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랜드마크⑤]미술관이야 박물관이야?…새문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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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람 기자
입력 2020-07-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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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호선 서대문역 새문안길 빌딩숲 속 새하얀 건물

근래 한국은 역사상 최고의 문화 부흥기를 누리고 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된 남자 아이돌 BTS(방탄소년단), 베트남의 축구 영웅 '쌀딩크' 박항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등 국가대표 문화 외교관들의 활약 덕이다.

세계의 관심이 한국으로 쏠리는 가운데, 한국의 상징적인 랜드마크 상당수를 보유한 서울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이에 서울의 랜드마크를 대표하는 건축물 50선을 조명해본다.
 

새문안 교회 [CJ대한통운건설부문 제공]

◆어머니의 품을 형상화…130년 전통의 새문안 교회

서대문역 인근 빌딩 숲 사이를 지나가다 보면 하얗고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건물이 눈에 띈다. 얼핏 보면 미술관 또는 박물관처럼 보이는 이 건물은 바로 13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새문안교회'다. 

설계부터 준공까지 꼬박 9년이 걸린 새문안교회는 지난해 3월 광화문 도심에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국내 교회 건축의 권위자인 최동규 건축사(㈜서인 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와 이은석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교수가 손을 맞잡고 재탄생시켰다. 

새문안교회는 2015년부터 약 3년6개월의 공사 기간을 거쳐 지하 6층, 지상 13층으로 지어졌으며 연면적은 2만9388㎡로 축구장 약 4개 크기에 달한다.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품을 전면부에 곡면으로 형상화한 새문안교회는 뚜렷한 네 개의 교회건축 콘셉트로 설계됐다. 한국 개신교회 어머니 교회로서의 역사성과 하늘로 향해 열린 문의 상징성, 그리스도를 빛으로 표현하는 공간성, 세례와 화목의 의미로서 공간을 제시했다. 

곡면 벽 너머 하늘로 사라지는 듯하게 의도한 투명 유리 상자는 부드러운 곡면 벽과의 대조되는 형태적 조화를 꾀한다. 번잡한 가로로부터 미래 세대들을 보호하며, 옥상 정원을 가진 밝은 교육동이 되도록 했다.

또한, 교육관 동 최상층과 십자가 탑의 고공 공간은 서울의 도심 전경을 누릴 수 있도록 시민 모두에게 열린 기념적 공간으로 계획됐다.

최동규 건축사는 설계 콘셉트에 대해 묻는 질문에 “두 팔 벌린 어머니, 두 팔 벌린 예수님 형상화가 두드러진 부분”이라며 “앞마당과 길을 시민에게 내어준 덕에 타원형의 외부공간이 생겼고, 베풂의 상징인 개신교 교회 어머니 위치를 건축에 잘 드러낸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절제된 창으로 인상적인 입면에 대해 “정면의 작은 창문들은 밤이면 은하수처럼 반짝이는데, 빛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상징하며 광화문 쪽의 유리창에는 자세히 보면 십자가 문양이 숨겨져 있다”고 전했다.

베이지색 화강암으로 외벽을 마감한 것에 대해서는 “화강암의 일종인 중국산 사비석을 사용했는데, 돌 사이에 포함된 철분이 녹이 슬면서 전체적으로 발그스름한 베이지색을 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돌마다 색깔이 달라 저렴한 재료지만, 잘 섞어서 쓰면 고상하고 역사성 있는 건물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새문안교회는 '2019 아키텍처 마스터프라이즈'(AMP) 건축설계 부문 문화건축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아키텍처 마스터 프라이즈는 미국 LA에서 1985년 시작돼, 해마다 가장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건축, 조경, 인테리어 분야의 작품을 선정하는 세계적인 건축상 중의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총 42개 분야에서 1000여 개 작품이 출품됐으며 새문안교회는 문화건축 분야에서는 교회 건축물로는 유일하게 최종 수상했다.

광화문 서편의 돈의문(敦義門), 즉 새문(新門) 안에 있다는 의미에서 이름 지어진 새문안교회는 1887년 언더우드(H.G.Underwood) 선교사가 한국에 와서 처음 세운 조직 교회로, 상징성과 132년의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언더우드 선교사는 경신학교(儆新學敎)의 전신인 고아학교 언더우드학당(예수교학당) ,경신학교대학부(연세대학교 전신)를 설립한 인물이다. 교회 내 언더우드학당을 통해 독립운동가이며 민족지도자인 송순명, 안창호, 김규식 등을 배출했다. 
 

서울 경희궁 [사진=연합뉴스]

◆수백년 역사 품은 새문안로…조용한 운치 느낄 수 있는 경희궁 공원 

새문안교회가 위치한 새문안로는 서울 중구와 종로를 걸쳐 뻗어있는 길이다. 대한민국의 수백 년 역사를 품고 있는 길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광해군 이후 10대에 걸쳐 임금이 정무를 봤던 경희궁, 일제강점기 우리글을 지키기 위해 활동했던 한글학회, 백범 김구의 사저이자 공관이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이기도 했던 경교장 모두 이 길 위에 있다.

특히 이 길에는 서울의 4대문 궁 중 하나인 경희궁이 있다. 공원으로 조성된 경희궁은 빌딩 숲 사이에서 허파 역할을 한다. 경희궁 부지에는 흥화문, 숭정전 등 문화재와 시립미술관, 서울 정도 600년 기념관 등이 있으며, 문화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경희궁은 원래 조선 시대 광해군 8년(1616)에 '경덕궁'이라는 이름으로 건립된 이후 영조 36년(1760)에 경희궁으로 개명됐다. 처음에는 회상전, 융복전, 집경당, 흥정당, 숭정전, 흥화문, 황학정 등의 건물이 있었으나 융복전과 집경 당은 없어지고 나머지 건물들은 1910년 경성중학교(지금의 서울고등학교)가 설립된 후 여기저기로 옮겨진 바 있다.

서울 시내에 있는 다른 4개 궁궐과 달리 경희궁은 입장료가 없어 인근 직장인들의 산책로로 애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인지도가 적은 궁인데다 외국인 관광객 중에도 고궁 체험을 하는 이들이 대부분 경복궁을 찾기 때문에 경희궁은 잘 오지 않는다. 때문에 조용한 분위기에서 전통 궁궐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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