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사모펀드 공포에 몸 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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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0-09-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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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규판매 가능해졌지만 당분간 판매 안해

  • 다시 손실 땐 소비자 신뢰 회복하기 힘들어

  •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에 수요도 크게 감소

[사진=연합뉴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번 주부터 사모펀드 신규판매가 가능해졌지만 당분간 이를 취급하지 않을 전망이다. 펀드 판매에 대한 '몸 사리기'에 들어간 것은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잇단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에 수요가 줄어든 데다, 은행 내에서는 얻는 것보다 잃을 게 더 많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지난 7일부터 사모펀드를 다시 판매할 수 있게 됐지만, 이날까지 판매를 개시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초 두 은행은 6개월간(3월 5일~9월 4일) 사모펀드 신규 판매가 금지되는 '업무 일부 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하반기 발생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따른 금융당국 조치였다.

두 은행은 조치가 끝난 영업일인 지난 7일부터 사모펀드 취급이 가능해졌지만, 당분간 판매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으로 두 은행은 소비자 신뢰 확보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사모펀드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 판매를 개시한 사모펀드의 원금이 또다시 환매 지연되거나 손실이 날 경우, 소비자 신뢰를 아예 회복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고위 임원은 "시장 상황상 바로 판매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우선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 은행이 사모펀드를 판매해 결과가 좋든 안 좋든, 향후 사모펀드와 은행 이름이 연계돼 거론되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도 작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래픽=아주경제]


이러한 분위기는 비단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은행이 초고위험 상품을 다루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곳도 있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사모펀드를 비롯한 초고위험 투자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고 상품 운영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자는 내용의 안건을 노사협의회에 올렸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이 최근 펀드보다는 신탁 쪽에 관심을 갖고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DLF 사태에 이은 라임, 디스커버리, 옵티머스 등 잇단 사태로 사모펀드에 대한 수요도 크게 줄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를 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IBK기업 등 주요 6개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지난 7월 말 기준 17조10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5% 급감했다.

사모펀드 시장은 지금보다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펀드를 비롯해 비예금 상품 판매에 대한 최종 책임을 은행 이사회에 두도록 하는 내부통제 모범규준이 오는 28일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의결될 것으로 보이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해당 규준이 적용되면 상품 선정 및 개발, 판매에 대한 보고를 이사회로까지 올리는 것만 다를 뿐 상품선정위원회 등은 지금도 운영 중"이라면서도 "은행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상품 판매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면 보수적으로 영업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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