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종 칼럼] 트럼프 패배하면 美 언론 진실보도 효과일 듯

이병종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입력 : 2020-11-01 13:15

[이병종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




미국 대통령 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이 시점에서도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가 힘들 정도로 각축을 벌이고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패배한다면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자유로운 언론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주류 언론을 “공공의 적(public enemy)” 혹은 “가짜 뉴스(fake news)”라고 공격하고 조롱했지만 결국 4년 동안 미국의 대표적인 엘리트 언론들은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사명감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그의 치부와 실정을 파헤쳤고 이는 결국 그의 재선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프리미엄을 안고도 그가 고전하게 된 배경에는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초유의 사태가 있다. 그는 이 바이러스가 모처럼 활황을 보이는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쳐 자신의 재선에 피해를 줄까봐 처음부터 이 역병을 과소평가하고 무시하려 했다. 그 결과 미국의 인명 피해는 엄청난 수준으로 치솟았고 그의 대표적인 실정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 실정을 낱낱이 파헤치며 공격한 것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등 역시 주류 언론이다. 매일 매일 급증하는 희생자 수를 강조하며 마스크 쓰기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배척하는 그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반면 트럼프는 이러한 방역 수칙이 불필요하며 봉쇄 조치보다는 경제를 위해 모든 것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러한 메시지를 그는 주로 신생 언론이나 인터넷 매체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대표적인 보수 언론인 폭스 뉴스나 원아메리카뉴스네트워크(One America News Network), 브레이트바트 같은 소규모 신생 매체를 애용했다. 러시 림보 같은 극우 성향 라디오 토크쇼 호스트와 인터뷰도 즐겼다. 아울러 트위터를 이용해 직접적으로 지지자들과 소통하고자 했다.

트럼프의 이러한 전략은 4년 전 선거 때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다. 특히 소셜 미디어에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퍼뜨린 거짓 정보들이 난무했고 기존 레거시(legacy) 정통 언론의 목소리는 이 와중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을 비방하는 근거 없는 정보들이 양산되었고 이는 큰 힘을 발휘했다. 트럼프의 여성 문제, 인종 비하 혹은 세금 문제 등 그의 약점을 파헤치려는 기성 언론의 노력은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결국 그는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양상이 크게 변했다. 일단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가 선거 관련 거짓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올린 부정확하거나 비방, 혐오성 포스트들을 삭제하거나 경고 조치했다. 큐아논(Qanon)이라 불리는 음모론 살포 세력의 메시지도 상당부분 걸러냈다. 그 결과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트럼프에 유리하고 경쟁자 바이든 후보에 불리한 정보는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진실 보도를 위한 주류 언론의 부단한 노력이었다. 뉴욕타임스는 몇 개월 동안 수많은 인원을 동원한 탐사 보도를 통해서 트럼프가 지난 몇 년간 불과 몇 천 달러 밖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워싱턴포스트는 역시 집요한 취재를 통해서 트럼프 외교 정책의 실정을 폭로했다. 워터게이트 보도로 유명한 이 신문의 밥 우드워드 대기자는 그의 저서 Rage(분노)에서 트럼프가 초기부터 코로나바이러스의 치명성을 알고도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엄청난 피해를 입었음을 보도했다.

대체적으로 진보적인 이러한 매체들이 보수적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정적 기사를 보도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매체도 진실 보도를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이를 보여주는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트럼프의 측근 한 명은 몇 주 전 경쟁자 조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과 관련한 비밀 첩보를 이 신문에 전달했다. 아들의 비위에 바이든 후보가 연루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정보의 신빙성을 의심한 월스트리트저널은 결국 이 내용을 짧은 단신으로 취급해버려 트럼프 진영에 실망을 안겼다. 트럼프는 마지막까지도 이 보수적 매체가 자신을 위해 이를 대서특필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이러한 기존 언론의 용기 있는 도전은 그간 자신의 권한을 계속 강화하려던 트럼프에게는 심히 짜증나고 불편한 일이다. 사실 그는 헌법에 명시된 행정부의 권한을 거의 무한한 것으로 해석하며 자신의 권한을 확대해 왔다. 인사권을 휘둘러 사법부도 장악하려 했다. 최근 결원이 된 대법원 판사 임명에 자신의 인사들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9명의 대법원 판사 중 6명이 보수 성향을 띠게 되어 향후 미국 사회의 보수화가 가속화하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나친 권력 추구에 대한 미국 기성 언론의 투쟁을 보면서 한국의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한국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행정부의 권한이 갈수록 비대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한 명분으로 정부의 역할과 예산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처럼 대법원 등 사법부도 친정부 인사들이 계속 늘고 있다. 여당은 국회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이를 견제할 세력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수와 힘에서 밀리는 야당은 갈수록 존재감을 잃고 있다.

이 와중에 역시 기댈 곳은 자유 언론이다. 한국의 언론도 기레기라는 오명을 쓰며 사방에서 공격을 당하고 있다. 트럼프가 가짜 언론이라고 공격하면 그의 지지자들이 환호하듯이 한국에서도 친정부 성향의 국민들은 기존 언론에 대한 비난과 조롱을 멈추지 않는다. 특히 역사가 오래고 규모가 큰 기성 언론에 대한 공격이 집요하다. 그러나 미국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결국은 경륜 있는 인적 자원이 풍부하고 재정적으로 뒷받침이 되는 언론이 있어야 정치 지도자의 권력 남용을 막을 수 있다. 한국이 되새겨볼 부분이다.

 
 
 
 

이병종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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