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라 걱정돼서"…길가 만취여성 성폭행 20대 男의사 법정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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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20-09-2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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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판부 "피해자 상태 악용해 범행하고도 반성 안해"

  • "히포크라테스 선서 아니더라도 공감 능력 가져야"

20대 남성 의사가 길가에 만취한 채 앉아있던 여성을 호텔에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형사11부(김용찬 부장판사)는 준강간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의사 A씨(28·남)에게 최근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A씨는 지난해 여름 새벽 시간에 집으로 가던 중 만취해 길가에 앉아있던 20대 여성을 인근 호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직업이 의사여서 피해자가 걱정돼 이야기하던 중 성관계에 합의한 것일 뿐"이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여성이 몸을 못 가눌 정도였다'는 목격자 진술이나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눈 지 10여분 만에 호텔로 이동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성관계를 합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만취한 피해자가 피고인 인적사항도 모르는 상황에서 관계에 동의했다는 것은 정상적인 의사결정으로 볼 수 없다"며 "그런데도 몇 마디 말을 나눴다는 핑계로 피해자 상태를 이용해 범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일면식도 없는 무방비 상태에 있는 불특정한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며 "사람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사가 만취한 여성을 간음했는데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정신적 장애로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이나 저항 불능 상태를 이용한 성관계인 '준강간죄'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재판부는 "많은 피고인이 '만취 상태 여성은 암묵적으로 성관계에 동의할 여지가 크다'는 왜곡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잘못된 통념 때문에 많은 이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다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피고인이 했을 의사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의사 자격 이전에 사회 구성원에 대한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이라고 A씨를 질책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의료인 윤리강령으로 의과대학을 졸업할 때 반드시 하는 선서다. 인류 봉사와 환자 존엄선 존중, 생명에 대한 최고 존중 유지 등을 담고 있다.
 

전국의사 2차 총파업 첫날인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벗어놓은 가운 앞으로 병원을 방문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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