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오타쿠 비하'...마이크 체크 실수로 벌어진 역대 사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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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재 기자
입력 2020-08-2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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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인이든 아니든, 어디서나 말은 조심해야 합니다.

취향을 존중받지 못한 이들의 분노
8월 21~23일 일본 야마나시현 후지큐 하이랜드에서 열린 ‘뱅드림! 8th 라이브 여름야외 3DAYS 라이브(이하 뱅드림!)'가 국내 영화관에서도 동시 개봉됐다. CJ CGV에서는 8월 21일부터 3일간 매일 오후 5시에 용산아이파크몰, 왕십리, 영등포, 부산 서면 등 4개 극장에서 상영을 실시했는데, 특정 분야 마니아를 타깃으로 한 만큼 티켓 가격도 비싸다. CJ CGV는 3일권을 4만3000원에 판매했다.

뱅드림!은 밴드를 결성한 5명의 미소녀 여고생들이 음악을 통해 함께 성장해간다는 설정의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애니 속 캐릭터를 연기하는 성우가 현실세계에서 라이브 공연을 펼치는 것이 특징으로, 이른바 애니·게임·리얼라이브가 융합된 미디어믹스 프로젝트로, 국내 마니아들 사이에서 개봉 전부터 뜨거운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리고 8월 22일, 상영 시간을 안내하는 장내 사전 방송이 직원의 마이크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문제의 발언은 현지 날씨 문제로 라이브 공연이 지연되면서 CGV 왕십리점에서 상영이 지연됐다는 장내 공지 방송을 한 직후 이뤄졌다.

"오타쿠들 엄청 징그러워. 수영복 입고 뭐 그런 거 보고 있고 소리치고 있어"

이 말은 상영관 안에 있는 모든 관객들의 귀에 들렸다. 안내 방송 마이크가 꺼져있을 것이라고 착각한 영화관 근무자의 개인적 발언은 삽시간에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오타쿠, 원래는 무슨 뜻?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타쿠'는 통상적으로 특정 분야에서 마니아 이상의 지식을 갖추거나, 또는 그 분야에 거의 매몰되다시피 심취한 사람을 일컫는다. 오타쿠의 어원은 상대방의 집을 높여 말하는 'お宅(오타쿠)'라는 단어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한자 그대로 집(宅)에 틀어박혀 만화, 게임 등에 몰두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오타쿠라는 단어가 탄생한 일본에서도 상황에 따라 해당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이 될 수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일본 현지에서 오타쿠가 일종의 ‘욕'으로 통용되기도 했다. 특히 1988년부터 1988년까지 다섯 명의 여자아이를 성폭행, 살해한 '미야자키 츠토무 사건'은 일본 내 오타쿠들이 사회적으로 냉대를 받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외부와 단절된 채 집에 틀어박혀 비디오만 보고 살았다던 미야자키 츠토무의 집에는 소아 성인물 비디오가 다수 발견됐다고 한다. 이 사건에 의해 "댁(오타쿠)에도 그런 비디오가 있습니까?"라는 말이 유행처럼 일본 전역에 퍼지며 오타쿠에 대한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오타쿠라는 단어가 처음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인터넷을 통해서였다. 당시 한국에는 일본에서처럼 일본 애니메이션/게임에 심취한 사람만을 가리키는 의미보다는 특정 분야에 심취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단어로 인식되었으며, 일본에서나 있는 특유의 문화 현상 정도로 인식되었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 한국에서 인터넷 보급 확대로 오타쿠라는 단어가 더 널리 퍼지기 시작하며 일본과 마찬가지로 일본 애니메이션/게임 매니아를 가리키는 단어로 바뀌어갔고, 현지화된 오덕후라는 단어도 생겨나게 된다.
 
뱅드림!은 어떤 애니메이션?
뱅드림!은 일본 콘텐츠 전문 기업 '부시로드'의 회장 ‘키다니 타카아키(木谷高明)’가 기획해 2015년 출범시킨 미디어믹스 사업이다. 2014년 당시 키타니는 앞서 출범한 ‘러브라이브!' 성공을 지켜보며 게임·애니와 음악을 융합시킨 콘텐츠를 고민한다. 키타니는 2014년 2월 열린 ‘아이돌마스터’ 라이브 공연에서 성우 아이미(愛美)의 기타 연주를 듣고 걸즈밴드의 가능성을 느껴 애니 캐릭터 콘텐츠와 걸즈밴드를 융합한 프로젝트를 발동한다. 부시로드는 만화 콘텐츠를 필두로 애니메이션, 소설, 게임, 라이브 콘서트, 라디오 방송 등 다채로운 미디어를 통해 뱅드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뱅드림!' 라이브 뷰잉 [제공=CGV]

그러던 중 22일 CGV 왕십리점에서 한 근무자가 안내 방송 이후 마이크가 켜진 채로 마니아 관객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근무자는 방송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오타쿠들 엄청 징그럽다. 수영복 입고 뭐 그런 거 보고 있고 소리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뱅드림 8th 라이브 관람객 일부는 22일 CGV 근무자의 오타쿠 비하 발언을 녹음해 유튜브 상에 업로드하고, 관련 사건을 게임·팝컬처 커뮤니티에 정리해 올리는 등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CGV, 발등에 불 떨어지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문화 속에서 극장업계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는 판국에 오로지 팬심으로 찾은 관객들로부터 네거티브가 발생한 것은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보통 애니메이션과 같은 팝컬처 마니아들은 'N차 관람'이라며 같은 영화를 몇 번이고 소비해주는 극장업계의 핵심 고객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논란이 확산되자 CGV는 관객에게 직접 문자메시지를 보내 “지난 22일 CGV왕십리에서 ‘라이브 뷰잉 BanG! Dream’ 상영 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고객님들께 큰 실망감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저희 직원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당일 현장에서 심한 불쾌감과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분들과 기사 등으로 관련 내용을 접하고 실망하셨을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전했다.

또 “해당 직원 역시 본인 불찰로 빚어진 일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라며 “해당 직원에 대한 조치와 함께, CGV왕십리 구성원들은 내부 프로세스를 철저히 재점검해 추후 다시는 동일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덧붙였다.
 
마이크 체크 실수로 인한 사건·사고...다른 사례는?
△양정원, 라디오 방송 중 타 연예인 외모 뒷담화?

과거 필라테스 강사 겸 방송인 양정원이 라디오 방송 중 가수 전효성의 '잇몸 성형수술'을 추측, 언급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2016년 6월 16일 오후 SBS 파워FM '배성재의 텐' 인터넷 생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한 양정원은 마이크가 켜져 있는 사실을 모른 채 "전효성씨 수술했나 봐요. 이제 (잇몸이) 안 보여"라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 스태프는 "무슨 수술이요?"라고 물었고, 양정원은 "잇몸 여기 수술했나봐요. 얼마 전 SNS 봤는데 다 내렸어. 사람들이 저보고 수술 안하냐고 만날 그래요"라고 답했다. 또 다른 스태프가 "잇몸을 어떻게 수술하느냐"고 묻자, 양정원은 손으로 직접 흉내 내며 "이 위를 찢어서 올리는 게 있나봐요"라고 설명했다.

양정원은 이 대화가 그대로 방송에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방송이 끝난 뒤 양정원은 전효성을 뒷담화했다는 의혹에 휩싸였고, 일부 누리꾼들은 "아무리 방송이 안 나가는 줄 알고 한 말이라지만 너무 경솔했다" "전효성이 방송을 들었다면 얼마나 불쾌하겠느냐" 등의 질타를 쏟아냈다.

△ 골프 중계 중 성희롱 발언?

2017년 4월, 영국 BBC 방송 골프 해설가가 방송으로 나가는 줄 모르고 스페인의 프로 골퍼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의 약혼녀 옷차림에 대해 한마디 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BBC 골프 해설가인 피터 알리스가 4월 10일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가르시아의 약혼녀 앤절라 애킨스를 보면서 '세상에 저렇게 짧은 치마는 없을 것'이라고 한 말이 방송 전파를 탔다"고 보도한 것이다. 알리스는 애킨스의 치마 이야기에 이어 "오늘 밤에 호텔에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겠군"이라고도 말해 화를 키웠다.

이후 알리스는 BBC를 통해 "가르시아와 약혼녀가 우승의 기쁨을 나누는 광경을 보다가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가볍게 농담한 것이 그대로 방송됐다"며 "부적절한 표현이었다"고 해명했다.

△워너원 스타라이브 방송사고

가수 워너원은 2018년 엠넷닷컴의 인터넷 방송 '스타라이브'에 출연했다. 라이브 무대에 오르기 전 멤버들은 마이크가 켜진 지 모른 채 대화를 나눴는데, 대화 속엔 정산이나 수면 시간 등에 대한 불만 및 비속어 사용, 사생팬을 언급한 내용 등이 포함되어 논란이 일었다.

워너원의 스타라이브 방송사고 이후 팬들은 실망감을 내비쳤고, 결국 워너원이 소속사를 통해 해명, 사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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