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옵티머스 후폭풍에 CB 투자 조기 회수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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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20-07-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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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활황인 가운데서도 코스닥에 투자한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만기 전에 자금을 회수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을 필두로 옵티머스자산운용까지 사모펀드에서 사고가 잇달아 메자닌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가 더 빨라진 것이다. 더욱이 최근 주가지수가 상승하고 있어 다른 투자처로 옮기기 위한 움직임도 CB 자금 이탈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연초 이후 14일까지 ‘전환사채(CB) 발행 후 만기 전 사채 취득’ 공시 건수는 총 338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13건) 대비 125건이 늘어난 수치다.

전환사채는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사채권자의 청구가 있을 때 미리 결정된 조건대로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특약을 지닌 채권을 말한다. 주가가 상승구간이면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한 뒤 이를 매도해 차익을 남기는 구조다. 최근 주식시장이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조기청구가 증가한 것은 다소 의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CB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을 요청하는 경우는 해당 주식이 오르지 않을 것이란 실망감이 큰 상황일 때”라면서 “시장상황이 좋은데 청구건수가 증가한 건 다소 의외”라고 설명했다.

전환사채는 사채 발행 후 1년에서 1년 6개월이 지나면 사채권자가 발행회사에 채권을 다시 되사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풋옵션 조항도 함께 담기기도 한다. 회사의 주가가 오르기 어렵거나 투자자금을 일찍 회수한 뒤 다른 투자처로 이동할 경우 조기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라임사태 이후 CB와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에 투자하는 메자닌에 대한 불안심리가 큰 것이 이유”라고 말했다. 라임사태 이후 최근 옵티머스운용까지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잇달아 대형 사고를 내면서 메자닌에서 또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 거란 부정적인 심리가 확대됐다는 것이다.

실제 투자금의 15%를 벤처기업의 CB와 BW에 투자해온 코스닥벤처펀드에서 자금이 급격히 이탈하고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운용 중인 13개의 코스닥벤처펀드에서 연초 이후로는 944억원, 1년 전 기준으로는 1조433억원이 순유출됐다. 2년 전 기준으로는 4000억원 이상이 빠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18년 코스닥벤처펀드를 만들 때 여러 운용사들이 서로 물량(펀드 기초자산)을 채우기 위해 무리를 했다. 일부 운용사들은 기업에 대한 검증 없이 프리미엄을 얹는 대가로 CB 등을 넘길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일부 투자자들은 주가가 상승 중에 있어 다른 투자처로 이동하기 위해 옵션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녹스첨단소재는 지난달 말 500억원 규모의 CB 전량을 만기 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전환가액은 6만1155원인 반면 현 주가는 5만원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으로 전환해봐야 현 주가 대비 전환가액이 높아 오히려 손해라는 거다. 투자자인 대신신기술투자조합은 돌려받은 돈으로 다른 투자처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에프앤가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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