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 위기 놓인 제주·이스타항공 M&A…열흘 내 합의 도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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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입력 2020-07-0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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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 무산시 이스타항공 파산절차 돌입…임직원 불안 증폭

  • 이스타항공 선결조건 "문제없다"…제주항공 계약해지 가능성

  • 체불 임금 및 셧다운 책임 공방 등으로 갈등 깊어진 상황

1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7개월을 끌어온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양사의 M&A가 무산되면 이스타항공은 파산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 측에 10일(10영업일) 이내에 선결 조건을 모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측에 체불 임금 해소와 선결 조건 이행 등이 이뤄져야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밝혀 온 만큼, 이번 공문을 계기로 사실상 계약 파기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해결하라고 한 선결 조건은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건 외에도 조업료와 사무실 운영비, 보험료 등 각종 미지급금으로 체불 임금액을 포함해 800억∼1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타항공에서 그동안 논란이 됐던 타이이스타젯에 대한 지급 보증건은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고 각종 미지급금 등에 대해 그동안 유동성이 막혀 해결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지만, 제주항공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당초 맺은 계약서 상에도 '선결 조건을 해결하지 못했을 경우 10영업일이 경과하면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선결 조건 이행 이뤄져야"…이스타, 재무 능력 없어 
이스타항공이 기한 내에 이 같은 각종 미지급금을 해결하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당초 계약시 이 같은 미지급금은 제주항공이 책임지기로 해 놓고 이제 와서 이스타항공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250억원에 달하는 체불 임금 해소와 셧다운 등에 대한 책임을 두고 갈등의 골이 깊어진 탓에 업계에서는 M&A 무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이스타항공이 지난달 딜 클로징(29일) 시한을 앞두고 제주항공 압박용으로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한 데 이어 지난달 29일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가족이 보유한 이스타항공의 지분 400억원어치를 헌납하겠다고 밝히면서 양측의 사이는 더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 의원이 헌납한 지분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체불 임금에 대한 즉각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봤다. 제주항공은 이 의원의 지분 헌납 발표에 대해서 "사전에 공지가 없었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이에 이스타항공 측에서 별도의 지분 증여 절차 없이 M&A 후 이스타홀딩스가 보유 지분의 매각 대금을 가져가지 않는 방안 등을 제시하며 설득에 나섰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지분 헌납 발표를 전후로 이 의원 일가에 대한 각종 의혹이 쏟아지며 M&A 이슈가 정치권으로 확산한 것도 제주항공 측에는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홀딩스 설립과 연관된 편법 승계, 자금 출처, 매각 차익 등과 관련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최근 제주항공 대표이사로 부임한 김이배 사장도 이스타항공 인수에 부정적인 시각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전략기획본부장 출신으로 기획·재무 전문가인 김 대표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제주항공 자체도 유동성 위기를 겪어 회복이 쉽지 않은 만큼 이스타항공 인수에 반대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 지원도 취소될 듯…임직원 불안
M&A가 무산되면 정부가 애초 제주항공에 지원하려고 했던 1700억원의 지원도 취소될 전망이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M&A가 종결돼야 정책금융 지원이 될 것"이라며 "체불 임금 문제가 해결돼야 M&A가 종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 금융이 지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정부의 추가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한 파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자본 총계는 -1042억원으로,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미 2월부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데다 제주항공로의 인수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그동안 밀린 임금을 받기는커녕 일자리마저 잃게 됐기 때문이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이 의원이 2007년 10월 전북 군산을 거점으로 설립한 LCC다. 지난 2014년까지는 이 의원이 사장을 지낸 KIC그룹의 계열사 새만금관광개발이 지분 49.4%를 지닌 회사였다.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그룹 총괄회장을 맡다가 2012년 19대 국회에서 전주 완산을 지역구에 출마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자 형 이경일 전 KIC그룹 회장에 경영권을 넘겼다. 이 전 회장은 배임·횡령 혐의로 2015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았고, 같은해 자본금 3000만원으로 설립된 이스타홀딩스가 2016년 이스타항공의 지분 68.0%를 사들이며 최대 주주가 됐다.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아들 이원준씨(66.6%)와 딸 이수지씨(33.3%)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은 38.6%(약 410억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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