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임대료 통제, 도시 파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착한 정책의 배신

박기람 기자입력 : 2020-08-09 14:38
부작용 우려 속출…편법 횡행·세대간 갈등·시장 양극화 등

 7일 서울 여의도 63스카이아트에서 바라본 용산구 일대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도시폭격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임대료 등 집값 통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맨큐의 경제학'에 언급된 내용이다. 정부가 임대인임차인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잇달아 착한 정책을 꺼내들고 있지만, 되려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9일 경제·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가 시행돼 시장 내 혼란은 필연적인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규제 압박이 강해져도 서울 시내 주택을 원하는 수요는 꾸준히 있기 때문에 암시장 횡행, 지역의 슬럼화, 수도권·지방 양극화 등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는 경고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실제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생각과 완전히 딴판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며 "강한 규제와 법망을 피해 부동산 거래가 지하경제로 옮겨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 내 편법이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임대차를 통한 공급의 전반적인 질적 하락 우려도 나온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단기간 내에는 임대료를 저감시켜 세입자 부담을 줄이고 임대인의 수익이 줄어드는 식으로 부의 배분효과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임대 시장에서의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임대임차인들의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전세 시장의 경우 집주인이 세입자의 요구에 따라 집수리 등 리모델링을 해준다. 그러나 전셋값 상승률이 묶여서 수익 창출이 어려워지게 되면 집주인이 투자를 안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주거의 질이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그렇게 되면 세입자는 낮은 전셋가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리모델링 등 기타 수리 비용 부담을 전부 떠안게 된다. 특히 전세시장이 교착될 경우 초기 계약 역시 매우 깐깐해져 신규 계약자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한번 들어가면 최소 4년에서 길게는 8년까지 주거가 가능해지니 계약 때 임대인이 우위에 서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고가·저가 아파트 간 전셋값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세보증금 10억원대 강남 아파트의 경우, 재계약 시 5%인 5000만원을 인상할 수 있다. 그 반면, 5억원인 강북 아파트는 2500만원까지만 인상할 수 있다. 지역 간 전셋값 양극화가 일어날 수 있는 셈이다. 

김태섭 연구실장은 "서민층이 사는 다가구·다주택 단지는 애초에 임대료 상승폭이 크지 않다. 오히려 세입자 구하기부터 녹록지 않은데 규제까지 해버리면 지역 간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아직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섣부르게 강한 규제를 내놨다고 분석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는 집값이 우상향할 때 의미가 있는 제도"라면서 "유럽 등 선진국처럼 월세 제도로 가려면 먼저 '집값 안정'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주택 공급이 부족해 시장 안정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에 왜곡된 사인을 주다 보니 집값이 되려 치솟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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