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인력·시스템 모두 우월"… "中 제조허브 '장벽' 높고 두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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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0-06-0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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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日 등 제조업 U턴 고민 ↑…거대한 내수 시장도 장점

코로나19 이후 주요 국가의 리쇼어링 바람이 거세다. 그러나 높은 비용과 구체적 청사진의 부족 탓에 단기간 내 변화는 힘들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중국이 쌓은 제조업 허브 인프라가 이미 공고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거대 내수 시장도 글로벌 기업들에는 매력적인 조건이다.

중국 등 인건비가 싼 국가로 옮겨갔던 기업들이 본국으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기는 있지만, 현실의 벽은 높고도 두텁다. 그 때문에 기업들의 본국 귀환(리쇼어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미국, 일본 등 여러 국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中 이미 탄탄한 제조업 허브" ···노동·인프라 고려할 때 여전히 싸고 효율적 옵션

지난 4월 일본 가전제조업체 아이리스 오야마는 일본에서 마스크를 생산하기로 했다. 현재 마스크 생산을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며, 내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상은 지난주 "우리는 중국에 너무 의존적으로 됐다"면서 "생산체인을 보다 활기차고 다양화하고 우리의 생산원을 좀 더 넓히고 국산품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강조했다.

일본 기업들이 탈중국 필요성을 이야기한 것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다. 중국의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에 생산기지를 하나 두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동남아 등 다른 곳에 생산기를 배치하는 이른바 차이나+1 옵션이 부상했다.

코로나19 탓에 탈중국 논의에는 더 탄력이 붙었다. 정부는 2200억엔(약 2조 2000억원) 달하는 지원금을 마련하며 일본 기업들을 되불러 들이기 위한 준비를 했다. 235억 엔은 일본이 동남아 등으로 제조시설을 다각화할 수 있는데 지원했다.

그런데도 아이리스 오야마와 같은 행보를 보이는 기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일본 정부의 U턴 지원금을 활용한 대기업은 아이리스 오야마 한 곳에 불과하다고 로이터 통신은 8일 전했다. 심지어 이 기업조차도 일본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기 전까지는 중국에서만 마스크를 생산했었다.

통신은 "다른 일본 기업들 대부분은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은 비실용적일 뿐만 아니라 비경제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조금을 포기하더라도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 역시 리쇼어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역전쟁과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미·중 관계는 크게 악화했다. 미국은 자국과 한국, 호주, 인도 등을 포함한 우방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생산기지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경제번영네트워크(EPN)라는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과의 관계를 끊을 경우 5000억 달러를 아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대안적 생산체인을 만드는 것은 아직은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지적했다. 정치적 압력에 반응하는 일부 기업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기업은 이윤을 좇아서 움직일 것이라고 매체는 지적했다.

중국이 지난 10년 제조업 허브의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품질의 제품을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는 역량을 갖춘 제조국으로 성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다. 게다가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중국에 연구센터까지 마련해놓은 상태다. 제공되는 인프라, 노동력의 수준, 정부 지원 시스템을 고려할 때 제조 플랫폼으로 중국은 여전히 저비용·고효율의 선택지라는 지적이다.

투자자문업체 가베칼의 댄 왕 애널리스트는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숙련 근로자의 수, 수준높은 공급 업체 네트워크, 제조업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및 인프라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은 (제조업 체인으로서의 역량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앞선다"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한 자동차 업체의 임원은 로이터에 "단순히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중국산 제품의 비중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거대 내수시장 가까이 있고 싶다"

중국이 거대 소비시장도 글로벌 기업들을 강력하게 끌어당기고 있다.

로이터는 "중국 소비자들을 위한 물건을 생산하는 적소는 바로 중국일 수밖에 없다는 게 기업들의 주장이다."라고 전했다. 재고 증가로 인한 비용 부담 없이 생산하기 위해서는 생산기지가 중국에 있는 게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중국은 마스크와 같은 단순 소비재뿐만 아니라 자동차, 휴대폰 등 상당수 공산품을 소비하는 대국이 됐다.

테슬라와 같은 글로벌 기업은 중국 내수 시장을 겨냥해 생산 시설을 늘리고 있다. 도요타, 혼다 등 일본의 주요 자동차 업체도 중국에 다수의 제조공장을 가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겅솽 대변인은 지난 3월 "글로벌 산업의 구성과 발전은 시장의 힘과 기업의 선택에 따른 것이다"라면서 "이들을 억지로 옮기거나 떼어놓으려고 하는 것은 경제 법칙에 맞지 않는 것이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자본주의 논리로는 중국이 우세하다는 자신감의 반영이다.

블룸버그는 현재는 (리쇼어링 아이디어의) 확고한 기반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우방 중심의 새로운 생산체인을 만들기 위해 다른 국가 관리들과 공식적 대화가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피치솔루션스의 아시아 국가 리스크 리서치 책임자인 안위타 바수(Anwita Basu)는 "미국 무역전쟁 이후 이미 많은 회사들은 중국으로부터의 이동을 고려하고 있었고 코로나19로 속도가 가속할 수도 있다"면서도 "중국은 여전히 엄청난 양을 생산하는 제조국이며, 다른 여러 국가가 모인다고 하더라도 중국 제조 역량에 타격을 입히기는 힘들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리쇼어링을 지원하기 위한 재원 마련도 걸림돌 중 하나다.

블룸버그는 "과연 기업들의 탈중국으로 인한 비용 증가는 누가 부담할지와 같은 과제도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수많은 국가는 코로나19로 인한 부양정책으로 재정 부담이 역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의 리쇼어링을 충분히 지원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데보라 엘름스(Deborah Elms) 아시아무역센터 소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은 주주나 직원들에게 정치적 이유에 따라서 경영 방침을 바꾸자고 이야기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면서 "이윤이나 여러 가지 숫자가 뒷받침돼야 이동이 가능하다. 수백만 개의 기업들이 움직여야 하는 일이다. 한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생산체인의 탈중국이 논의되고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시장의 부상과 국제무역 변화 등 여러 가지와 변수와 맞물려 변화는 느리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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