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전략 연착륙 없인 반도체.철강 등 산업 일자리 130만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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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0-07-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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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계 "민간포럼 권고안은 산업‧기술 특성 반영 못해... 재검토 필요" 주장

산업계가 정부의 저탄소 정책에 대해 큰 우려를 표했다.

정부가 올해 말까지 유엔(UN)에 제출할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 민간포럼 권고안을 그대로 따를 경우 최대 130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반도체‧디스플레이 등 5대 업종협회는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동으로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산업계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 같이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2월 발표된 ‘2050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이하 비전 포럼)’ 권고안에 대해 산업계 의견을 모아 정부에 제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상엽 비전 포럼 총괄간사는 “LEDS 민간포럼 권고안은 온실가스 감축수단별 실현 가능성을 기준으로 2050년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최대 75%(1안)에서 최저 40%(5안) 감축하는 5개의 시나리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종 전문가들은 LEDS 민간포럼 권고안이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현실과 감축수단에 대한 기본적인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산업계, 기술 전문가 등의 의견을 반영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김효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팀장은 “LEDS 민간포럼 권고안에 따르면 반도체를 생산하는 모든 기업은 공정가스 저감설비를 100% 설치하고, 해당설비의 가동률을 100%로 유지해야 한다”며 “저감설비는 100% 설치는 가능하다해도, 가동률을 100%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30일 정도 소요되는 설비 유지보수도 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김기영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LEDS 민간포럼 권고안에서 제시한 석유화학 업종의 핵심 감축수단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이라며 “그러나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공정과 에너지가 필요해 온실가스 배출은 오히려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의철 한국시멘트협회 팀장 역시 “시멘트업종의 핵심 감축수단은 폐콘크리트 재활용 기술”이라며 “폐콘크리트에서 재활용 가능한 시멘트 미분말이 2% 내외인 점을 고려할 때 LEDS 민간 포럼 권고안을 따르기 위해서는 폐콘크리트를 해외에서 대량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현실적인 대한 마련 없이는 국내 산업계에 큰 피해가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컸다.

토론자로 나선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감축수단에 대한 대안 없이 권고안대로 시행되면 2050년 제조업 생산의 최대 44%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곧 글로벌 경쟁우위를 갖고 있는 국내 기업의 위축이나 폐업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 본부장은 “5가지 권고안에 따른 국내 제조업의 전후방 산업까지 고려한 고용감소유발효과는 최소 86만명에서 최대 130만명에 달할 것”이라며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제조업의 국내 생산기반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공론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실장도 “이미 2050 LEDS를 제출한 유럽연합(EU)과 일본은 수소로 철을 만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통해 각각 5%, 10%의 온실가스만을 줄이겠다고 했는데 LEDS 민간포럼 권고안에서는 45%까지 줄이겠다고 제시했다”며 “감축수단에 대한 목표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연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실장은 “디스플레이 업종을 포함한 국내 주력업종들은 이미 세계 최고의 에너지효율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현재 감축기술만으로 추가 감축은 어렵다”며 “산업 현실과 감축기술의 발전 속도 등 보다 다각적인 측면에서 LEDS가 검토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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