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코로나19 이후 한국 영화 시장의 미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강일용 기자
입력 2020-09-09 00:1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김조한 뉴 아이디 사업개발 이사 기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수도권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진입한 후 7~8월 작년 대비 30% 정도의 관객을 회복하며 기지개를 켜던 한국 영화 시장은 9월 다시 된서리를 맞았다. 실제로 놀란 감독의 '테넷'은 지난 주말 24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온라인 VOD(주문형 비디오) 시청자와 극장 관객을 비교하면 그 결과는 어떨까? 8월 24~30일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극장을 찾은 관객은 88만명, IPTV와 케이블 VOD의 유료 판매는 55만건이었다. 가구당 평균 1.6명이 시청한다고 가정하면 온라인 VOD와 극장 관객이 거의 동일하다는 결과가 나온다.

지난해에는 VOD와 극장의 관객 수 비율이 0.18:1이었는데, 올해는 1:1이 됐다. 극장은 작년 동기 대비 260만명(-75%)의 관객이 사라졌는데, VOD 시장은 고작 24만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렇다면 사라진 극장 관객 236만명은 어디로 갔을까? 답은 OTT다.

필자가 인용한 데이터는 국내 유료방송 플랫폼을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시청자의 미디어 시청 행태를 보면 VOD는 유료방송 플랫폼만의 것이 아니다. 네이버 시리즈, 카카오 페이지, 웨이브, 티빙도 영화를 유료로 판매하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도 매달 접속해서 보는 사용자가 6월 닐슨 데이터 기준 789만명에 달한다. 이들도 전체 매출에서 영화 VOD 매출이 10~20%에 달하는 등 매출에서 VOD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직은 VOD 시장에서 유료방송 플랫폼 비중이 높지만, OTT로 축이 움직이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향후 OTT에서 영화 매출이 아주 많이 늘어나진 않을 전망이다. 넷플릭스의 급성장 때문이다. 9월 넷플릭스 인기 영화 순위에는 1위 '정직한 후보'(2020년 개봉), 6위 '남산의 부장들'(2020년 개봉), 8위 '홉스 앤 쇼'(2019년 개봉), 10위 '히트맨'(2020년 개봉), 15위 '미스터 주'(2020년 개봉), 16위 '타짜 원아이드 잭'(2019년 개봉), 18위 '시동'(2019년 개봉) 등이 올라왔다. 모두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영화들이다.

극장과 IPTV에 동시 개봉하거나 극장 개봉작을 IPTV에 빠르게 유통하는 것은 전에도 있었던 일이지만, 넷플릭스처럼 본격적이진 않았다. 넷플릭스가 굳이 극장에 가지 않아도 개봉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신작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을 시청자에게 심어주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어떨까?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디즈니는 극장에서 개봉이 어려운 '뮬란'을 OTT 플랫폼인 디즈니 플러스에 공개했다. 12월 4일 이후 디즈니 플러스 가입자는 무료로 시청할 수 있고, 그전에는 3만6000원 정도의 비용을 내고 프리미어 액세스로 결제해야 볼 수 있다. 아직 관련 매출에 대해 공개된 것은 없다. 놀란 감독의 테넷은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극장으로 직행했고, 지난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2000만 달러의 이익을 거뒀다. 한국과 비슷하게 전년 동기 대비 20% 정도의 기대 매출이 나왔다고 한다. 떨어진 매출을 보존하기 위해 테넷은 극장 개봉 후 워너 미디어의 OTT 플랫폼인 HBO 맥스로 직행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선 '팔백(800)'이라는 1930년대 배경으로 한 전쟁 영화가 개봉 3주 만에 중국 박스오피스에서 3억3000만 달러를 거둬들였다. 벌써 6300만명이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고 한다. 그럼 중국 영화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에서 완전히 회복된 것일까? 팔백만 흥행했을 뿐 다른 영화의 성적은 전년 동기 대비 10%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꼭 극장에서 봐야 할 국민 영화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청차들이 극장을 찾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테넷은 지난주 중국에 개봉했고 3000만 달러의 이익을 냈다.

이처럼 유료방송 플랫폼이 독점하던 국내 VOD 시장에 넷플릭스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다. 국내 OTT인 왓챠도 독점 영화와 드라마 수급을 시작한다고 한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 독점 공개된 '사냥의 시간'처럼 극장 개봉을 하지 않고 OTT로 직행하는 영화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코로나19가 끝나도 한 번 정착된 영화 유통 환경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이러한 유통 환경을 이해하고 가장 잘 활용하는 영화배급사와 제작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영화 시장의 미래를 우리는 이미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조한 뉴 아이디 사업개발 이사.[사진=뉴 아이디 제공]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