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해운산업, 新청사진]③ 김인현 고려대 교수 “포스트 코로나·4차 혁명 대비 체질 개선 착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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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0-10-15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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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합물류회사로 확장하라"

  • "선주사·해운사를 분리하라"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위기에도 국내 해운업계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 항로 개척 등을 통해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다. 아주경제신문은 모처럼 재도약의 기회를 맞은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희망찬 미래를 조망하기 위해 ‘부활하는 해운산업, 新청사진’을 주제로 특별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정부와 업계, 학계 등의 목소리를 모아 한국 해운산업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국내 해운사가 모처럼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지난 불황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다소 여유가 있는 지금 시점에서 포스트 코로나·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해운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에 착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2일 서울 종암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만난 김인현 교수 겸 해상법연구센터장도 이와 같은 시각이었다. 김 교수는 '해운사의 종합물류업 진출'과 '선주사·해운사 분리제도' 도입 등 두 가지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겸 해상법연구센터장 [사진=고려대 제공]


"미국이나 일본 등 해운선진국의 해운사는 모두 종합물류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국내 해운사는 해상운송만 고집하고 있다. 하루빨리 종합물류회사로 나가야 한다."

우선 김 교수는 해운사가 해상운송에 얽매이지 말고 전체 물류로 시선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글로벌 대기업이 종합물류계약을 선호하는 것과 연관이 깊다. 글로벌화가 점차 진행되면서 육상·해상운송을 별개로 생각하던 종전까지의 물류업 흐름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종합물류계약은 수출자의 공장에서 수입자의 창고까지 이르는 모든 공정을 한 물류업자가 인수하는 계약을 말한다. 그동안 해상은 A사가, 육상은 B사가 맡는 복합적인 계약이 많았지만 이제는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 해운사는 결국 종합물류기업의 해운 하청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해운산업의 매출액 규모는 최근 10년 동안 35조원에서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2자 물류회사를 포함한 종합물류회사의 전체 매출액 규모는 40조원을 넘어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김 교수는 해운사가 종합물류회사 등으로 발전해가기 위해서 자체 금융 리스크를 줄이는 일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롤러코스터'라고 표현될 정도로 급격한 국내 해운산업의 경기 변동성 탓에 해운사가 대규모 투자를 받기 어렵다는 진단에서다.

실제 그동안 국내 해운산업의 변동성은 매우 높았다. 2000년대 중반 5년가량 엄청난 호황이 유지됐으나 2008년부터 올해 초까지 12년 동안 지독한 장기불황이 이어졌다. 때문에 호황기에 엄청나게 성장한 당시 국내 해운 1위 한진해운이 2016년 파산했으며, 최근에도 10여개 해운사가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이는 대부분 해운사가 선주(船主)가 되기 위해 거액의 대출을 받아 5~7% 수준의 고금리 금융이자를 감당하고 있는 것과 연관이 깊다. 호황기에는 고금리 이자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운임이 떨어지는 불황기에는 이자를 내지 못해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내 해운산업의 경기 변동성이 매우 심한 것과 달리 일본의 해운산업은 꾸준히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일본 해운사는 1% 수준의 금융이자만 부담하면 되는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해운사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운송 계약을 따낼 수 있는 밑바탕이 마련된 셈이다.

김 교수는 일본의 선주사·운항사 분리제도가 이 같은 안정성의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해운사는 무리하게 선주가 되기보다는 남의 선박을 빌려 운영하는 운항(運航) 사업을 영위한 덕에 안정적 구조가 정착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김 교수가 지난해 일본 지배선대 총 2496척을 분석한 결과 이 중 직접 운송하는 대신 운항사에 배를 빌려주는 선주가 보유한 배는 827척(33.1%)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해당 비율이 1% 미만인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일본 선주들의 지배선대 운영 비율 [아주경제 그래픽팀]


일본 선주들은 선박 건조 이후 운항을 맡을 해운사에 10~20년씩 장기간 배를 빌려주며 용선료(傭船料)를 받을 수 있다. 불황이 와도 용선료가 급감하지 않기에 큰 타격을 피할 수 있다. 운항사 역시 선박 건조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이 없어 불황이 오더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대규모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소형사가 선주사를 맡고 대형사가 운항을 맡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일본의 3대 대형 해운사로 꼽히는 NYK, MOL, 케이라인 등은 다수의 선주사로부터 선박을 빌려 운항 사업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일본 3대 해운사는 운항하는 선박 규모를 늘리는 동시에 금융이자를 낮출 수 있다.

"해운사가 당연히 선주도 하고 운항도 해야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운항은 하지 않고 선주만 해도 적정 이윤을 낼 수 있는지 접근해봤으면 한다. 선주사가 많아진다면 운항사가 줄어들어 내부적인 운임 경쟁도 줄어드는 선순환 효과도 있을 것 같다."

다만 선주사·운항사 분리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선박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운항사가 선박을 손쉽게 빌리기 위해서는 저렴한 가격에 선박을 건조해 용선료를 내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산업은행이나 해양진흥공사 등 정책금융사에서 선주사를 육성하는 조치로 선박을 건조해 정기 용선하는 경우 금융이자를 낮춰주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형 해운사도 자신이 소유한 선대로 절반, 선주로부터 용선한 선박으로 선대 절반을 구성하는 포트폴리오가 리스크 관리에 이상적이다. 해운산업의 리스크 자체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선주사·운항사 분리 제도를 국내에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이상 <부활하는 해운산업, 新청사진> 연재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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