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유해성, 과학적으로 입증"...관련논문 저자 법정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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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종 인턴기자
입력 2020-10-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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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성평가연구소, 쥐 대상으로 실험 진행...살균제 물질과 폐섬유화 상관성

[사진=연합뉴스 제공]

가습기살균제 독성을 입증할 논문이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가운데 논문 저자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유해성을 직접 밝혔다.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제조사 측 주장이 과학적으로 반박된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27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와 홍지호 전 SK케미칼 고문 등에 대한 43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재판에는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용역 보고서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호산구·Th2세포 매개 섬유증 간 인과관계를 밝혀낸 최초 동물연구' 저자 이규홍 안전성평가연구소 호흡기질환제품 유효성평가연구단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해당 논문은 지난 12일 SCI급(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 국제학술지 Molecules에 게재가 확정됐다.

이 단장은 쥐를 대상으로 가습기살균제 독성 원료로 알려진 CMIT·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을 반복적·상대적으로 투여 실험해 해당 결과를 얻어냈다. 그 동안 SK케미칼과 애경이 자사의 가습기 살균제(가습기메이트)에서 나오는 CMIT·MIT의 유해성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하는 주장에 정면 배치되는 과학적 결과가 나온 것이다.
 
쥐 대상 실험, 사람 천식이 동물로서 재현
검찰은 증인신문을 통해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라도 사람에게 유해성이 적용되는 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이 단장은 "사람과 동물 천식 증상은 호흡기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양상이 있다"며 "사람이 천식 증상이 있을 경우 기도의 과민성을 확인하는데, 동물의 경우 기도뿐만 아니라 폐 기능 검사까지 수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실험에서 쥐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람 천식이 동물로서 재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쥐에 따라 유해성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주장도 원천 차단됐다. 이 단장은 "사람도 몽골로이드계, 코카서스계 등으로 다르듯이 쥐도 종별로 다양하다"며 "어떤 종은 교접과정에서 유해성에 민감한 특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다른 종은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 쟁점인 CMIT·MIT가 노출로 폐섬유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한 내용도 나왔다. 이 단장은 "해당 물질을 투여했을 때, Th2세포(체내면역을 돕는 세포)로 인한 신호전달 물질이 폐·기도 상피세포를 자극시켜 상피세포 형태가 아닌 아섬유화 상태로 바꿔줬다"고 밝혔다. 물질을 노출시킬 때 세포에 섬유화 특성 성분이 증가한 점을 통해 확인했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해당 실험, 전형적인 사람 폐섬유화 사례"
해당 실험의 정당성도 언급됐다. 검찰은 이 단장에게 "서울아산병원 장모 교수에게 노출시킨 동물 폐조직 슬라이드를 확인받고 전문가 회의를 했지 않았냐"고 물었다. 이 단장은 "장 교수는 '물질 노출로 흡입됐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변화가 보였다'며 '사람에게도 노출된 상황이라면 폐섬유화가 그대로 잘 보일 수 있는 것'이라는 소견을 냈다"고 답변했다.

변호인 측은 "각 데이터 실험마다 나온 보고서를 제출해달라"며 해당 실험 정당성을 부인하려는 전략을 보였다. 이에 이 단장은 "해당 실험은 전형적인 R&D(연구개발) 실험이기 때문에 국가 비임상시험규정에 따라 각 데이터마다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2016년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한 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원료로 가습기살균제를 만든 옥시 등 관계자들을 기소했다. 하지만 당시 CMIT·MIT 유해성은 입증되지 않아 이를 원료로 가습기살균제를 만든 애경산업·SK케미칼 등은 기소되지 않았다.

이후 검찰은 CMIT·MIT의 유해성 역학조사 자료를 쌓아 2018년 재수사를 개시해 8개월간 수사 끝에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등 34명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기준 정부 등록 가습기메이트 피해자는 총 1416명이며, 이용자 253명은 폐질환을 인정받았다. 11명은 정부지원금 지급 대상으로 인정되기도 했다. 다만 정부는 폐섬유화 환자 통계를 따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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