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수출 여건,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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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
입력 2020-11-0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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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


많은 의료 및 보건 전문가들이 경고했었다. 진짜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올겨울 다시 크게 유행할 거라고.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지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심상치 않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만 해도 올해 1월 중하순경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고 확산세가 심해진 2~3월 날씨가 매우 추웠다. 바이러스 생존에 유리하고 추운 야외가 아닌 밀폐된 실내 활동이 많아지는 겨울이 오고 있다.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유럽이 다시 봉쇄되고 있다. 프랑스가 5개월 만에 재봉쇄되고 유럽에서 밤 경기가 다시 사라졌다. 독일도 11월 2일부터 한달간 음식점과 주점, 영화관과 공연장 등 여가 시설이 닫힌다. 여름 바캉스 시즌부터 유럽 주요국이 국경을 열고 관광객을 받아들였지만, 코로나19가 빠르게 재확산되면서 언제 또 국경이 봉쇄되고 이동이 금지될지 걱정이다. 예상되었다고는 하지만, 막상 벌어지니 다시 그때로 돌아가야 하나 지긋지긋하다.

2분기 역성장을 버텨내고 3분기에 반등을 보인 한국 경제. 3분기 반등의 효자가 수출인데, 글로벌 주요국이 다시 봉쇄된다면 수출 경기 역시 꺾일 가능성이 있다. 한국도 그렇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재고가 많아 소비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생산이나 투자, 수입을 더 하는 것이 아니라 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만 소진할 것이다. 주요 20개 선진국(G20)의 실업률은 2019년 4분기에 4% 중반 수준이었다. 코로나19 충격의 영향을 받은 2020년 2분기에는 8% 중반까지 치솟았고, 그 이후에는 서서히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2021년 4분기가 되어도 6%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위기를 버텨내는 가계의 소득 여건은 여전히 어렵다.

바이러스의 재확산과 경기 사이클은 이제 실과 바늘처럼 서로 연관되어 이 중 하나가 올라가면 다른 것은 그 이후에 따라 올라오고, 내려가면 따라 내려가는 패턴을 보일 것이다. 예를 들어 내년 이맘때쯤 신규 확진자 수와 경기동행지수나 수출 증감률을 그려보면,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등락의 모습이 서로 겹칠 것 같다. 이는 수출 경기가 단기적으로는 등락을 보일 것이라는 맥락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래 두 가지 사항은 단기적으로 리스크나 기회 요인이 아니라 국내 수출에 구조적이고 중장기적인 위협 요인이다. 그것은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이고 중국공산당의 쌍순환 전략 채택이다.

먼저 미국 이슈부터 보자. 글로벌 교역 환경은 트럼프가 재선되는 것보다는 바이든이 당선되는 쪽이 더 우호적일 것이다. 바이든이 기존의 다자간 협력체제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든이 국제통상 질서를 존중한다고 해서 교역 상대방을 압박한 트럼프 시절보다 한국의 수출 환경이 현격히 더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바이든도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통상 부문 기조도 무역협정의 규정을 지키지 않는 나라에 대해서 페널티를 가하고 미국산 인정 범위를 강화하는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바이든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공격적이다. 바이든은 올해 상반기에 발생한 중국의 이슬람 소수민족 위구르 인권 탄압에 대해 제노사이드(genocide·인종청소)라고 강경하게 비판했다. 다자통상체제를 지지하는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동맹국의 목소리를 기대할 수 있는데, 이때 한국은 어떤 목소리를 낼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다음은 중국의 쌍순환 전략. 이것은 코로나19 충격에서 V자 경기 반등을 이끈 중국이 자신감을 갖고 내세운 내수 중심의 경제 성장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이 나온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자국 경제만을 생각하는 자국이기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는 가운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세계 교역이 위축되고 있었고, 전 세계의 수요 감소가 진행되는 가운데 수출에만 의존해서는 답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연구센터(CSIS)도 올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쌍순환의 핵심은 세계 경제의 기복에서 대외 경제에 노출된 중국 경제를 보호하는 틀을 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여건 변화에 더해 중국이 느끼는 자신감이 더해졌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부터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 방향을 틀었다. 수출품에 장착되는 소재와 부품을 자국산으로 많이 대체하였다. 2025년까지 10대 핵심 산업의 부품 및 소재 국산화율을 70%까지 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런 노력의 영향으로 GDP 대비 상품 교역 비율이 2006년 65%에서 2019년 36%로 낮아졌다. 중국 경제가 굳이 교역에 크게 의존하지 않아도 돌아가게 된 것이다.
결국 한국의 1, 2위 수출 시장인 중국과 미국 모두 자국중심주의를 내세우고 자국의 내수 성장력을 믿고 있다. 과거만큼 교역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상품을 소비해주는 시장 여건이 과거만큼 녹록지 않다.

보다 견고한 수출 경기 회복세 지속을 위해서는 시장에서 환영 받는 상품을 공급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품질 경쟁력에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커지는 중국 경제의 위상, 중국 시장의 규모 등을 고려하면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중국 소비 시장을 겨냥한 제품, 대륙인의 입맛에 맞는 품질과 디자인을 갖춘 상품과 서비스에서 승부를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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