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청원] "미흡한 경찰조사, 파렴치한 가해자" 음주운전 교통사고 피해가족의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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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연 기자
입력 2020-09-1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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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국민청원 & CCTV 영상 캡처]

"고요한 새벽 시간, 시골에 간다던 부모님의 차량을 빠른 속도로 달리던 한 차량이 그대로 들이받았다.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숨지고, 아버지는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고속도로 음주사상사고 초동수사 미흡한 경찰과 파렴치한 가해자를 엄중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피해자의 아들이라고 밝힌 청원인 A씨는 "22일 새벽 5시쯤 고속도로 순찰대에서 연락이 왔고, 급히 병원으로 향했으나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신 후였고, 아버지는 응급실에서 수술을 기다리고 계셨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어머니의 장례준비와 아버지의 수술 및 입원 절차를 처리했다는 A씨는 "경찰서를 방문해 가해자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다. 영상은 주변에 차 한 대 없는 한적한 고속도로 2차로에서 정상적으로 주행하던 아버지 차량을 들이받으며 그대로 끝이 났다. 졸음운전인 거냐 물었고, 경찰은 '음주예요, 음주' 그 한마디가 다였다. 자세한 사고 정황을 물었으나 경찰에서는 가해자 과실이 100퍼센트 확인됐으니 처벌은 걱정 마시고 부모님 일에 신경 쓰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의 미흡한 조사에 대해 지적했다. A씨는 "그렇게 장례를 마치고 정신을 차린 뒤 담당 조사관에게 정확한 사고 경위를 물었으나, 당시 경찰은 가해자 진술만을 가지고 사고를 처리하고 있었고, 자세한 사고 경위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 심지어 가해자는 털끝 하나 다친 곳 없이 사고 당일 변호사를 선임해 조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간 상태이며, 음주에 사상사고임에도 불구속 수사로 수사가 진행 중이었다. 담당 조사관에 저희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했냐고 물으니 피해자인 저희 차량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조차 안 했던 상황이었다. 제가 직접 완전히 망가진 차량을 찾아 한참을 뒤져서 블랙박스를 확보했다. 조사관은 전화로만 견인업체에 문의했고, 없다는 말에 찾아보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미흡한 조사를 한 담당 조사관이 가해차량의 edr 분석자료와 음주 여부를 가지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영장은 판사에게 가지도 못하고 검사 단계에서 기각당했다고도 설명했다. 

어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신 건지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지 못해 담당 조사관에게 물어봤지만 확인해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하자 결국 A씨는 직접 조사에 나섰다. A씨는 "사고 장면을 몇 번이고 돌려보며 정확한 사고 위치를 찾아 사고 장소에 고속도로 CCTV가 설치돼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관에게 확보 요청을 했다. 며칠 후 조사관은 CCTV를 확보했으며 태연하게 추가적으로 뺑소니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사진=한문철TV 캡처]


공개된 CCTV 영상을 보면 가해 차량은 피해 차량을 들이받은 뒤 그 자리에 멈추지 않고 이탈해 카메라 앵글 밖으로 사라진다. 이후 가해자가 만취상태로 비틀거리며 사고 장소로 돌아오는 장면도 고스란히 찍혀있었다. 이에 대해 A씨는 "조사관은 이런 중요한 영상을 처음부터 확보하지 않고 제가 요청하니 그제야 확보하고 뻔뻔하게 뺑소니 여부를 적용할 수 있겠다고 했다. 하지만 7월 10일 영상을 확인하고도 8월이 되도록 뺑소니 여부에 대한 가해자 추가 조사도 진행되지 않았다. 조사관에게 몇 번이고 가해자 조사를 했냐고 물었지만 같은 대답만 몇 차례 들었다"면서 영상을 확인해보고 싶어 경찰에 파일로 넘겨달라고 했으나 줄 수 없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A씨가 먼저 직접 법령과 판례를 뒤져가며 이의신청을 했고, CCTV 영상과 공개 가능한 추가 자료 몇 가지를 받을 수 있었다. A씨는 "제가 CCTV 확인을 요청하지 않았다면 뺑소니 여부는 죽을 때까지 몰랐을 거고,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됐을 것이라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 현재 가해자는 구속영장이 청구돼 구속수사로 전환된 상태다. 영상을 확인 후에도 그는 뺑소니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음주운전 사상사고 가해자의 처벌이 가벼운 것이 너무나도 개탄스럽다. 음주 사망사고는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을 내리도록 되어 있으나, 지금까지 내려진 (최대) 징역형은 최대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이번 사고 역시 너무나도 가벼운 처벌이 내려질까 두렵다"며 가해자들을 꼭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형에 처해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사고는 지난 6월 22일 새벽 1시 45분쯤 평택파주고속도로 동시흥 분기점 부근에서 발생했다. 가해자 차량은 앞서 달려가던 피해 차량을 그대로 들이받고 사라진다. 조사 결과 가해 차량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만취 상태로 질주했으며, 사고 당시 속도가 시속 190㎞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해당 사고는 뉴스를 통해 알려지긴 했지만, 미흡한 조사로 8월 A씨가 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자 또다시 화제를 모았다. 해당 청원글은 26만명 이상(15일 오전 10시 기준)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최근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일 0시 55분쯤 인천 중구 을왕리 해수욕장 인근 2차로에서 음주운전 차량이 역주행해 치킨 배달을 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50대 남성이 그 자리에서 숨졌고, 보행로에서 가게에 잠시 음식을 가지러 간 어머니를 기다리던 6살 남자 아이가 음주운전자가 들이받아 쓰러진 가로등에 깔려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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