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부동산 대책, 신뢰 잃었다"…잠실·반포 등지로 번지는 전셋값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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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0-07-0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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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라도 빨리 사려는 수요자와 버티면 오르는 집주인

  • 매도자 우위 고착…실거주 의무 강화돼 전세 품귀까지

"수요자들이 부동산 대책을 안 믿는 거예요. 대책이 나오면 오히려 문의가 많아진다니까요. 더 늦으면 안 된다면서, 어떻게든 영끌해서라도 매매든 전세든 들어오려고."

2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박종섭 아침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최근 이곳 집주인들은 매수 문의가 들어올 때마다 전셋값을 5000만원씩 올리는 분위기다.

송파·도곡·반포 일대 공인중개사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전셋값이 오르는 이유는 △부동산 대책 신뢰 상실 △강남 일대 전셋값 상승 여파 △대출 규제에 따른 현금 확보 △매물 품귀 등으로 요약된다.
 

2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 내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매물 광고가 붙어 있는 모습. [사진 = 김재환 기자]


박종섭 대표는 "부동산 이슈가 3년 이상 이어지면서 집주인들도 집값과 전셋값이 계속 오른다는 학습효과가 생겼고, 수요자들은 급해지다 보니 상승장이 끝나질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부 들어 매년 굵직한 부동산 안정화 대책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전셋값 폭등세가 잡히지 않자 매도자 우위 시장이 고착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17년 5월(문재인 정부 출범) 5억7028만원에서 2020년 6월 8억7189만원까지 52.8% 올랐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억8414만원에서 4억6224만원으로 20% 상승한 상황이다. 같은 기간 서울 물가상승률이 1.88%라는 점을 고려하면 집값과 전셋값 모두 크게 폭등한 셈이다.

한희욱 파크밴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예전에는 50~60대 매수자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30~40대가 많다"며 "매매든 전세든 점점 사기 어려워진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서두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강남권이 전셋값 폭등의 진원지가 됐다는 점도 문제다. 대치동과 삼성동, 청담동, 잠실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고 재건축 실거주 의무가 강화돼 전세가 귀해진 것이다.

이와 함께 다주택자의 대출을 옥죄는 규제로 인해 전셋값을 올려 현금을 확보하려는 집주인들이 많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옥경 헬리오K공인중개사 대표도 "대책이 나올 때마다 오히려 매수 문의가 많아진다"며 "수요자들이 (집값·전셋값이) 절대 떨어질 거라고 생각 안 한다. 전에 놓쳤으니 어떻게든 들어오려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 대표는 "대출을 조일수록 집주인들이 전세를 올려 현금을 확보하려는 욕구가 강해졌다"며 "대치 은마나 토지거래허가구역 전세가 귀해지는 영향도 받아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재건축과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에서 벗어난 강남구 도곡동과 서초구 반포동 등지에서도 송파와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인근 김시연 래미안114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정부 정책을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며 "수요자들은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쌀 때 사려 하고 집주인은 버티면 오르기 때문에 값이 계속 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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