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1등급인데…고금리 대출 권하는 핀테크 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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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0-09-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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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뱅크샐러드ㆍ핀다 등 2금융권 상품만 제시

  • 수익 늘리려 중개수수료율 높은 곳만 소개

[사진=연합뉴스]


직장인 A씨(35)는 최근 한 대출금리 비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맞춤 신용대출 추천 서비스를 이용했다. 그런데 A씨가 추천받은 대출상품 10개 가운데 1개(씨티은행, 최저 연 3.91%)를 제외한 9개가 모두 저축은행·신용카드 등 제2금융권 상품이었다. A씨가 추천받은 2금융 대출금리는 최고 연 16.02%에 달했다. 현재 보유한 대출이 없고 신용등급이 1등급(나이스평가정보 기준)인 A씨는 결국 이 앱에서 대출받지 않았다.

토스·뱅크샐러드 등 핀테크 회사들이 잇따라 대출금리 비교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지만, 1등급 신용고객에게도 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을 추천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서비스명 '토스')와 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 카카오페이(카카오페이), 핀다(핀다) 등 14개 핀테크 업체가 금융위원회로부터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받아 대출금리 비교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금융소비자들이 일일이 은행 지점을 방문하거나 은행 앱을 모두 깔지 않아도 하나의 앱에서 대출 금리 및 한도 비교가 가능한 서비스를 내세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았다.

하지만 A씨와 같은 사례가 번번이 일어나면서 '혁신 없는 혁신금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뱅크샐러드는 '대출 추천' 서비스에서 신용등급을 1등급으로 설정해도 삼성생명·SBI저축은행·롯데캐피탈 등 2금융 대출상품만 보여주고 있다. 대출금리 밴드는 최저 연 3.6%에서 최고 23.9%(OK저축은행)에 달한다. 토스는 '대출 맞춤추천'난에서 '인기 추천상품'(2등급 기준)과 '기본 추천상품' 서비스를 운영 중이지만, 시중은행 상품은 찾을 수 없다.

카카오페이는 1등급자에게 은행 대출을 추천하긴 하지만, 씨티·제일·경남·부산은행 등 일부 은행 상품만 제시한다. 핀다도 제휴돼 있는 은행이 씨티·경남은행 등 두 곳에 불과해 2금융 상품을 주로 추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뱅크샐러드 측은 "자산연동 시 대출추천이나 대출협상 기능을 통해 더 정확한 금리나 한도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스 관계자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내게 맞는 대출 찾기' 기능을 이용하면 신한은행을 비롯한 10개 시중은행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핀테크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 한계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한다. 수익 기반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개수수료율이 높은 2금융사 대출상품을 모바일 화면에 먼저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요 은행들이 자체 모바일 앱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핀다는 지난해 KB국민은행 신용대출을 '파일럿 서비스'로 선보이며 '반짝인기'를 끌었으나, 국민은행은 이 회사와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국민은행은 토스와도 제휴하지 않을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자체 앱이 있어 굳이 핀테크 회사와 제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핀테크 회사의 무료 대출조회 서비스에 대한 피해도 우려된다. 핀테크 업체들은 자체 앱에서 '대출조건 조회 시 신용등급에 영향이 없다'며 해당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 관계자들은 신용등급에는 영향이 없으나, 대출 신청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러 군데서 한번에 대출 조회를 받으면, 중복(동시) 대출 우려로 은행 대출 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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