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소송' 트럼프, 'YMCA'에 되레 소송 위기 맞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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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입력 2020-11-0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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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인기곡 'YMCA'에 맞춘 댄스 영상으로 화제

  • "이미지 변신" vs "동성애 활용하려는 정치적 목적"

  • 원곡자 측 "음원 허용한 적 없어...수일 내 소송 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몬터스빌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YMCA' 노래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쓴맛을 보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 밀리는 데 이어 저작권 문제로 소송에 처할 위기에 놓인 탓이다. AFP통신 등 외신의 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복수의 변호인단은 트럼프 캠프가 그룹 빌리지 피플의 노래 'YMCA'를 허가 없이 선거운동에 사용한 데 대해 '수일 내에' 공식 문제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스타' 만들어준 'YMCA'는 어떤 곡? 

트럼프 대통령이 'YMCA'로 주목받은 것은 10월 중순께부터다. 지난달 12일 유세가 있었던 플로리다 주 올랜도 외곽 샌퍼드 국제공항에서 연설을 마친 직후였다. 음악이 흘러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주먹 쥔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접는 동작을 반복했다. 고개를 흔들면서 무릎을 움직여 박자를 맞추기도 했다. 

이 모습이 소셜미디어에서 패러디물로 쏟아지면서 노래도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춤추는 영상은 지난 4일 현재 트위터에서만 조회수 2000만 회를 넘었다.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이 영상을 자신의 트위터 상단에 고정했고 이후 조회수가 2400만 회로 늘었다"고 전했다. 이후 유세 현장마다 이 음악이 흘러나왔다.

현지 언론은 'YMCA'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미지 변신의 기회를 줬다고 평가했다. ​10월 12일 연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돼 치료를 받다가 음성 판정을 받은 뒤 첫 공식행사였다. 신나는 음악에 맞는 활기찬 모습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는 것이다. 다만 NBC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 댄스는 치명적인 팬데믹과 경기 침체, 인종 차별 논란으로 얼룩진 올해를 생각하면 경솔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YMCA'는 빌리지 피플의 대표곡 중 하나다. 흑인과 백인 6명으로 구성된 빌리지 피플은 1970년대 후반 디스코 붐을 타고 결성됐다. 친숙하고 신나는 음악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동성애 밴드로도 유명하다. 성적소수자(LGBT)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트럼프 캠프가 'YMCA'를 이용해 또다시 LGBT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고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로 LGBT 반대 정책에 의지를 보여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을 코앞에 두고 "성 소수자를 지지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당선 후에는 제프 세션스와 마이크 펜스를 각각 법무장관과 부통령에 내정했다. 둘 다 반(反)LGBT 운동으로 유명한 인물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 대부분은 LGBT 정책에 혐오를 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2017년 10월 LGBT를 반대하는 행사에 직접 참석해 연설하기도 했다. 

아일랜드 마이누스 대학의 제이미 사리스 부교수는 "(빌리지 피플이 활동한) 1970년대 후반은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가 새로 출현한 시대로, 미국에서는 이 바이러스가 곧 '게이 전염병'이라는 인식이 퍼졌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런 노래를 사용한 것은 현재 중년이 된 백인들의 젊은 시절을 추억을 상기하기 위한 욕망이 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편파적 사용 용납 못해...미국·프랑스 법원에 저작권 소송"

앞서 빌리지 피플의 리드 싱어인 빅터 윌리스는 지난달 15일 페이스북에 “'YMCA'는 동성애자들만의 성가가 아니다"라며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그렇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인기를 끌지 못했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그러다 논란이 계속되자 같은 달 29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측에 'YMCA'를 더 이상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미국 NBC의 유명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도 패러디가 등장했다. 지난달 24일 방송에서는 진행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춤을 소개하자 춤추는 영상이 소개됐다. 곧바로 무대에 5인조 그룹이 무대에 등장해 "우린 당신을 지지한다고 한 적 없기 때문에 우리 노래를 사용하려면 돈을 내야 해"라고 개사해 공연했다.

1978년 공개된 'YMCA'는 다양한 영상에 등장했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 선거 유세장 등에서도 꾸준히 나왔다. 록그룹 롤링스톤스 등 다른 음악가들에게서 음악 사용 허가를 받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빌리지 피플 측은 그동안에도 트럼프 캠프가 이 음악을 사용하는 데 대해 지속적으로 불쾌함을 나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저작권 보유자들은 트럼프 캠프가 허가 없이 'YMCA'를 편파적이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미국과 프랑스 법원에 조만간 소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전체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절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5일 현재 바이든 후보는 264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상태다. 바이든 후보의 대선 승리가 가까워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긴급 회견을 열고 불복할 것임을 시사했다. 우편투표 용지를 이용해 선거를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방대법원까지 언급하면서 법적 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AP통신은 "트럼프 캠프가 미시간주 와 조지아 주에서 제기한 소송이 이미 기각됐다"며 "향후 소송 방향은 트럼프 캠프가 얼마나 많은 증거를 가졌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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