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러운 저유가의 늪…"원유전쟁 또 일어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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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0-10-1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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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확산 지속되며 저유가 장기화 불가피

  • 사우디 재정악화 심화 땐 극단적 선택 할 수도

산유국들의 고통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줄어든 수요가 단기간에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2차, 3차 확산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이동과 집합 제한을 강화하고 있으며, 유럽 역시 재봉쇄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수요 회복의 가장 큰 장애물이 좀처럼 제거되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 산유국들은 감산을 이어갈 것이라는 약속을 내놓으며 시장을 안정시켰다. 그러나 고통의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경우 제2의 원유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악화 등으로 위기에 놓인 산유국 간에 갈등이 고조될 경우 상대방 고사를 위한 '치킨 게임'을 불사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


◆감산 다음 1분기까지 이어질 수도···저장능력도 한계

14일(이하 현지시간) 국제유가는 이틀째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에 대해 이행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11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84센트(2.1%) 오른 41.04달러로 거래됐다. 무함마디 빈 살만 사우디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통해 감산 이행에 대한 준수 의지를 다시 확인하면서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10개 주요 산유국들로 구성된 OPEC+(플러스)가 얼마나 합의를 잘 지켜나갈지 여부가 유가를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산유국들이 감산을 더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가 2021년 초 예정된 감산 규모 축소를 내년 1분기까지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근 시장에서는 감산이 순조롭게 이어지고, 내년 수요 회복이 이뤄질 경우 유가 역시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는 긍정론에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원유시장에 드리워지는 그림자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10월 중순부터 유럽의 봉쇄는 점차 확산하고 있다. 통화완화와 적극적인 부양정책은 원유 수요 유지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악화한 경제 회복도 당분간 요원해 보인다. 실업률이 상승하는 등 경제지표가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저유가를 틈타 저장고를 가득채웠던 중국과 인도의 저장 역량도 어느 정도 한계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나오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 악화가 심화할 경우 유가 약세장은 예상보다 훨씬 더 장기화할 수 있다. 앞서 전망과는 다른 게 올해 말과 내년 초의 수요 회복은 예상보다 훨씬 둔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결국 유가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유지하기위해서는 단순히 감산 연장에 머물 것이 아니라 추가 감산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딜레마에 갇힌 산유국···고통 길어지면 극단적 선택할 수도 

사우디와 러시아 등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유가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이들 국가는 재정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예산안은 유가 50달러를 기준으로 편성됐다. 그러나 최근 몇 달 유가는 40달러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탈석유화를 위해 추진하던 정책들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우디비전 2030 재원 마련 창구인 아람코는 저유가에 허덕이고 있다. 사우디 국채 인기도 시들해지면서 과감하게 추진됐던 신도시 프로젝트의 추진 속도도 둔화하고 있다. 저유가 이어지면서 많은 프로젝트가 연기되거나 아예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베리원자재펀드의 쎄로 비더쇼벤 전략부문장은 오일프라이스닷컴 기고문에서 "하락이 계속된다면 사우디가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면서 "아직은 러시아와 사우디의 관계가 좋지만 상황이 악화할 경우 내부 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악화 압박과 증가하는 실업률 특히 젊은층의 실업률 증가 압박이 심해질 경우 사우디가 더욱 적극적인 대책, 즉 또다른 유가전쟁을 시작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비더쇼벤 부문장은 "경제 위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수요는 물론 아시아 지역 제조산업의 수요에도 타격을 줄 것이다"면서 "아직 새로운 원유전쟁의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들은 거의 없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산유국들은 이어지는 감산에 지쳐 (원유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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