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에 갑질하면 과태료"…박원순, 첫 종합지원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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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람 기자
입력 2020-06-24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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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계장·부다자 신조어 기막히고 마음 아파"

24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서울시 경비노동자 종합지원대책' 기자설명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정의헌 전국아파트 경비노동자 공동사업단 대표. 2020.6.24 [사진=연합뉴스]



최근 아파트 경비원을 죽음으로 내몬 주민 갑질 사건을 계기에 서울시가 24일 '경비노동자 노동인권 보호 및 권리구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서울시 경비노동자 종합지원대책' 기자설명회에서 "경비원 문제는 결코 개인 몇몇의 문제 아닌 사회구성원 전체가 해결할 문제다. 사회적 합의와 장치가 꼭 필요하다"면서 대책 발표 이유를 밝혔다. 

박 시장은 "서울시가 가진 모든 권한 동원해서 경비원에 대한 고용안전·권익보호 첫 종합대책을 마련했다"며 제도 개선, 고용 안정, 생활 안정, 분쟁 조정, 인식 개선 등 5개 분야로 나눠 대책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제도 개선을 위해 시는 '공동주택관리법'에 과태료 등 벌칙 규정을 새로 담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이 법률은 경비원에 대한 적정 보수 지급, 처우 개선, 인권 존중, 부당 지시·명령 금지 등을 규정했으나 위반 시 처벌 조항은 없다.

지난 4월 극단적 선택을 한 강북구 아파트 경비원 사건의 가해자는 상해와 협박 등 형법상 불법 행위를 저질러 기소됐다. 갑질이나 괴롭힘 수준에서는 가해자 행위를 제재할 마땅한 법적 수단이 없었던 셈이다.

시는 또 '서울시 경비노동자 보호 조례'를 신설하고 기존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 조례'는 경비원 인권 내용을 강화하기로 했다. 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아파트 관리규약에 고용 승계·유지 규정을 뒀거나 고용 불안을 야기하는 독소조항이 없는 모범 단지를 선정해 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서울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에 경비원에 대한 부당한 업무지시와 괴롭힘 금지 규정을 넣었다. 이 준칙은 아파트 단지들이 관리규약을 수립·개정할 때 토대가 된다. 시는 경비원들의 '아파트 경비노동자 공제조합' 설립을 지원해 생활 안정을 도모할 방침이다. 공제조합은 생활 안정 융자 등 복리 증진 사업을 펼친다고 시는 설명했다.

갈등 조정을 위해서는 서울노동권익센터 내에 '아파트 경비노동자 전담 권리구제 신고센터'를 설치했다. 부당해고, 임금체불, 갑질 등을 당한 경비원이 신고하면 시는 해당 단지에 갈등 조정 인력인'우리동네 주민자율조정가'를 파견해 당사자 간 화해를 유도한다.

자발적 화해가 어려울 때는 공인노무사,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서울시 노동권리보호관'이 구제에 나서서 법적 절차까지 지원한다. 갑질 스트레스와 해고 불안에 시달리는 경비원은 '서울시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그는 "경비원은 '임계장'(임시계약직 노동자), '부·다·자'(부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쉽다)라고 불린다고 들었다"면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 한 경비원이 공개한 자신의 일과표의 제목은 '늙은 소의 하루'였는데, 일과표를 보면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일과표에 따르면 경비원의 하루에는 새벽 5시부터 새벽 5시까지 업무가 빼곡하다. 새벽 5시부터 경비원실의 7개 외등 소등한다. 이 단지에서 인건비 절감을 위해 6명을 짜르면서 한 사람이 7명의 몫을 하는 것이다.

계약서에 쓰여진 업무는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경비원들은 이밖에도 음식물쓰레기·생활쓰레기 통을 점검하고 주차관리, 시설청소 등 업무가 30분 단위로 이어진다.

이에 박 시장은 "지속적인 입주민의 괴롭힘으로 생 마감하신 경비원 사건 이후 이는 결코 용납할 수 없겠다고 결심했다"며 "누군가가 더 위에 있고 더 아래에 있어서 함부로 무시해도 되고 가슴에 못 박아도 되는 세상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민 10명 중 7명은 아파트에 산다는 점에서 이는 사회 구성원 전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다른 비극이 생기기 전에 철저하게 반성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일부 입주민의 일탈을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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