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긴급진단] 백신 상온 노출에 “책임 소재 불분명…업체 선정·관리 일원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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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김태림·전환욱 기자
입력 2020-09-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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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감 백신 대량 손실에 국민 혼란…향후 공급 부족 우려

  • 바우처 도입·3가 대체 지원 등 각종 방안 적극 검토 필요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왼쪽부터),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전병율 차의학전문대학원 보건산업대학원장,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 [사진=아주경제 DB]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냉장 온도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이 부실 이송을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라는 비판과 함께 이송 관리·감독에 대한 일갈도 이어졌다.

이번 사태에 국민들은 백신 품질 관리와 향후 공급에 급속히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조 과정에서 품질 문제는 아니라면서도 공급 부족에 대해서는 적잖은 우려를 나타냈다.

22일 전병율 차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전 질병본부장)는 본지와 통화에서 “과거 복지부에 근무하는 동안 경험한 적이 없는 일이다”면서 “유통과정에서 냉장을 반드시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냉장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전병율 교수는 “백신이 변질 됐는지를 시험해야 하는데, 시험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약 2주간 접종이 중단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초유의 경험이다. 과거부 백신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이거 콜드체인 문제 있을 수 있는거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전문가들 사이에 있었다”면서 “결국 지금 이렇게 터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으로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번 사태로) 4분의1이 사라지는 셈인데, 현재 백신 공급도 끝났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 백신을 확보해야한다”면서 “하지만 돈이 있어도 500만 도즈까진 구입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현재의 백신 이송과정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정기석 교수는 “트럭과 트럭 사이, 즉 지방분배 과정에서 상온 유출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이때 관리의 틈이 생긴 것으로, 지금처럼 백신 선정 따로, 관리하는 곳 따로 하면 효율적인 감시가 힘들다. 앞으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대책위원장)도 “밝혀지고 공개되고 하는 과정은 잘 이뤄졌다고 평가한다”면서도 “국민 불안이 커졌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백신을 지금 추가로 생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백신 부족 사태에 대비해 바우처 제도 도입, 3가 백신 지원 등 다양한 대책을 제안했다. 기모란 교수는 “예산이 확보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국가에서 사오기는 힘들 것”이라며 “정부가 민간에서 되사오기보다는 바우처를 도입해 무료접종 대상자가 의료기관에서 접종하고 이를 증빙하면 정부가 대상자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방법이 더 빠르고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석 교수는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윈데믹 우려되고 있는데 국민들이 마스크 착용을 준수하는 것 등과 별개로 정부가 대응할 것이 있다”면서 “독감은 치료제가 있다. 올해는 나라에서 책임질 필요가 있다. 백신도 국가 지원이 4가인데 3가라도 지원하는 방법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저가 입찰 방식이 아닌 제대로 설비와 전문성을 갖춘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우주 교수는 “백신은 생물학적 제제로 콜드 체인을 엄격히 유지해야한다”면서 ”저가 입찰로 해서 조달청에서 정하는 건데, 백신을 안전하게 전달하기 위해선 가격을 떠나 제대로 설비를 갖춘 곳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일로 근본적인 구조 문제를 바꿔야 한다“면서 ”병원에 백신이 도착하면 콜드체인 유지 기록, 블랙박스처럼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자격을 심사할 때 질병청의 예방관리를 통해 제대로 심사가 이뤄졌는지 등을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에 좀 더 세밀한 관리·감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전병율 교수는 “아주 사소한 문제 때문에 차질을 일으킬 수 있고, 결국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에 흠이 갈 수 있다”며 “정부의 정책은 계속해서 돌다리 두드리는 심정으로 확인하고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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