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공공재건축 가능한 곳, 93개 사업장 26만호가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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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윤지은 기자
입력 2020-08-1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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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기 사업장 모두 다 참여해도 불가능한 수준

  • 부실한 기초자료 탓에 물량산출 정확도 떨어져

  • 35층룰·건축법상 용적률 400% 일괄적용 불가

서울시에 있는 초기 단계 재건축사업장이 전부 공공재건축 사업에 참여한다고 해도 5만 가구에 달하는 공급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는 모집단인 26만 가구조차 현행 건축법상 불가능한 조건을 충족해야만 나오는 계산이었던 데다 이미 사업방식이 정해진 곳마저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지난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 유대길 기자]

26만가구, 모든 단지서 공급량 3배 늘어야 달성 가능
11일 본지가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 내 정비사업장(재건축·재개발)을 전수조사한 결과, 사업시행인가 전 초기 단계 재건축 단지는 총 159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부와 동일하게 100가구 미만인 단지를 제외하고 현재 사업이 아예 멈춘 단지도 빼면 108곳으로 줄어든다. 전체 가구 수는 9만1890가구로, 한 곳당 850가구 수준이다.

국토부는 한국감정원에 의뢰해 부지가 너무 작거나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워 사업을 추진하기 곤란한 곳을 한 번 더 걸러냈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 8·4 부동산대책 때 공공재건축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곳이 총 93곳이다. 가구 수로는 26만 가구에 달한다. 한 곳당 평균 2795가구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와 본지 자료에 미세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략 정리해보면 26만 가구는 초기 단계에 있는 모든 재건축 단지가 기존 가구 수 대비 3배가량의 물량을 공급해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처럼 총공급량이 뻥튀기된 이유는 전 사업장의 용적률을 일괄적으로 400%까지 올렸다는 가정하에 계산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이 중 20%가 조합원 3분의 2 동의를 받아 공공재건축에 참여한다고 봤을 때 2028년까지 공급 가능한 신규 주택 수를 최소 5만 가구로 제시했다. 조합원분까지 포함돼 있으므로 실제 일반분양 또는 공공주택으로 나올 물량은 이보다 더 적다.
 

8·4 부동산대책.[자료 = 국토부 ]

사업장 1곳당 2795가구 공급 불가능
하지만 전문가들은 애초에 재건축 단지 한 곳당 평균 2795가구의 공급량이 나올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현재 15만㎡ 수준인 대형 부지에서나 용적률 300%를 받아 공급되는 물량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서울시 내 부지 면적이 10만㎡ 이상인 초기 재건축 단지를 21곳(약 300만㎡)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 조합들이 모두 참여 의사를 밝히고 용적률을 400%까지 받아도 약 8만 가구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심지어 일반물량 없이 1대 1 재건축을 추진하는 압구정특별계획3구역(36만㎡)이나 공공재건축에 관심이 없다고 한 은마아파트(24만㎡), 층수제한이 걸린 용산 후암1구역(33만㎡) 등이 포함된 최대치다.

또 다른 문제는 일반주거지역에서 35층 이상의 건축을 허용하지 않는 서울시 방침으로 인해 모든 단지의 용적률을 400%까지 늘릴 수 없다는 점이다.

건폐율은 그대로 두고 용적률만 늘려 최대 공급 가능한 가구 수를 계산했기에 높이가 높아진 만큼 동 간 거리를 더 확보해야 하는 현행 건축법상 불가능한 공급량인 셈이다.

자문과 함께 익명을 요청한 A대학 건축학과 교수는 "전체 공급량이 크게 부풀려졌기 때문에 공급 가능한 5만 가구라는 수치도 미지수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부실한 기초자료부터 문제
국토부 관계자는 "공급량을 계산하는 기초 자료인 정비사업현황 자료부터 완전하지 않은 상태여서 한계가 있다"며 "단지별로 모든 여건을 고려할 수 없어 통계의 기준을 간명하게 만들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부지면적이 큰데 현 가구 수가 적은 빌라 등이 있는 지역의 경우 용적률을 400%를 적용하면 500가구가 2000가구로 급등하는 등의 현상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33만㎡ 부지에 5층 이하 저밀 주거지로 조성돼 있지만 아파트로 재건축할 수 없는 후암 1구역 같은 곳에서 막대한 공급량이 산출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본지도 국토부와 마찬가지로 서울시에서 받은 기초 자료를 바탕으로 공급량과 정비사업 면적이 빈칸으로 된 50여곳의 정보를 클린업시스템을 통해 일일이 찾아서 채워 넣어야 했다.

서울시 자료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문정동 136번지'와 이미 분양에 착수한 '응암4구역'이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포함돼 있는 등 정확도가 떨어졌다.

현재 국토부는 지자체별 정보관리 능력에 따라 현황파악에 차질이 있다고 판단해 서울 전체 정비사업 단지에 관한 전수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다만, 국토부와 전문가 모두 최종 공급목표인 5만 가구의 경우 달성하기 어렵지만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 공공재건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은마아파트와 같은 단지가 입장을 바꾼다면 공급량이 한 번에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5만 가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라며 "특별건축구역을 지정해 35층 이상의 건축을 허용하거나 대형 부지를 준주거용지로 지정해 현행 건축법상 어려운 동 간 거리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카드가 있다"고 말했다.
 

곳곳이 빈칸으로 남아있는 서울시 정비사업 현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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