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암댐 수초섬 작업에 '출산휴가자'가 왜 가야했을까?

우한재 기자입력 : 2020-08-07 16:53
아빠는 갓 태어난 아기와 50일 만에 생이별할지도 모르게 됐다.

6일 오전 강원 춘천시 의암호에서 선박이 전복돼 구조대원이 수색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춘천 의암댐 선박 침몰 사고가 춘천시의 현장에 대한 판단 및 지휘 능력 부족에 기인한 인재(人災)라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실종자 중에는 출산휴가자와 기간제근로자가 여럿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들이 현장에 투입된 배경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이재수 춘천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고 책임을 통감하며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사태의 수습을 위해 총력을 다해 실종자를 찾고, 유명을 달리하신 분에 대한 예우를 다할 것이며, 경찰 수사 등에 성심껏 임해 한 치의 의문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 험한 곳에 출산휴가자까지 가야 했던 이유는?
하지만 정작 출산휴가자와 기간제 근로자가 현장에 출동해야 했던 배경에 대한 질문에는 입을 다물었다. 이 시장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 이동과 담당 공무원 경찰 신고 시간 등을 볼 때 수초 섬 고정작업을 처음에는 업체 직원들이 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간제 근로자의 지원 요청이나 담당 공무원이 당시 상황을 어떻게 알고 현장에 나갔는지 등 여부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아직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춘천시가 파악한 내용들은 어디까지나 관련자의 진술과 휴대전화 통화 시간대 등만을 토대로 도출한 것이라며 자세한 사항은 추후 경찰 등의 수사를 통해 정확히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고는 전날 오전 11시30분께 의암댐에 있던 인공 수초섬이 급류에 떠내려가자 이를 결박하기 위해 출동한 관리업체와 행정선이 현장에서 침몰했고, 이후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나선 경찰정까지 모두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면서 발생했다.

침몰한 3척의 선박 중 경찰정 승선자는 2명, 고무보트 1명, 행정선에 기간제 근로자 5명이 각각 타고 있었다. 이 중 행정선에 타고 있던 근로자 1명은 의암댐에 휩쓸리기 전 구조됐으며, 또 다른 1명은 사고 발생 1시간 여 뒤 의암댐 하류 춘성대교 인근에서 탈진 상태로 구조됐다. 하지만 비슷한 시각 가평 남이섬 선착장 인근에서 근로자 이모(68)씨는 숨진 채 발견됐으며, 경찰정에 탑승했던 이모(55) 경위와 춘천시청 소속 이모(32) 주무관 등 5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특히 이 주무관은 50일 전 배우자 출산으로 출산휴가를 보내던 중에 현장에 나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의암댐 선박 전복 사고 발생 이틀째인 7일 강원 춘천시 남산면 춘성대교 인근 북한강에서 사고 경찰정이 발견돼 경찰과 소방이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출산휴가 중인 이 주무관의 출동이 단순히 담당자로서의 책임감에 의한 것인지, 혹은 누군가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7일 이 시장의 브리핑에 따르면 "이 주무관은 출산 휴가 기간이었음에도 수초섬이 떠내려간다는 소식에 집에만 있을 수가 없었던 듯 하다"며 "어쩌다 휴가 기간에 현장으로 가게 됐는지 전후 관계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이 주무관이 누군가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보이며, 담당 계장은 그 해당 주무관에게 떠나가게 내버려 둬라, 사람 다친다, 출동하지 마라. 또 기간제 절대 동원하지 마라, 강하게 지시하였다고 후술했다. 하지만 갓 태어난 아기를 두고 기어이 험지로 출동해야 했던 배경을 설명하기엔 미심쩍은 부분이 없지 않다. 실제로 누리꾼들 사이에선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차임자에 인수인계까지 마쳤을 '출산휴가자'가 생사가 오가는 현장으로 발을 옮겨야 했던 진짜 배경은 '대응 인력 부족 문제'가 아니냐는 추측도 돌고 있다.  
 
"수초섬이 사람 목숨보다 중했나"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의암댐은 상부댐 방류 등 영향으로 유속이 빨라 선박을 띄우거나 수초섬 관련 작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실종자 가족들 역시 "소양댐 수문을 개방했는데 수초섬 작업을 내보내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전날 사고 현장을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같은 점을 지적하며 "참 안타깝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국민들이 얼마나 실망하고 통탄하겠느냐"고 춘천시 관계자들을 질책했다. 또 상부댐이 방류 중인 상황에서 기어이 인공 수초섬을 고정하려 무리수를 던지다 인명 사고로 이어진 것에 대해선 "그걸 떠내려가게 둬야지, 판단을 잘못한 것 아니냐. 너무 기가 막힌다"며 "어처구니가 없어서 뭐라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고 탄식했다.

현재 수색당국은 헬기와 선박, 공무원 등 1400여 명의 인력을 총동원해 전방위 수색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물의 흐름이 빠르고 흙탕물이 일어나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 구조에 난항을 겪고 있다.
 

6일 오후 경기 가평군 남이섬 선착장 인근 북한강에서 소방대원들이 의암댐 선박 침몰 사고 실종자 야간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한재 기자  whj@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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