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성장을 지속하는 방법, 상품이 아니라 시간을 팔아라

최다현 기자입력 : 2020-07-23 11:22
주세훈 비글스톤㈜ 대표이사, <마케터의 기본기> 저자
세계적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의 경쟁상대는 누구일까?

아마 디즈니 플러스나 HBO 맥스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뉴욕타임스 딜북 콘퍼런스에서 “넷플릭스의 경쟁 상대는 고객의 수면시간이다. 구독자들은 꼭 보고 싶은 영화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본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나이키의 경쟁상대는 닌텐도”라는 유명한 경영혁신 사례를 떠올리게 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기사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배달업체는 냉장고와 경쟁하고 자동차 회사는 네이버와 우버 등과 경쟁한다고 한다. 즉, 마켓컬리의 새벽 배송, 쿠팡의 로켓배송이나 배달 서비스 등으로 매일 새벽에 신선한 음식 재료가 현관 앞에 도착해 있고, 주문한 지 몇 분 만에 요리가 배달된다면 음식을 보관하는 냉장고의 수요가 줄어드니 경쟁상대가 되는 것이다.

책의 경쟁상대도 다른 출판사나 작가의 책이 아니라 동영상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출퇴근 지하철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던 시간을 이제는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가져갔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의 경쟁 상대는 OOO다"가 CEO들의 유행어처럼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통적인 내용이 바로 ‘시간’에 관한 것으로, 어느 정도의 소득을 가진 소비자들에게 제한된 자산은 ‘시간’뿐이다.

이제 합리적인 소비의 기준이 가격과 더불어 시간이라는 자산을 얼마만큼 지출할 것인가로 바뀌고 있다. 원하는 상품을 즉시 추천해주고 빠르게 배송받거나 기다림 없이 사용하는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 자신의 회사가 어느 정도의 시장을 차지하는가의 ‘시장점유율(market share)'이 아니라 제한된 고객의 시간을 얼마나 가져올 수 있느냐의 ‘시간점유율(time share)'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유튜브 프리미엄’ 상품에 가입하면 광고 없이 바로 원하는 영상을 볼 수 있고, 웹툰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다무(기다리면 무료)'가 있지만, 돈을 내면 바로 읽을 수 있다. 이러한 ‘패스트 트랙(Fast track)’ 전략의 본질도 바로 상품이 아니라 시간이다. 광고를 봐야 하는 시간을 소비자에게 판매한 것이다.

잠을 자야 할 시간과 책을 읽던 시간을 동영상이 가져가거나, 시장에 장 보러 가던 소비자의 시간을 배달업체들이 줄여준다. 자율주행차는 고객에게 어떤 시간을 가져다줄까? 이동하는 시간을 줄여주지는 못하지만 운전하는 시간을 줄여준다. 차량 내에서 음악이나 동영상 같은 콘텐츠를 5G로 소비하고 쇼핑도 하며 해당 시간을 차 안으로 가져오면서, 자동차는 ‘엔진 달린 디바이스’가 되는 것이다. 지난해 해외에서 오디오북 시장규모가 35억 달러로 전년 대비 25% 이상 급성장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동이나 운전 중에도 독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팬데믹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이동 및 활동 시간이 제약을 받고 있다. 따라서 많은 기업은 그 시간을 어떻게 가져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큐레이션·예측배송·구독경제·새벽배송·자율주행차·공유서비스 등이 얼핏 보면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거 같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품을 고르고 주문하거나 기다리는 일련의 소비과정에서 사용하는 시간에 대한 전략이다. 사업을 혁신하고자 한다면, 자신들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의 어떤 시간을 점유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예전처럼 동종업계 회사가 경쟁자가 아니다. 성장을 지속하는 쉬운 방법은 바로 경쟁자를 바꾸는 것이다.
 

주세훈 대표.[비글스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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