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섬 이상국의 뷰] 노벨상 루이스 글릭의 '가슴 후벼파는 이별시' 첫 번역해설

이상국 논설실장입력 : 2020-10-16 08:45
'겨울의 끝(End of Winter)' 읽기와 풀이
202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의 여성시인 루이즈 글릭(Louise Glück, 1943~ )의 시들은 한국어로 국내에 제대로 번역되지 않았다. 그의 감수성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시 한편이 있다.

이별의 상실감을 검은 가지 위의 새 한 마리로 표현하는, 그 새 한 마리의 처연한 울음으로 표현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단순한 사랑의 노래가 아니라, 사랑이란 어떤 울음을 들을 줄 아는 것이며, 이별이란 그 울음을 영원히 듣지 못하는 것이라고 읊는다. 떠나는 사람이 영원히 듣지 못하게 될, 그러나 내 입 속에서는 영원히 울려나오는 그것이 자신의 노래이자 시(詩)라고 말한다.

'겨울의 끝'이란 제목의 이 시는, 스산해져 가는 계절에 우리를 깊이 울린다. 필자가 직접 번역해 소개한다.
 

[노벨문학상 시인 루이스 글릭.]




겨울의 끝

                루이스 글릭


적막한 세상 위에 새 한마리가 우네
검은 가지들 사이에서 고독을 깨우네

너는 태어나고 싶었지; 난 너를 태어나게 했지
내 슬픔은 언제 생겨났던가,
격한 감정을 향해
어둠이기도 하고 빛이기도 한 곳 속으로 뛰어들면서
네가 기뻐하는 그 와중이었지
가장 빛나는 것이라고 가장 생기있는 것이라고
네가 스스로를 표현하기를 원하는 그것
이것이 네게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 그것
너의 일부가 아닌 것으로 되어버린 나의 목소리의
울림을 결코 상상하지 않는 그것.
네가 마치 그 어떤 새로운 무엇이 된 것처럼.

너는, 그 다른 세상에서는, 이걸 들을 순 없으리
다시는 뚜렷이 들을 수 없으리
새들의 울음 속에서도 인간의 흐느낌 속에서도
들을 수 없으리
뚜렷한 소리가 아니라 단지
계속되는 메아리만으로
안녕, 안녕이라고 말하는 모든 소리에서
우리를 서로 묶고 있는
하나의 끊기지 않는 시(詩)를.

(Translated by Binsom Lee)

End of Winter - Louise Glück

Over the still world, a bird calls
waking solitary among black boughs.

You wanted to be born; I let you be born.
When has my grief ever gotten
in the way of your pleasure?
Plunging ahead
into the dark and light at the same time
eager for sensation
as though you were some new thing, wanting
to express yourselves
all brilliance, all vivacity
never thinking
this would cost you anything,
never imagining the sound of my voice
as anything but part of you—

you won't hear it in the other world,
not clearly again,
not in birdcall or human cry,
not the clear sound, only
persistent echoing
in all sound that means good-bye, good-bye—
the one continuous line
that binds us to each other.


▶ 겨울의 끝과 같은 나무 위에 앉은 새 한 마리. 적막한 세상에 새 한 마리가 운다. 검은 가지 사이에서 고독을 깨우는 음산한 소리로 운다. 왜 우는가. 그가 떠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별을 말하는 사람에게 절규하듯 노래하는 시다.

너는 새로운 사랑을 찾아 새롭게 태어난다고 말했다. 나는 너를 보내며, 그래 새롭게 태어나라고 말했다. 너는 좋아 죽으려 하고 나는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너는 미친 듯이 빛인지 어둠인지도 모를 곳으로 뛰어들면서 말한다. 나는 새로운 무엇이 되었다고. 새로운 사랑에 빠진 나는, 예전과는 다른 '나'가 되었다고 말한다.

가장 빛나고 가장 생기있는 감정이라고 너는 말하고 있고, 이런 선택이 아무런 댓가도 치르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고, 나라는 존재의 울음은, 그 검은 새의 노래는, 한때 너에게 앉았던 작은 존재였을 뿐이며, 이젠 너의 일부로 밖에는 여겨지지 않는 무엇이 되어버린 지금.

너는 나의 울음소리를, 이 겨울 끝 가지 위의 새 한 마리의 노래를 다시는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새들의 울음에서도 인간의 절규에서도 결코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이건 울음도 노래도 지저귐도 아니니까. 그럼 뭐냐고? 영원한 '에코'같은 것이다. 세상의 모든 안녕, 모든 굿바이의 뒤에 끊임없이 울리고 있는,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울음의 선(線). 그 시(詩). 결코 네가 끊어낼 수 없는, 너와 나의 영원한 연속선.

너는 좋으냐, 나는 아프다.
 

        이상국 논설실장/시인(필명 이빈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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