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 금융지주계 저축은행, 1금융권 대출 규제에 백조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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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김형석 기자
입력 2020-08-14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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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대체제 역할 맡아 고공성장 중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2011년 영업정지 사태 이후 저축은행권은 큰 혼란기를 맞았다. 수익성 악화와 영업 부진 탓에 두 자릿수의 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왔으나 원매자는 한둘에 불과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탄탄한 재무구조를 지닌 금융지주에게 저축은행을 떠넘기다시피 한 결과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이 다수 탄생했다.

그러나 이후 금융지주는 계열 저축은행의 발전 방향을 뚜렷하게 설정하지 못했다. 저축은행의 업무가 은행과 겹치는 점이 많은 탓에 저축은행을 키워주려다 가장 중요한 계열사인 은행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탄생 이후 최근까지 저축은행은 금융그룹 순이익 기여도가 1% 수준에서 머무르는 등 미운오리 취급을 받았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의 발전 방향이 뚜렷해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의 여러 규제에 손발이 묶인 은행 대신 대출 수요를 흡수하는 '은행 대체재'로서의 역할이다. 올 상반기 은행은 지지부진한 실적을 보이는 반면 저축은행은 그야말로 고공비행에 성공한 백조로 거듭나는 모습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한·NH 등 대형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의 실적이 뚜렷이 개선됐다. 신한저축은행은 올 상반기 순이익 14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31.9%, NH저축은행은 107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13% 성장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계열 은행은 지지부진한 실적을 냈다. 신한금융그룹에 속한 신한은행과 제주은행의 순이익은 각각 1조1407억원과 1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와 20.2% 줄었다. NH농협은행은 7268억원의 연결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사진=각 금융지주]

저축은행의 호조와 은행의 부진은 정부의 대출 규제와 연관이 깊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연달아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은행의 부동산 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해왔다. 이 같은 조치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사상 초유의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이 규제의 영향을 받으면서 넘쳐나는 대출 수요는 자연히 2금융권으로 향했다. 금융권에서는 거래하던 은행의 계열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고객이 상당히 많다는 후문이 나온다.

실제 올해 들어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의 대출 규모는 상승 추세다. 신한·하나·NH저축은행의 올해 3월 말 부동산 담보 대출 규모는 1조4578억원으로 지난해 말 1조4235억원 대비 1조4578억원으로 지난해 말 1조4235억원 대비 343억원(2.41%) 늘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증가 규모인 3억원(0.03%)에 비하면 113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아직 2분기 저축은행의 세부 실적이 모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1분기보다 더 부동산 대출 규모가 가파르게 상승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말 26조455억원 수준이던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5월 말 기준 27조6199억원까지 매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계 저축은행은 대출규제 영향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은행에서 대출 받지 못한 고객이 저축은행으로 이동하는 일종의 풍선 효과의 영향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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