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국내시장법, 1차 관문 통과했지만 국제법 위반 논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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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9-1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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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국내시장법, 하원 표결에서 무난한 통과

  • 보수당 중진·전직 총리들은 반대 목소리 높여

[사진=AP·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유럽연합(EU)과 맺은 탈퇴협정을 일부 무력화할 수 있도록 한 '국내시장법안(internal market bill)'이 14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에서 첫 관문을 통과했다. 그러나 국제법 위반 논란이 커지면서 일각에선 반란 움직임도 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영국의 국내시장법안은 하원 제2독회 표결에서 예상대로 가결됐다. 찬성이 340표, 반대가 263표였다.

영국 하원의 법안 심사는 3독회제가 기본이다. 제2독회에서는 법안의 목적과 전반적 원칙에 대한 토론을 진행해 법안을 다음 단계로 넘길지 폐기할지를 결정한다. 이후 위원회 단계에서 상세한 심사를 거친 뒤 마지막으로 제3독회를 끝내고 표결을 진행한다. 이렇게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상원을 거쳐 여왕 재가를 받으면 정식 법률로 효력을 가진다.

국내시장법안은 이날 표결에서 무난히 통과됐지만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FT는 지적했다. 특히 보수당 일부 유력 인사들은 국제법 위반으로 영국의 평판이 훼손될 수 있다면서 반대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사비드 자비드 전 영국 재무장관, 제프리 콕스 전 법무장관 등은 기권 의사를 밝혔고 보수당 중진 로저 게일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FT는 이 같은 내부 반란은 입법 단계가 진행될수록 법안이 더 큰 저항에 직면할 수 있는 전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수당 반란파가 추진하는 수정안이 내주 하원에서 표결에 부쳐질 때 그 파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란파는 국내시장법에서 EU탈퇴협정을 무력화하는 조치들을 이행할지에 대한 최종 권한을 하원이 갖도록 하는 수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국내시장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상원에서 큰 반발에 부딪혀 수개월 동안 처리가 지연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FT는 지적했다.

존 메이저,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테리사 메이, 데이비드 캐머런 등 생존한 영국 전직 총리들도 일제히 국내시장법안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반란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구속력이 있는 국제조약을 위반하는 것은 국제 무대에서 영국의 평판과 입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물러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도 국내시장법안은 EU가 탈퇴협정의 모호성을 악용해 북아일랜드를 영국에서 떼어내려는 상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우리가 참을 수 없는 것은 우리의 EU 상대국들이 영국을 찢어놓을 힘이 있다고 믿는 것"이라고 말했다.

EU 탈퇴협정은 영국이 EU 탈퇴 후에도 북아일랜드가 통관 등에서 등에서 EU 규정을 계속 따르도록 하고 있다.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EU 국가인 아일랜드 사이에 '하드보더(국경 통과 시 엄격한 통행·통관 절차 적용)'가 부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례로 EU 탈퇴협정은 북아일랜드에서 나머지 영국(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으로 상품을 보낼 때 수출신고서를 작성하고, 영국이 북아일랜드 관련 상품에 대한 보조금을 제공할 때 EU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EU와 무역협상을 체결하지 못할 경우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 간 통관과 검역, 영국 기업에 관한 국가보조금과 관련해 EU 탈퇴협정을 따르지 않고 영국 정부가 정할 수 있도록 한 국내시장법안을 지난 9일 발의했다.

EU는 영국에 이달 말까지 법안을 폐기하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그렇지 않으면 올해 말까지인 전환기간 안에 영국와 자유무역협상(FTA)을 포함해 미래관계 협상에서 합의에 이를 수 없으며 영국을 상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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