는 항공사 승무원 지망생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여행객과 항공 수요는 날로 치솟았으며 신규 저비용항공사(LCC)도 취항을 앞두고 있었다. 기회는 도처에 널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항공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해 역대 최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는 진로를 변경하기로 했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승무원의 꿈은 일단 접어두고 취직을 해 경력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나마 저는 전공이 언어 쪽이라 플랜B를 세울 수 있는데, 같이 취업스터디를 했던 멤버 중 항공과를 나온 친구들은 그야말로 자포자기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준원씨(25·가명)는 스타트업에 다니면서 여행 관련 앱 개발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코로나19가 터졌다. 금방 수그러들 줄 알았지만 앱 개발은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사회에 진입하기 전부터 큰 장애물을 만난 이들 청년들에게 코로나19 확산 이후 8개월은 '아무것도 아닌 시간'이다. 경력을 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여행을 다닐 수도 없다. 이들은 "하다못해 후회없이 놀 수라도 있었으면 이렇게 허무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번화가에는 여전히 사람이 북적거린다'고 말하자 "다 대학생들일 것"이라며 "취준생이라면 불안해서 못 논다"고 강조했다. 

속상한 순간도 많았다. 취업이 안 된다는 기사에 "눈을 낮춰서 가라"든가 "배부른 소리를 한다"는 댓글을 볼 때마다 그랬다. 계획했던 인생의 진로를 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연말이지만 설레지 않고 내년에 대한 기대도 없다. 기대는커녕 불안함과 무기력함만이 남았다.

혜준씨는 "해외여행이 내년이라고 가능할까 싶다"며 "그래도 집이나 집 근처에서 할 수 있는 소소한 취미라도 찾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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