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2400조 애플과 370조 삼성 그리고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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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훈 기자
입력 2020-08-2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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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최근 시가총액 2조 달러(약 2400조원)를 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한국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우선주 포함) 374조원과 비교하면 6배나 큰 규모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2~3배 차이에 불과했는데, 현재 그 차이는 훨씬 벌어졌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시장 평가가 갈린 이유는 다양하다. 일각에서는 회사를 이끌어 가는 이들을 문제삼기도 한다. 

그렇다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보다 훨씬 뛰어난 경영 능력을 발휘한 것이었을까. 하지만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의 사망 이후 애플이 전보다 혁신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이 부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와병 이후 제대로 경영을 펼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적어도 이 부회장은 2016년 이후 물리적으로 팀 쿡만큼 경영에 집중할 수 없었던 환경이었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는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1년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항소심을 거쳐 풀려났지만, 아직까지도 정치적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현재 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이 부회장을 수사하고 있다. 만 5년 동안 국내 1위 기업의 총수가 경영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시기에 팀 쿡은 수십개의 스타트업을 인수했고, 지난 2분기엔 자체 반도체 설계 등을 발표하며 다음 10년을 대비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시가총액 차이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이 부회장도 부지런히 현장을 방문하며 주요 사업을 챙기고 있다. 그는 경영복귀 이후 지난해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삼성전자의 10년 구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밀리면 사실상 한국 경제가 휘청인다는 점에서 비전 발표는 한국 산업계에 희소식이다.

실제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상반기 코스피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삼성전자를 포함하지 않는다면 작년 동기 대비 35%나 줄었다. 삼성전자 덕분에 24% 감소로 선방했다.

삼성전자가 지금처럼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병철 삼성전자 창업주의 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창업주는 한국이 올림픽도 치르기 전인 1983년에 반도체 투자를 결정했다. 1983년 당시 28살의 스티브 잡스가 이 창업주를 만나서 협업을 논의한 사건은 아직도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다. 삼성은 스티브 잡스 방문 다음해인 1984년 64K D램을 애플 등 미국기업에 수출하며 반도체 기업으로 본격적으로 출발했다.

“영국이 증기기관으로 400년간 기술적 우위를 점한 것처럼 삼성은 반도체로 400년을 먹고살 것이다.”

이 창업주가 반도체 투자를 결정하면서 했다고 알려진 이 말처럼, 반도체 산업은 2020년 한국의 국가 산업이 됐다.

이 부회장이 조부의 뜻을 이어받아 기업인으로 ‘사업보국’을 다하고 반도체 강국을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검찰 수사가 조속히 마무리되길 기대해 본다.
 

지난 2014년 미국 아이다호주(州) 선밸리에서 개최한 ‘미디어 & 테크놀러지 콘퍼런스’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나란히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사진=블룸버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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