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소셜 임팩트라는 이름의 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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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0-08-3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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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사진=루트임팩트)]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 감염병, 유례 없이 긴 장마와 폭우를 경험하면서 여러 감정과 생각이 교차하는 때다. 우리 인간이 자연 앞에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되고, 오랜만에 다시 본 영화 속의 “인간은 지구에 존재하는 바이러스다. 인간이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대사가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편, 이번 재난도 어김없이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더욱 가혹한 현실로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몹시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목격해온 것들과는 급이 다른 위기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절망과 비관보다는 희망과 낙관을 바탕으로 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기회의 씨앗을 주위에 있는 체인지메이커들에게서 본다. 이들은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임팩트 스타트업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창업가와 동료들이다.

모든 소비가 지속 가능한 소비로 대체되는 세상을 꿈꾸며 온라인 편집숍을 운영하는 회사도 있고, 청각장애인의 원활한 소통을 돕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의 실시간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도 있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친환경 고체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만드는 회사도 있고, 모든 아이들이 고유한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진로 또는 창의체험활동 시간에 새로운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회사도 있다. 이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방법은 각양각색이지만, 인류와 환경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고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하며 비즈니스의 도구로 문제를 해결해 간다는 점이 닮아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들을 일컫는 사회적기업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커녕 들어본 사람조차 거의 없을 정도였는데, 이제는 하나의 산업으로 부를 수도 있을 만큼 전 세계적으로 소셜 임팩트를 둘러싼 생태계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 이는 그동안 창업가와 동료들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에 더해 정부, 지자체 및 일부 대기업의 관심과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앞으로도 임팩트 생태계가 더욱 성장하고 이들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와 공동선의 증진을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노력과 협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국회는 이들을 지원하는 법과 정책의 기반이 될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비롯해 관련 3법의 제정을 이루어내고, 정부와 지자체는 지금까지와 같이 계속해서 지원 체계를 양적으로, 질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더 많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임팩트 비즈니스를 사회적 책임 및 후원의 대상에서 전략적 사회 공헌, 공유가치 창출, 혁신을 향한 파트너로 새롭게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금융 자본은 배분에 있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에서 점점 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효익을 균형적으로 달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미디어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과 저변이 확산될 수 있도록 힘쓰고, 학교는 미래 세대가 목적의식, 공감능력, 문제해결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새로운 배움을 설계해야 한다. 창업가와 동료들 스스로도 유니콘이라는 전형적인 스타트업 성장의 문법 이외에도 다양한 경로의 임팩트 스케일업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모두가 함께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위해 힘쓰고 있는 지금, 소셜 임팩트를 지향하는 조직에서 만들어내는 혁신적인 솔루션의 확산과 성장을 돕는 것이 인류가 그리는 새로운 균형점에 더 빠르게 도달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코로나19에 대한 치료제와 더불어 양극화와 불평등, 기후 위기에 대한 치료제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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