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랜드마크③]덕수궁 돌담길 옆 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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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람 기자
입력 2020-06-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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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담길 옆 미술관…르네상스풍으로 과거·현대·미래 아우르다

  • 수많은 명곡·작품 속 그 장소…덕수궁 돌담길

근래 한국은 역사상 최고의 문화 부흥기를 누리고 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된 남자 아이돌 BTS(방탄소년단), 베트남의 축구 영웅 '쌀딩크' 박항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등 국가대표 문화 외교관들의 활약 덕이다.

세계의 관심이 한국으로 쏠리는 가운데, 한국의 상징적인 랜드마크 상당수를 보유한 서울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이에 서울의 랜드마크를 대표하는 건축물 50선을 조명해본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전경 [서울시 제공]

◆돌담길 옆 미술관…르네상스풍으로 과거·현대·미래 아우르다

고즈넉한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경사진 언덕길을 끼고 올라오면 오래된 수목들과 꽃들이 어우러진 정원이 펼쳐진다. 그 가운데 르네상스풍 건물로 지어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이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르네상스식 건물인 옛 대법원 건물의 전면부(파사드)와 현대식 건물의 후면부가 조화를 이룬다. 우리나라 최초의 재판소(법원)인 평리원(한성재판소)이 있던 자리에 일제에 의해 1928년 경성재판소로 지어진 건물로 광복 후 대법원으로 사용됐다. 1995년 대법원이 서초동으로 옮겨간 후 2002년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신축됐다.

건물의 특징은 과거와 현재의 상호공존이다. 아치형현관이 특징인 1900년초 근대건축물의 전면부를 보존·복원해 과거 옛 건물의 흔적을 남기고 그 뒷면에는 미래에 발생할 전시계획을 수용할 수 있는 미술관을 새롭게 건설했다. 이로써 과거와 현재·미래가 공존하는 새로운 형태의 미술관으로 재탄생됐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구 대법원청사의 상징성이 잘 표현되고 건축적·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돼 2006년 3월 등록문화재 제237호로 지정됐다. 미술관 진입로는 조경과 조각품 등을 외부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개방성에 주안점을 둬 담장 없이 건축됐다. 

건물의 전면부와 그 벽면 사이의 매개 공간은 미술관에 들어 섰을 때 처음 만나는 공간이다. 이 공간은 파사드가 서 있던 1900년대와 미술관내에서 만나게 될 2000년대를 이어주는 다리와 같은 공간으로 천장 부분이 유리로 처리돼 빛이 전체적으로 들어옴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시간대의 차이가 빛으로 표현됐다.

홀의 후면에 설치된 계단을 오르면서 하늘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2층에서 3층으로 오르는 나무계단을 통해 건물의 전면부 (파사드)와 유리로 이어진 매개 공간의 독특한 멋을 느낄 수 있다. 충분한 자연광을 도입해 유난히 밝은 실내 분위기는 카메라 출사의 장소로 애용되기도 한다.

미술관 시설은 종합미술센터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총규모 1만3434.71㎡(4064평)의 공간에 일반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이용 할 수 있는 기획전시실과 상설전시실 그리고 특별전시실이 포함됐다.

미술문화자료의 보고인 자료정보실, 시민이 직접 미술을 체험할 수 있는 예술체험공간, 미술이론강좌를 위한 아카데미실이 있고, 미술관의 작은 미술관인 뮤지엄샵 그리고 카페테리아 등 다양한 시설을 고루 갖춘 종합적인 현대미술관이다.

시립미술관의 위치 역시 주변 문화시설과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주변에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 정동극장, 호암갤러리 등 전통과 현대의 대표적인 문화유적과 문화시설이 한데 모여있어 서울의 근·현대문화의 증심축에 있다.
 

지난해 11월 2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 설치된 '소원반디' 전등 아래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 서울문화재단과 (주)한성자동차가 주최한 공공예술프로젝트 '소원반디'는 소원을 비는 반딧불을 뜻하며 시민 5000명이 참여해 완성한 프로젝트이다. 덕수궁 돌담길부터 서울시립미술관까지 500m 구간에 설치됐다. 2019.11.21 [사진=연합뉴스]

◆수많은 명곡·작품 속 그 장소…덕수궁 돌담길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덕수궁 돌담길에 아직 남아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가수 이문세의 노래 '광화문 연가'의 초반부 가사 내용이다. 덕수궁 돌담길은 수많은 명곡과 영화, 드라마 속 숱하게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이외에도 가수 진송남의 노래 '덕수궁 돌담길'이라는 노래, SBS의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마지막 화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덕망 높이 오래오래 사시라'는 의미를 가진 덕수궁은 역사적으로 퇴위한 황제나 왕이 머무는 궁궐에 붙여지던 이름들 중 하나다. 남송의 고종이 효종에게 양위한 후 머문 궁을 덕수궁이라고 했다. 이처럼 덕수궁은 퇴위한 상왕이 거처하는 궁궐을 지칭하는 보통 명사에 가까운 용어다.

'덕수궁의 명물'로 꼽히는 돌담길 산책로도 소실될 뻔 했다. 6.25 전쟁이 일어난 1950년, 덕수궁에 북한군이 숨어드는 바람에 미군의 포격으로 없어질 뻔한 것이다. 당시 미군 측에서 "한국의 문화유산인 덕수궁을 파괴하는 것은 양심에 걸린다"라고 고민하던 끝에 북한군이 덕수궁에서 빠져나가 을지로로 향할 때 포격을 개시해 돌담길은 남을 수 있었다.

1960년대 초반 돌담이 헐리고 창살담으로 개조된 이후 1980년대에 돌담 복원으로 덕수궁은 제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1988년에 경희궁지를 발굴하는 것을 시작으로 90년대에 창덕궁과 경복궁, 창경궁의 전각들이 복원되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 덕수궁 또한 예전의 모습을 찾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한편 옛날에는 돌담길을 연인이 끝까지 걸으면 헤어진다는 도시전설이 있었다. 이는 과거 서울가정법원으로 가는 길목이 이 길을 지나가야만 나왔기 때문이라는 속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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