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상표등록하지 않고 사용한 상표, 일정 조건 해당하면 법적 권리 보호돼"

최우석 기자입력 : 2020-09-30 09:03
"특정인이 사용중인 상표로 상당한 정도 알려져 있으면 충분" "반드시 국내 전역에 널리 알려져 있어야 할 필요 없어"
상표권 등록 없이 먼저 사용한 상표(이하 ‘선사용상표’)가 나중에 다른 사람에 의해 상표 등록된 경우에 선사용상표가 반드시 국내 전역에 걸쳐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알려지지 않아도 선사용상표가 보호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9월 3일 상표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을 하던 모 웨딩업체가 자신의 상표와 동일 상표를 등록한 업체를 상대로 낸 상표등록무효 청구심판의 상고심에서 “상표법상 상표등록을 할 수 없는 상표로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는 상표’에 해당하려면 특정인의 상표나 상품이라고 인식될 수 있을 정도로 알려져 있어야 한다. 다만, 선사용상표가 반드시 국내 전역에 걸쳐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알려져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고 판시하면서 등록상표 무효의 취지로 특허법원에 파기 환송하였다. 상표 선사용 업체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더하여 대법원은 “특정인의 상표나 상품으로 인식되었는지 여부는 그 상표의 사용기간, 방법, 태양 및 이용범위 등과 거래실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사회통념상 객관적으로 상당한 정도로 알려졌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상표 선사용 업체 측은 2001년 9월경 ‘000'이라는 상호로 사업자 등록을 하였고, 2005년 7월부터 웨딩 컨설팅업과 웨딩드레스 대여업 등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이후 다른 업체가 2012년 1월 ’000‘이라는 동일한 상표를 상표등록하기까지 해당 상표 선사용 업체 측은 6년 6개월 동안 대구지역에서 총 23회에 걸쳐 결혼, 웨딩패션, 혼수 등을 주제로 대규모 박람회도 개최하였고, 지역 방송 및 기사 등을 통하여 각종 광고를 하였다. 또한, 해당 상표 선사용 업체 측은 대학교와 산학협력을 하고 각종 사회활동도 활발히 진행하였다. 이러한 활동을 통하여 상표 선사용 업체 측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000‘의 상표가 상당한 정도로 알려 졌다고 주장하면서 후에 동일한 상표를 등록한 ’000‘상표 등록업체에 대하여 특허심판원에 등록 상표 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1심 격인 특허심판원은 “등록상표 ‘000’은 국내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특정인의 서비스표라고 인식될 수 있을 정도로 선사용상표와 동일·유사하고, 그 지정서비스업도 선사용상표의 사용서비스업과 동일·유사하여, 수요자에게 출처의 오인· 혼동을 일으켜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상표 선사용 업체 측의 손을 들어 주었다. 등록상표가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1호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11호는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게 하거나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는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후 등록된 상표에 대하여 무효라 판단을 받은 상표등록 업체 측은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하는 소송을 특허법원에 제기하였다.

그러나 특허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특허법원에서 등록상표가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는 상표’에 해당하여 선사용상표권자의 권리를 침해하여 등록무효가 되어야 하는지 △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등록한 상표인지 △ 등록주의의 허점을 이용하여 권리를 남용하여 부당하게 등록한 것인지가 쟁점이 되었다.

이에 특허법원은 “선사용상표가 국내 수요자들에게 특정인의 영업의 출처표시로 인식될 정도로 알려졌다고 볼 수 없어 등록상표는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는 상표’에 해당하지 않고, 출원 당시 상표 출원인에게 부정한 목적을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하였다.

등록상표가 권리남용으로 무효인지에 대하여 특허법원은 “구 상표법상 등록무효 사유는 상표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공익적 견지에서 한정적으로 열거된 것으로 당해 사안에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이 아니다”며 권리남용 주장을 배척했다.

결국, 특허법원은 특허심판원의 심결은 위법하다는 전제하에 등록상표권자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하였다. 상표 선사용 업체 측이 패소한 것이다.

상표 선사용 업체는 특허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하였다.

결국,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원심인 특허법원의 판단에 대하여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1호의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는 상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한 것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상표를 등록했다하여 무조건 보호받을 수 없고, 선사용상표의 사용이 국내 일부 지역으로 한정된 경우라도 선사용상표의 사용기간과 방법, 광고·홍보의 정도, 언론 보도 내역, 매출액 증감 추이, 동종 업계의 인식 등을 종합 평가하여 특정인의 상표로 인식될 수 있는 정도로 알려졌는지 여부를 평가하여 등록상표의 무효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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