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경제 전망, 숫자 너머의 스토리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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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
입력 2020-10-0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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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


매년 이맘때면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 도출을 위한 작업을 하는데, 올해 작업하는 내년도 전망은 예년에 비해 힘들다. 일단 올해 경제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정 수준에서 한참 벗어난 이상치(異常値)를 전망하는 것도 어렵고, 다시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는 것까지도 아주 큰 낙폭과 반등을 동시에 가늠하는 작업이다. 올해는 전망 작업에서 빠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그러나 경제 전망은 필요하다. 현재 시점에서 바라보는 향후 경기 흐름에 대한 관점을 정리하고 대응하기 위함이다. 바로 앞에서 정상이 아닌 경제 상황에서 성장률 수치를 맞히는 것이 힘들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했지만, 사실 전망 작업은 단순히 수치를 도출하는 작업만은 아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성장률 3% 사수가 큰 이슈였지만 성장률 2.9%와 3.1%가 그렇게 다른가. 그것보다는 각 지표의 흐름을 보았을 때 어떠한 이슈가 있었기에 그 지표가 현재 지금 상황에 이르렀고, 그 이슈를 야기했던 배경이 크게 바뀌지 않으면 내년에도 지금과 같은 흐름이 이어질 수 있겠구나 등등의 스토리를 점검하는 기회이다.

그럼 점검해 보자. 올해 경제가 침체 상황인 것은 코로나 충격 때문이다. 그 충격이 어느 정도인가 감을 잡기 위해 과거 경제 위기 당시와 비교해 보면, 성장률에 미치는 충격은 과거 위기보다 적었다. 반기별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을 보면 2020년 상반기에 -0.8%를 기록했는데, 오일 쇼크가 있었던 1980년 상반기는 -1.8%, IMF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 상반기에는 -5.2%,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상반기에는 -1.5%를 기록했었다. 물론 예전에는 5~10%의 고성장을 달리고 있었으니 그만큼 하락폭이 컸다고 반론할 수 있겠다.

어쨌건 올해 상반기에 마이너스 성장의 충격을 입었다면, 하반기나 내년 경기 흐름은 호전되는 모습을 보일까. 재고 지표를 기준으로 살펴볼 때 경기 회복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재고가 너무 많이 쌓여 있어 경기가 조금 좋아질 거 같아도 재고부터 소진하지 생산이나 투자를 더 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실 과거 위기 당시에는 재고 소진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4분기부터 1년간 분기별 재고 증감률(전년 동기 대비 기준)은 각각 4.6%, -5.1%, -8.7%, -11.8%로 재고가 빠르게 감소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벌어진 2008년 4분기부터 1년간의 재고 증감률도 IMF 외환위기 당시와 유사하게 처음에는 플러스에서 시작해 나머지 3개 분기 동안에는 마이너스 폭이 더 커지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가 진행되는 현재 재고 흐름을 보면 과거 위기 때와 같은 재고 소진 현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20년 1분기부터 2분기까지 분기별 재고 증감률은 플러스로서 오히려 재고가 쌓이는 상황이다. 향후 경기 회복 조짐이 보여도 생산이나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쌓여 있는 재고를 조정하면서 경기 흐름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도 경기 반등이 미약할 것으로 보는 또 다른 이유는 올해만큼 재정지출이 경기 반등을 견인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에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재정지출 규모는 내년도에도 역대 최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증가율은 2020년에 못 미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의 중기재정지출 계획에 따르면 2019~2021년 재정지출 실적 및 계획은 각각 470조원, 555조원(4차추경 기준), 556조원이다. 올해와 내년 재정지출 계획이 거의 동일하다. 민간 부문에서 확실한 경제 회복 모멘텀이 나오지 않을 경우 정부 재정지출에만 기댄 지금과 같은 회복은 힘들 것 같다.

미약한 경기 반등 전망과 함께 내년도 경제에서 가장 골치 아픈 사안은 고용과 소비의 양극화 문제라고 본다. 고용의 양극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이슈이기도 하다. 코로나 충격으로 인해 연령별, 산업별 및 종사자 지위별로 고용 충격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직장이 있는 중년층보다는 청년층에서의 고용 문제가 심각하다. 정규직은 고사하고 임시직 자리를 알아보아도 그것조차 쉽지 않고, 설령 어렵게 임시직을 얻어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가 내려지면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 상용근로자보다는 임시직 및 일용근로자들이 코로나19 충격에 더욱 취약하다. 산업별로는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의 고용 충격이 더 크다. 서비스업의 속성인 대면 활동이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취약 계층이 고용 충격을 더 심하게 받는 현상이 누적되면서 이런 분들의 소득도 다른 여유있는 분들에 비해 많이 감소하거나 늘어도 덜 늘어나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 충격이 심했던 올해 2분기 소득 하위 40% 분들의 근로소득은 15%에서 20% 정도 감소했다. 같은 기간 소득이 그보다 많은 상위 60% 분들의 근로소득은 3%에서 4% 정도만 감소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가.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의 소비지출 전망이 다른 분들에 비해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작업하는 그 다음 연도 전망 작업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전망치 너머의 이슈와 풀리지 않는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응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정부 재정에 더 이상 기대지 말고 기업이 미래 시대에 도전하기 위한 비전을 세울 수 있는 방향으로 여건이 형성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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