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 인사 전한다”…北 김여정 ‘정치적 위상’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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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7-1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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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김여정 '김정은 메시지' 담긴 대미 담화 발표

  • "김여정 최근 담화는 '김정은 생각' 전달이 특징"

  • "비건이 넘긴 '공' 최선희 아닌 김여정이 받아쳐"

  • "대남 총괄 이어 대미 실무 업무도 총괄하는 듯"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대신 전달하면서 당 내 높아진 정치적 위상을 재확인했다.

김 제1부부장은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제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선을 긋고,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김 제1부부장은 앞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대남 업무 담당을 지시받았다면 대남사업 총괄자임을 밝힌 바 있다.

이날 담화에서도 김 제1부부장은 “나는 원래 남조선을 향해서라면 몰라도 미국 사람들을 향해서는 이런 글을 쓰기를 원하지 않았다”며 자신은 원래 대남 담당이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날 담화의 내용은 모두 미국을 향한 메시지로 가득, 대남에 이어 대미 담당이라는 것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담화를 통해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 관계뿐만 아니라 대미 관계도 사실상 총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며 김 제1부부장의 역할에 눈여겨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도 “오늘 김여정 담화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으로부터 넘겨받은 공을 최선희(북한 외무성 제1부상)가 아닌 김여정이 다시 되받아친 격”이라고 했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위원장 동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자신의 인사를 전하라고 하시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또한 김 제1부부장이 대남, 대미 등의 실무를 총괄하는 것이 드러났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생각을 김여정 담화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양 교수는 북한이 미국에 대한 생각과 향후 북·미정상회담의 기대감을 ‘김여정’이라는 2인자를 통해 전달하려 했다며 김 제1부부장의 2인자설에 힘을 실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노동당 중앙위 제7기 제14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가비상방역 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붉은 원)이 맨 앞줄에 앉은 모습.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TV 캡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특사로 ‘평화 메신저’ 역할을 했던 김 제1부부장은 올해 초부터 본인 명의 대남, 대미 비난 담화를 쏟아내며 ‘배드캅’ 역할을 담당, 북한 내 정치적 위상이 이전보다 높아졌음을 확인했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모습을 감췄던 김 제1부부장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으로 임명됐고, 지난 4월에는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했다.
최근에는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당 핵심 정치국 위원으로 발탁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잦은 잠행으로 ‘건강이상설’이 자주 등장하는 사이 상대적으로 여동생인 김 제1부부장의 활동이 적극적으로 표출되면서 김 제1부부장의 ‘후계자설’, ‘2인자설’이 등장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김 제1부부장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진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오 연구위원은 “김여정 후계자설의 핵심 전제인 김정은의 건강이 심각하게 나쁘다는 증거는 없다”며 “김정은이 건강한 모습을 공개한 상황에서 김여정 후계자 주장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제1부부장의 공식 지위가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당 제1부부장인 동시에 비공식적 지위가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라는 이유에서 정치적 위상과 역할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두 가지 지위를 바탕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고모인 김경희 전 노동당 부장과 비교했을 때 정치적 위상과 역할이 더 크다”며 “북한의 핵심 엘리트들은 김정은에게 정치적·정책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김여정에게 접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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