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별세] 외톨이 소년에서 삼성 후계자로…우여곡절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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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영 기자
입력 2020-10-2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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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별세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최단 시간에 20종의 글로벌 1위 제품을 만들어낸 기업인이지만 어린 시절을 외롭게 보냈다. 장남인 맹희씨가 아닌 그가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받기까지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 회장은 1942년 1월 9일 대구에서 삼성그룹 창업주인 호암(湖巖) 이병철 회장과 박두을 여사의 3남 5녀 중 일곱 번째이자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형으로는 제일비료 회장을 지낸 맹희 씨와 고인이 된 창희 씨, 누나로는 인희(한솔그룹 고문), 숙희, 순희, 덕희 씨가 있다. 신세계그룹 회장인 명희 씨가 유일한 동생(여동생)이다.

유년기를 대구에서 보내다 사업 확장에 나선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1947년 상경해 혜화초등학교에 다녔다. 부산사범부속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53년, 선진국을 배우라는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일본 도쿄로 유학을 떠났다.

당시 첫째 형이 도쿄대학 농과대학에, 둘째 형이 와세다대학을 다니고 있었지만 나이 차이가 많이 난 탓에 외롭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외로움을 타다 보니 개를 길렀다. 개 기르기는 취미가 돼 1979년엔 일본 세계견종종합전시회에 순종 진돗개 한 쌍을 직접 출전시키기도 했다.

영화 보는 것도 즐겼다. 일본 유학 3년간 1200편 이상을 본 걸로 알려져 있다. 일본 막부시대 사무라이 영화가 많았다.

3년간의 일본 유학생활을 마치고 서울사대부속중학교에 편입했고, 서울사대부속고등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시절 레슬링부에 들어갔으며 2학년 때는 전국대회에 나가 입상하기도 했다.

서울사대부고를 나온 뒤에는 연세대학교에 합격했으나 호암의 권유로 일본 와세다대학 상학부로 진학했고, 와세다대학 졸업 후에는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부전공으로 매스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다.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학업을 마친 1966년 이 회장은 멕시코로 여행을 갔다가 비자문제로 미국에 재입국하지 못하고 도쿄로 향한다.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서울대 응용미술과에 재학 중이던 홍라희 여사를 만나 맞선을 봤다. 이듬해 1월 약혼을 하고, 홍 여사가 대학을 졸업한 후인 그해 4월 결혼에 골인한다.

1970년대 미국 실리콘밸리를 누비던 이 회장은 반도체에 꽂혔다. 그는 순전히 자기 돈으로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인수했다. 그리고는 실리콘밸리를 50여 차례 드나들며 반도체 기술이전을 받아오려 애썼다.

페어차일드사에는 지분 30%를 내놓는 대신 기술을 받아오기도 했다. 256메가 D램의 신화는 이때부터 싹을 틔웠다.

그는 1978년 8월 삼성물산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삼성그룹 후계자로서의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삼성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해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28층에서 일을 시작했다. 창업주의 집무실 바로 옆방이었다.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경영권을 승계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의 형 맹희씨는 서른여섯에 삼성의 총수 대행으로 10여 개 부사장 타이틀을 달고 활동했다. 당시만 해도 장자상속이 대원칙이어서 삼성의 경영권이 장남인 맹희 씨로 넘어갈 듯 보였다.

하지만 그룹의 혼란과 청와대 투서 사건 등의 여파로 장남 맹희 씨는 호암의 신임을 잃고 해외로 떠돌게 된다.

호암은 1971년 일찌감치 이 회장에게 삼성을 맡기기로 결단을 내린다.

그러나 이 회장에게 1982년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해 가을 푸조를 몰고 양재대로를 달리던 그의 눈앞에 덤프트럭이 나타난다.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늦었다.

차 밖으로 튕겨 나간 이 회장은 외상이 심하지 않아 2주 만에 회복했지만 항간에는 교통사고를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그때 진통제를 너무 많이 쓰자 이 회장이 마약중독이라는 루머가 떠돌기도 했다.
 

사진은 1987년 회장 취임식에 참석한 이건희 회장. 2020.10.25 [삼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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