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확한 팩트체크] 국회의원은 반드시 '당론' 따라 표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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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욱 기자
입력 2020-06-0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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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태섭, 공수처법안 기권 관련 민주당 '경고' 처분해 논란

  • 헌법학자, 헌법상 '자유위임' vs '정당기속' 원칙 충돌 사례

  • 독일 등 선진국, 두 원칙 충돌 시 자유위임 원칙이 우선

지난 20대 국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표결에서 '찬성' 당론을 따르지 않고 기권표를 던진 일로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달 25일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지난 2월 민주당 강서갑 권리당원 502명이 "당론이 만들어지면 당론에 따라야 하는 것이 당원의 의무이자 지역의 당원들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의무"라며 금 당시 의원을 제명해달라는 청원을 제기한 것에 대해 당 윤리심판원이 심사를 거쳐 처분을 내린 것이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경고 처분 의결 당시, 금 의원이 자신의 소신을 이유로 기권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당규상 '당의 강령이나 당론을 위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헌법기관'이자 무소속 의원 외에 대부분 '정당인'인 국회의원이 당론과 다르게 투표한 것이 '의무 위반'인지, 또 제재를 받을 만한 일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지난 2월 18일 의원총회에 참석한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내에서 금 전 의원의 징계 처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대표적인 인물은 김해영 최고위원이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3일 "금 전 의원 징계 사유는 헌법 가치를 따르는 국회법과 충돌할 여지가 있다"며 "당 윤리심판원은 금태섭 전 의원의 재심 청구 결정 때 헌법적 차원의 깊은 숙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은 "국회법에 의원은 소속 정당 의사에 귀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규정돼 있고, 이는 대한민국 법질서의 최상위 규범인 헌법 중 국회의원은 양심에 따라 직무 수행을 한다는 조항을 실현하는 것"이라며 "이번 징계는 정당 민주주의에서 국회의원의 직무상 양심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보여주는 헌법상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같은 당의 조응천 의원도 지난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금 전 의원 징계에 대해 "국회법 정신에 비춰보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헌법과 법률이 이에 대해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우선 당원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민주당 당헌 6조 2항에는 "당헌·당규를 준수하고 당론과 당명에 따를 의무"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반면 헌법 제46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 24조는 국회의원에게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내용의 선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국회법 114조의 2는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민주당 당규가 당론 준수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헌법과 법률은 국회의원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고 투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헌법학자는 대의정치하에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게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유위임'과, 정당 정치 체제 하에서 소속 정당의 정강과 정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정당기속' 원칙이 충돌하는 문제라고 이번 사안을 규정했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국민이 국회의원을 뽑을 때 국익을 우선시해서 의원활동을 하라고 '자유 위임'하는 것이고, 또 한편으로 헌법 제 8조는 '정당 정치 국가'의 원리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정당 기속'이라고 하는 원칙이 있다"며 "이 두 가지는 항상 대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허 교수는 정당기속 원칙에 대해 "당론이 정해지면 소속 의원은 자기 양심에 반하지 않는 한 따라야 정당 정치 국가가 유지되는 것"이라며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하는 쪽에서는 자유위임의 원칙보다 정당기속의 원칙이 우선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 교수는 "독일과 같은 선진국 판례에서는 두 원칙(자유위임과 정당기속)이 충돌할 때 자유위임의 원칙이 우선한다"며 "독일의 경우 보통 특정 정당 의원총회에서 충분히 토론을 한 뒤 당론을 결정함에도 불구하고 연방 헌법재판소는 자유위임 원칙을 항상 우선시한다"고 설명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달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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