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퍼스트 코리아!] 유현준 교수 "코로나19 이후 집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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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0-07-0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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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셜 인터뷰'....중산층 중심으로 재택근무 늘어

  • 테라스는 분리된 공원, 침대같은 큰 가구부터 뺄 것

  • 도시 상업시설 줄 것....고급주거시설이 대안


교통수단의 발달로 세계의 공간은 압축된다. 그리고 압축된 공간만큼 전염병은 빠르게 번진다. 14세기 말을 이용해 몽골제국에서 유럽으로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흑사병이 퍼졌고, 21세기는 비행기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쓴 전염병 대유행은 그때마다 인간 생활 공간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서울 논현동 유현준건축사무소에서 만난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건축학과 교수는 "코로나19는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공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며 "재택근무와 개학 연기를 통해 집과 회사, 학교에 대한 개념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교수가 최근 논현동 사무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공간의 변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아파트 담장 대신 벤치와 공원을··· '소셜 믹스'의 시작

유 교수는 그동안 저서와 방송 등을 통해 공원의 중요성을 역설해 왔다. 사회적·경제적 수준이 다른 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살게 함으로써 주거 격차로 인한 사회 계층 간의 격차를 완화하는 '소셜 믹스(social mix)'의 방안 중 하나였다.

그가 소셜 믹스를 강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지지 않으면 사회가 정체되고 발전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미국 뉴욕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인종과 민족이 한데 어우러진 덕분"이라며 "우리나라도 세계 누가 와도 서울에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천연자원이 나라의 급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사는지가 나라의 급을 정한다"고 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도 뉴욕처럼 될 수 있는 조건은 충분히 갖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그 공간의 질이 나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 브로드웨이 선상에는 벤치가 170개가 넘는 반면, 서울 강남에는 5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그는 여전히 "30만㎡의 공원 하나보다는 접근성이 좋고 쓰임새 있는 3만㎡의 공원 10개를 만드는 것이 낫다"는 지론을 강조하고 있다. 사적공간을 줄일 수 없는 현 상황에서는 공적공간을 분포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집 구조의 변화··· 넷플릭스가 소파를 없애다

지금, 공원은 '소셜믹스'의 개념을 넘어 전염병을 피하는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 교수는 조만간 집의 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사적으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주거 테라스가 생겨야 한다"며 "테라스 공간의 건폐율을 완화시켜 준다거나, 집에 테라스를 조성할 수 있도록 기축 아파트에 대한 리모델링을 쉽게 해주는 방식으로 법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코로나 시대에는 3000㎡의 공원을 999개로 쪼개고, 집집마다 3㎡의 마당 혹은 테라스를 주는 게 낫다"며 "굳이 공원을 이용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족할 수 있는 공간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만큼 더 넓은 공간에 대한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현재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계산하면 코로나 이전의 155%라는 결과가 나온다. 집에서 1.5배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에게 필요한 공간도 1.5배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당장 내부의 공간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가장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가구를 없애는 것"이라며 "지금의 공간은 가족 구성원에게 너무 좁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소파는 4인 가구가 TV를 볼 때 필요한 공간이다. 그러나 지금은 각자의 침대에서 혼자 넷플릭스로 영상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소파의 필요성이 사라진 것이다.

30㎥ 미만의 원룸, 반지하에 사는 20·30대에게 테라스나 여유공간은 먼 나라 이야기일 수 있다.

그는 "자기가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인 사람이라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공원이 많은지 주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가로등 앞이나 옥상 정원처럼 테라스를 대신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찾는 눈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집 공간이 커질 것"이라며 "대안으로 침대 같은 큰 가구를 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유대길기자]

◆온라인 수업의 보편화=학교 역할의 붕괴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유 교수는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건으로 '온라인 수업'을 꼽았다. 학교의 역할 중 하나였던 '지식 전달'의 개념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선생님의 역할이 크게 바뀔 것"이라며 "학생을 잘 가르치는 일타강사 한명이 온라인 강의를 한다면 집이 아닌 곳에서 수업을 듣거나 하루에 모아서 일주일 분량의 수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반에 30여명의 학생이 모두 앉아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수업을 들은 후 소그룹 과외나 1:1 쌍방향 교육으로 학교의 역할이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전교생' 혹은 '전교 1등'이라는 단어도 사라질 수 있다.

유 교수는 부모의 재택근무 환경이 빠르게 정착되면 아이와 함께 도시에서 3일, 시골에서 4일 생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봤다.

그는 "당장은 부유한 사람에 한정된 라이프 스타일이겠지만, 조금만 보편적으로 퍼진다면 앞으로 중산층의 기본생활이 될 수 있다"며 "학교를 조금 더 해체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대책의 해답, 고가 아파트에 있다?

유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언택트(Untact·비대면) 경제가 본격화하면 자연스럽게 상업시설의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일반적으로 도시는 주거공간이 50%, 상업시설이 30% 정도를 차지하지만, 앞으로 5~15%의 상업지구가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상업지역의 유휴·방치 부동산은 심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3기 신도시의 상가 비중을 줄일 계획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이 공간은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 유 교수는 부동산 대책의 답을 여기에서 찾았다.

그는 "부동산 대책은 복잡한 문제"라면서도 "상업시설이 빠진 공간에 초고가 아파트를 짓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가 15억원 이상은 대출을 막아버린 현재의 정책은 부유층이 15억원 이하의 집을 사게 하는 구조다. 유 교수는 "대출을 통해 100억원의 아파트를 못 사게 된 부자들은 대신 10억원의 집 10채를 사게 된다"며 "이런 과정이 반복되며 집값이 오르면 기존에 10억원의 집에 살던 사람들은 저급 주택지역으로 내몰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가 빈부격차를 인정하고 소득수준과 상황에 맞는 주거를 각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에 맞게 고급 아파트를 짓고 대신 이에 부합하는 보유세를 책정하면 된다"며 "사람의 본능을 인정하고 이걸 정책에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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