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EU 짙어지는 '노딜' 그림자..."파운드 6% 더 떨어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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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9-1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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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AP·연합뉴스]



유럽연합(EU)과 영국이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못한 채 결별하는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커지면서 파운드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달러·파운드 환율은 이달 들어서만 4.6% 떨어졌다.

이번 주 진행한 양측의 무역협상에서는 아무런 진전이 나오지 않았다. 영국 정부가 올해 초 EU와 맺은 탈퇴협정을 무력화할 수 있는 새 법안을 강행하기로 하면서 무역협상은 더 요원해졌다. EU는 영국에 이 법안을 이달 말까지 철회하지 않으면 법적조치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크레딧아그리콜의 발렌틴 마리노프 전략가는 블룸버그를 통해 "파운드 조정은 이제 시작인 것 같다"면서 노딜 땐 파운드 가치가 1.2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시간 11일 오후 1시40분 현재 달러·파운드 환율은 1.2824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앞으로 6%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본 셈이다.

투자자들은 영국이 올해 말로 끝나는 브렉시트 전환기간 안에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지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FTA 협상 기한을 10월 15일(현지시간)로 못 박은 상황. 한달 안에 FTA 협정을 맺지 못하면 영국과 EU는 무역협정 없이 결별하는 '노딜 브렉시트'로 끝나게 된다는 얘기다.

이 경우 내년부터 양측 교역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적용받는다. 지금껏 자유롭게 오가던 양측 교역에서 큰 혼란과 차질이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심한 압박을 받는 영국 경제에 큰 충격을 던질 수 있다. 영국은 올해 2분기에 전분기 대비 경제가 20.4% 위축했다.

양측은 지난 8~10일 무역협상을 추가로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종료됐다. 미셸 바르니에 EU 협상대표는 "공정한 경쟁 확보와 어업권 문제 등 주요 부문에서 격차가 크다"고 인정했다.

영국 정부가 추진하는 '내부시장법안(Internal market bill)'은 협상의 암초로 떠올랐다. 영국 정부가 지난 1월 EU와 체결한 탈퇴협정 일부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FTA 협상이 결렬될 경우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 간 통관과 검역, 영국 기업에 관한 국가보조금과 관련해 EU 탈퇴협정을 따르지 않고 영국 정부가 정할 수 있도록 한다.

EU는 영국이 EU 탈퇴협정을 준수하지 않는 건 협약과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EU는 영국이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항의하면서 이달 말까지 내부시장법안에서 해당 부분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고 BBC 등 주요 외신은 10일 보도했다. EU는 영국이 법안을 강행할 경우 법적조치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EU의 요구를 즉각 거부했다. 마이클 고브 영국 국무조정실장은 "영국이 법안을 철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국내법 제정은 주권의 문제이며 의회는 국제조약을 어기는 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응수했다.

일각에선 내부시장법안이 존슨 총리가 FTA 협상에서 EU로부터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기 위한 벼랑끝 전술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영국 의회에서 부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국제사회에서 영국의 평판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보수당 내에서 반발이 적지 않다고 BBC는 전했다. 영국 의회는 14일부터 이 법안에 대한 공식 논의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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