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기업 수상한 실적보고서...사라진 8조원은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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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0-07-0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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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열사만 400여곳 달하는 둥쉬그룹 심각한 자금난

  • 5조원 적자에 8조원 현금 '증발'…분식회계 의혹 확대

둥쉬그룹


계열사 수만 400여개에 달하는 중국 대형 전자기업 둥쉬(東旭)그룹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며 생존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5조원 이상의 적자를 본 데다가 8조원 넘는 현금자산은 갑작스레 증발했다. 일각에서는 분식회계 의혹도 제기됐다고 중국 차이신망 등 현지 언론이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둥쉬그룹은 2일에야 비로소 지난해 실적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둥쉬그룹은 매출이 전년 대비 33% 감소한 340억 위안을 기록했으며 적자액만 310억 위안(약 5조2000억원)이 넘었다. 직전연도까지만 해도 12억 위안 순익을 냈는데 1년새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둥쉬그룹은 매출 감소, 재무비용 증가, 자산 가치 하락이 적자의 원인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1년새 500억 위안이 넘는 현금자산이 '증발'한 게 미심스럽다.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말까지만 해도 561억6000만 위안에 달하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 69억6900만 위안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기타 미수금' 항목은 100억 위안에서 660억 위안으로 급증한 게 수상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기타 미수금을 받아야 할 5대 업체를 보면 둥쉬그룹 계열사인 둥쉬광전투자와 둥쉬투자자산관리, 그리고 나머지 3곳은 룽웨실업(128억 위안), 루이샹첸핑과기(37억 위안), 쯔중과기(26억6700만 위안) 등이다. 이 중 루이샹첸핑과기와 쯔중과기 미수금은 대손상각비로 반영시켰다. 

문제가 된 건 룽웨실업에 대한 미수금이다. 룽웨실업에 대한 미수금이 조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둥쉬그룹은 룽웨실업과 '인연'이 깊다. 룽웨실업이 2017년 360억 위안 규모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졌을 당시 산시성 정부와 함께 채무 구조조정 작업에 참여했었다. 당시 둥쉬그룹은 산시성 현지 중소은행 57곳으로부터 약 200억 위안 가까운 대출을 받는 대가로 룽웨실업 채권을 매수했다. 

둥쉬그룹의 회계감사 기구인 중싱차이광화는 둥쉬그룹에 대한 감사의견을 일단 보류했다. 특히 1년새 사라진 500억 위안어치 현금자산에 대해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룽웨실업에 대한 128억 위안어치 미수금과 관련해선 "미수금의 성격과 이것이 회사 현금흐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한 증권사 채권 트레이더는 "(현금자산이 급감하고 기타미수금이 급증한 게) 우연이 아니다"며 "과거 있지도 않았던 현금자산을 미수금으로 이전시킨 것 아니냐"고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했다. 

한 대형 회계법인의 파트너는 "내가 회계사였더라면 감사의견을 거부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상적인 경영 상태라면 둥쉬그룹 같은 대기업에서 이런 대규모 현금자산 변동이 나타날 수 없다며 "현금을 누군가에게 빌려줬거나, 혹은 현금이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전했다. 

1997년 베이징에 설립된 둥쉬그룹은 광전 디스플레이 생산이 본업으로 이외에도 신에너지, 부동산 등 기타 사업을 하는 민영 대기업이다. 산하에 둥쉬광전, 둥쉬란톈, 자린제 등 3개 상장회사를 비롯 40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 경기 둔화 속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11월엔 자회사 둥쉬광전이 약 20억 위안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며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당시에도 수상한 정황이 포착됐었다. 그해 3분기 발표한 실적보고서에서 수중에 180억 위안의 현금자산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갑작스레 20억 위안어치 빚도 못 갚을 형편이 된 것이다. 당시 선전증권거래소에서도 이에 대해 질의했지만 둥쉬광전은 단기 유동성 부족이라고 해명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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