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人⑭] “일류대학 나와도 불확실한 시대...청년들 운명 스스로 개척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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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0-09-2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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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인터뷰

  • “창조정신 계승, 기업가정신 확산”

  • 민간 중심 ‘팁스’ 성공 사례처럼...벤처 생태계서 큰 정부 지양해야

  •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위기는 천재일우 기회”

지금 이 순간, 수많은 스타트업이 세상에 등장했다 사라지고 있습니다. 제2의 배달의민족을 꿈꾸며 열정을 불태우는 젊은 창업가부터,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한 채 조용히 퇴장하는 기업까지. 법인이 탄생하고 소멸하는 시간은 그들 ‘인생’의 전부지만, 대부분 시간은 관심조차 받지 못한 채 조용히 흘러갑니다. ‘스타트人’에서는 숫자가 아닌 속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소리소문없이 창업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스타트업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편집자 주]

 
4차 산업혁명 시대 살아남는 법

강남 영재가 일류 대학을 나와도 미래가 불확실한 시대가 됐다. 부모가 돈을 ‘영끌’해서 자식에게 투자하면 노후만 힘들어진다. 차라리 아이들을 마이스터고에 보내 정부 돈으로 교육시키고, 전문성을 쌓아 창업시키는 게 낫다. 이제는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 청년들은 어렸을 때부터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면서 배우고, 창업에 도전해 다양한 기회를 찾아야 한다.”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열린 사고와 기업가정신을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명문 중‧고등학교와 일류 대학 간판은 더 이상 안정적인 삶을 담보해주지 않는다는 조언이었다.

한 이사장은 중소기업청장, 한국중소기업학회장, 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 등으로 활약한 중소‧벤처기업계 전문가다. 아산나눔재단 창립 멤버였던 그는 지난해 12월 재단에 복귀해 이사장으로서 기업가정신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한 이사장은 “스타트업은 점점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창업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지는 추세다. 사업하다가 망하면 집안 전체가 망하는 것이 아닌 두 번, 세 번이고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화적으로나 지식적으로 창업 경험은 축적되고 있다. 주위에는 멘토가 많고, 인큐베이터, 액셀러레이터, 대학 내 창업 교육 프로그램까지 다양하다. 청년들도 노력만 하면 자신의 돈을 안 들이고 창업 초기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지난해 12월 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그는 기업가정신과 열린 사고를 강조했다.(사진=아산나눔재단)]

 
창업, 성장, 회수, 투자...선순환 구축

창업에 대한 시각은 변화하고 있다.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도 미래가 불확실한 사회 분위기와 선배 창업가들의 지원, 대기업과의 협업 등이 변화의 이유다. 네이버, 카카오로 대표되는 벤처 신화 기업들이 후배 창업가 기업에 투자하고, 롯데‧포스코 등 대기업은 스타트업 협력 프로그램을 앞 다퉈 만들고 있다. ‘더반찬’을 인수한 동원이나, 대원제약의 ‘딜라이트보청기’ 인수 사례는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을 보여준다.

정부 지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예비 창업가들은 각종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적게는 3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의 지원을 받는다. 팁스 제도와 모태펀드를 통한 자금 공급, 민관 협력 사업 등은 청년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다만, 정부가 모든 영역에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방향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벤처 생태계를 조성할 때도 초기 단계를 지원하거나 민간에서 작동하지 않는 부분에만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한 이사장은 “정부는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부분에서 역할하고 그 이후에는 빠져줘야 한다. 팁스가 성공하고 있는 이유는 민간 주도로 먼저 투자하면 정부가 따라가는 구조를 구축한 덕분이다”며 “민간 시장을 활성화한 뒤 정부는 물러서는 방향으로 가야지 정부가 앞에 나서서 끌고 가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산나눔재단의 차별화...글로벌 지향성
 

[사진=아산나눔재단 홈페이지]


아산나눔재단은 지난 2011년 10월 출범한 공익재단으로, 내년에 10주년을 맞는다. 매년 정주영 창업경진대회를 개최해 초기 창업가를 육성하고, 창업지원센터 ‘마루180’을 통해 지난 6년간 스타트업 209곳을 지원했다. 마루180에서 교류한 사람 수만 91만 명이다.

한 이사장이 고민하는 아산나눔재단의 미래 10년은 차별화다. 그동안 구축한 브랜드와 네트워크 자산을 활용해 다른 스타트업 육성기관과는 차별화한 지원을 제공하려고 한다. 내년 하반기 강남 창업가거리에 오픈 예정인 ‘마루360’은 그 전초기지 역할을 이어받을 예정이다.

그는 “한국은 1960~70년대 아무것도 없을 때도 수출 시장을 뚫었다. 지금은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브랜드가 있다. 초기 창업가도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며 “마루180이 오픈한지 6년이 넘어간다. 이제 아산나눔재단은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마루360이 문을 열면 글로벌 지향성을 높일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하고, 해외 투자자와 인재를 유치하려고 한다. 아산나눔재단은 연구기관이 아니지만,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스타트업과 기업가정신을 연구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판이 바뀐다

아날로그 시대에서는 축적된 경험이 중요했다. 일본의 장인 정신은 각 분야에서 1등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만들어 냈고, 전 세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나라가 됐다. 디지털 시대로 전환된 이후에는 공고했던 축적의 힘이 깨지고 있다. 무엇이든 빠르게 변하고, 변화에 적응하는 개인, 기업만 살아남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이전과는 다른 대격변의 시대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전 지구적 변화의 속도는 한층 더 빨라졌다.

한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다시 판이 바뀌고 있다. 후발 국가인 대한민국에는 천재일우의 기회고, 우리 정부는 이 모멘텀을 잘 활용해야 한다”며 “판이 바뀌는 시대에 과거 규제만 쥐고 있으면 안 된다. 비대면, 디지털 그린 뉴딜을 시행하면서 충돌되는 이해관계를 국가가 전략적 정치력을 발휘해 풀어가야 한다. 기업이 성장하겠다는데 ‘게르만 민족’만 찾고 있으면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마지막 조언을 부탁하자 ‘자기주도적인 삶’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학교 간판이나 관습화된 지식이 아닌 현장의 경험과 열린 사고를 통해 삶을 개척해야 한다는 확신에 찬 말이었다.
 

그는 “정부가 무엇인가를 해줄 거라고 믿으면 안 된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다”며 “정부의 힘이 세져도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다.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가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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