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안중덕 목사의 글이 남긴 진정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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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정치팀 차장
입력 2020-08-2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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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 서울 지역 확진자는 이날 5명이 추가되면서 총 471명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것은 잠잠하라는 뜻이다. 집합을 금지하는 것은 소외된 자들과 함께하라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중덕 샘터교회 목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과 관련해 쓴 ‘코로나 시대가 전해주는 메시지’라는 글을 공유했다.

안 목사는 “코로나 감염 재확산으로 안타깝고 죄송하고 답답한 마음으로 묵상을 하다가 문득 적어본 글”이라고 설명했다.

안 목사는 코로나 재확산 국면에서 △마스크 착용을 ‘잠잠하라’ △손 자주 씻기를 ‘마음을 깨끗이 닦으라’ △거리두기를 ‘자연을 가까이 하라’ △대면예배 금지를 ‘언제 어디서나 하나님을 바라보라’ △집합금지를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라’ 등으로 연결, 담담하게 풀어내 눈길을 끌었다. 총 다섯 가지의 메시지 밑에는 이에 대한 부연 설명에 해당하는 글귀들이 적혀 있다.

안 목사의 글은 정부의 방역 수칙을 기독교인의 태도에 빗대 종교계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됐다. 전광훈 목사 등 일부 교회들의 집회 참여로 기독교계가 전 사회적인 지탄을 받는 상황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최근 들어 코로나 재확산 상황이 심각하다. 며칠째 200명대로 내려앉았던 확진자 수가 26일 다시 300명대로 올라섰다. 명단 확보와 잠복기, 검사 결과의 시간 차이 등을 감안하면 광복절 집회 참가자들의 확진 결과가 본격적으로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를 둘러싼 정쟁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야권의 공세도 문제지만, 사실 정부가 나서서 편 가르기를 조장하는 것도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닌 듯싶다.

문 대통령은 강력한 공권력 행사와 함께 ‘기본권 제약’을 언급하며 연일 강경 메시지를 내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다 보니 추미애 법무부장관, 김창룡 경찰청장도 잇따라 법 집행을 명목으로 일벌백계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법무부장관의 입에서는 "코로나 확산의 배경에 박근혜 전 대통령 옹호세력이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전 목사의 편을 들 생각은 없다.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대통령이 대국민적인 호소는 마땅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경고를 하며 몰아세우는 모양새도 좋아 보이진 않는다. 안 목사의 글을 인용한 것도 전 목사 등 기독교계를 겨낭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24일 수석비서관·보좌관(수보) 회의에서 종교계를 향해 “어떤 종교적 자유도, 집회의 자유도, 표현의 자유도 국민에게 그와 같은 엄청난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주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장을 날렸다.

사실관계에서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물리적인 시간을 감안했을 때 8·15 광복절을 기준으로 확진자 수가 폭증한 것은 광화문 집회 시위자들에게만 책임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24일부터 교회의 소모임을 허용하고, 지난 17일을 광복절 대체 휴일(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한 내수 진작을 위해 휴가철 사회적 거리두기를 대폭 완화하고 200만장이 넘는 할인쿠폰을 전국에 뿌렸다. 이는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조치였다.

종교계 등 일부 단체들의 책임도 있지만, 이 같은 정부의 내수 회복 정책이 코로나 재확산의 주요 원인이 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경고와 책임을 묻더라도 잘못된 정책 판단에 대한 언급도 함께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는 안 목사의 5개 가르침의 부연 글귀 중에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 ‘사람끼리 모여서 살면서 서로 다투지 말라’는 말을 되새겨 봐야 한다.

검진을 거부하고 방역을 방해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선 당연히 법에 따라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특정 집단에게 책임을 넘기고 갈등을 조장하는 것보다 ‘사회적 관용’의 미덕을 발휘해보면 어떨까 싶다. 진영 논리를 자극하는 것이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비상한 대응’은 아닐 것이다. 27일로 예정된 교회 주요 지도자들과의 청와대 초청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낼지 기대된다.

안 목사의 글귀 가운데 ‘모여서 선동하거나 힘자랑 하지 말고, 사람이 그리운 이들의 벗이 되라’는 가르침은 꼭 종교계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도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안중덕 샘터교회 목사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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