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판매 보다 오피스텔이 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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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0-11-0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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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쇼핑·이마트·홈플러스 등

  • 실적 직격탄 매장 자리에 오피스텔

  • 자산 유동화 후 이커머스 재투자

​집이 돈이 되는 시대다. 오프라인 유통점포 부지에 주상복합과 같은 주거시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판매시설을 줄이고, 주택단지로 개발하거나 구조조정 매물을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자)가 사들여 개발하는 식이다. 코로나19 직격탄과 온라인에 유통 주도권을 내준 점포들이 매출 부진에 시달린 영향이다.

대표적으로 롯데는 불황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해 오프라인 점포 효율화를 추구하고 있는 가운데, 통폐합이나 리츠(REITs) 유동화 외 주택 개발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영업손실을 최소화하고, 재무건전성을 확보,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롯데의 의지는 서울시의 거듭된 어깃장으로 7년간 표류한 상암 롯데몰에서도 잘 드러난다. 1일 서울시·마포구청·관련 업계에 따르면, 상암 롯데몰의 판매시설 비율이 사실상 50%로 결정됐다.
 

롯데쇼핑이 2013년 4월 서울시로부터 1972억원에 매입한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DMC 상업용 3개 필지. [사진=롯데쇼핑 제공]

당초 롯데쇼핑은 판매시설 비율을 82.2%로 놓고 서울 마포구와 은평구, 서대문구 등 서북부 상권에 대형 복합쇼핑 시설을 건립해 지역주민과 DMC단지 근무자를 주 고객으로 삼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롯데는 올 6월 판매시설을 30%까지 줄이겠다고 했다. 서울시와 오랜 시간 줄다리기를 하며 지난한 과정을 보내면서 유통 트렌드가 급변했기 때문이다.

줄어든 판매시설 자리에는 수익형 오피스텔 비율을 늘렸다. 단기간 분양을 통해 개발이익을 회수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상을 변경한 것이다. 빠르게 현금화가 가능한 만큼 금융 비용과 토지 매입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서울시가 이번에는 상암 일대에 오피스·주거시설이 많다는 이유로 개발안을 반려해 사실상 판매시설 50%로 가닥이 잡혔지만, 계획안에서 롯데의 의지는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롯데는 앞으로 진행될 구조조정에서 주택 개발사업을 십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향후 3~4년간 700여개 오프라인 점포 가운데 30% 수준인 200여개의 비효율 점포를 정리해 수익성을 개선할 방침인데, 일부 폐점 점포 부지에 주상복합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3월 롯데쇼핑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택 건설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고, 주택 및 재개발 사업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 7월 강희태 롯데그룹 부회장(롯데쇼핑 대표이사)이 롯데자산개발 대표를 겸직하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 개발 시 롯데자산개발의 주역량을 접목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롯데쇼핑은 문 닫은 임차 매장 롯데마트 수지점을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되사들여 부동산 개발에 나섰다. 오는 12월 31일 문 닫는 롯데마트 대구 칠성점에는 지하 4층 지상 49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롯데마트 구로점도 오피스텔 또는 지식산업센터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홈플러스와 이마트도 마찬가지다. 폐점 결정과 함께 최근 부동산 개발회사에 매각된 홈플러스 탄방점은 높이 46층, 5개동 규모의 오피스텔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홈플러스 둔산점은 주상복합 건설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폐점한 울산 학성점 부지에 들어선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빌리브 울산'은 이미 분양을 마쳤다. 이마트 대구 시지점 부지에도 지상 46층 규모의 주거용 오피스텔이 들어섰다.

대형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점포는 넓은 부지, 높은 용적률과 핵심 생활권에 위치해 입지 경쟁력을 갖춰 주거용 부동산 개발에 용이하다. 게다가 상업지역은 주거지역보다 용적률 등 규제가 느슨해 고밀 개발에도 유리하다. 유통업체는 당장 자산유동화가 필요하다. 오프라인 점포를 팔아 온라인 사업 등 신사업에 마중물을 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 환경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기존 자산들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세일앤리스백(자산 매입 후 임대), 리츠 등 여러 형태로 자산 유동화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올해 오프라인 유통업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기 때문에 자산 유동화를 거친 후 이커머스나 신사업으로 재투자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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