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전세난 역대 최악" vs 정부 "공급부족 미미"…같은 통계에 온도차 극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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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0-10-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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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수급지수 KB국민은행-감정원 70포인트 이상 격차

역대 최악의 전세난이라는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민간과 정부 기관이 같은 통계를 두고 다른 결과물을 내고 있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민간은 전세 수요가 공급을 압도적으로 웃도는 극단적 수요 우위 시장이라고 분석했지만, 국가공인 통계기관은 심각성을 훨씬 낮게 측정하고 있어서다.

8일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89.3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5년 10월(193.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세수급지수는 전국 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자료를 바탕으로 최소 0에서 최대 200까지 산출한다. 100을 초과할수록 수요가 공급량에 비해 많다는 의미다.
 

[자료=감정원·KB국민은행]

 

수요 우위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인 셈인데, 민간기관에서는 현재 전세 시장이 측정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의 '전세난' 또는 '매물 품귀' 상태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국가공인 통계기관인 한국감정원에서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감정원은 지난달 기준 서울 전세수급지수가 112에 불과하다고 봤다. 지난 7월(110)·8월(113)과 유사한 수준이다.

사실상 감정원은 전세 수요가 공급을 소폭 웃돌고 있는 정도로 진단한 셈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는 기준점인 100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잡힌 상태다.

각 기관에 확인한 결과 같은 통계를 두고 격차가 70포인트 이상 벌어진 이유는 측정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공인중개사가 직접 설문에 관한 답변을 입력하면 이를 다시 검증해 계산한다. 평균값을 크게 벗어날 경우 설문 근거인 실거래가 내역이나 등기를 확인하는 식이다.

감정원은 감정원 조사원이 공인중개사에 시장 상황을 질문한 뒤 직접 결과를 입력한다. 즉, 설문지를 누가 작성하느냐에서 차이가 발생했다.

설문에 직접 참여하는 공인중개사들은 KB국민은행 통계의 신뢰도를 더 높게 봤다. 감정원은 공공기관 직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서초구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감정원에서) 전화가 오긴 오는데, 분명 나는 KB국민은행 설문에 답변한 대로 상황을 설명했으나 두 기관의 최종 결과가 너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내 설문에 해석을 붙여서 입력하는 감정원보다는 내가 답변한 내용이 그대로 결과에 반영되는 KB 신뢰도가 높은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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